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내 몸이 사라졌다》 (J'ai perdu mon corps, 2019)

내 몸이 사라졌다! 대체 내 몸이 어디로 간 거지? 내 몸을 찾아야겠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뜬 손은 이렇게 마음을 먹고 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런 기괴한 설정과 전개는 영화라면 분명 애니메이션으로나 가능한 영역이다. 기욤 로랑의 소설 『행복한 손』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는 그 독창적인 시선과 작품이 포함하고 있는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사색을 인정받아 이미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나우펠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피아니스트와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는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 집에서 사촌형과 함께 살면서 피자 배달부로 일하는 가난한 청년이 되었다. 행복한 삶으로부터 튕겨져 나와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우펠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꿈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 어떤 희망도 없이 공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 전망이 없는, 말 그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영화는 이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전망이 없는 운명의 소유자들에게는 사랑도 사치다. 지금 가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가질 희망이 없는 인생은 사랑을 할 자격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처한 삶의 자리는 순수한 동기조차 불손한 의도로 읽히기에 충분하게 만든다. 우연히 가브리엘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나우펠은 바로 이런 사랑의 좌절도 겪는다. 그 와중에도 나우펠의 손은 끊임없이 몸을 찾아 엄청난 모험을 감행한다.

잘린 손을 주인공으로 묘사한 영화는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한다. 만일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관람하기 꽤 불편한 영화였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은 정확하게는 “내 몸이 사라졌다.”가 아니라 “나는 내 몸을 잃어버렸다.”이다. 프랑스어 원제는 보다 강렬하고 주체적인 손의 입장을 표현한다. 영화는 철저하게 손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잘린 손이 왜 그렇게까지 잃어버린 몸을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는지 친절하고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원래 자신이 속해있던 몸을 찾아 집요한 여행을 감행하는 손만을 계속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찾아가는 잘린 손은 부단히 라우펠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보여주다가 마침내 이 전망 없는 절망에 어떻게 한 줄기 빛이 깃들게 되는지에 대한 증인이 된다. 그렇게 결국 이 기괴한 영화는 이상한 따스함을 전해주는 데 성공한다.

손이 지니는 상징은 다양하다. 성경에서 손, 특히 하나님의 오른손은 하나님의 힘에 대한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또한 손은 감정을 전하고 묘사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들어 올린 엄지손가락이 용기를 주고 작은 손가락 하트가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처럼, 손은 수많은 마음을 기호로 표시한다. 그뿐인가. 맞잡은 손의 온기와 부드러운 손길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감정을 잘 전달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잃어버린 손은 이 모든 것의 상실에 대한 상징이 된다. 힘의 부재, 소통의 실패, 감정의 실패, 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만화적 상상 속에서 잘린 나우펠의 손은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영화는 나우펠의 좌절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어린 시절 나우펠의 녹음기를 다시 등장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나우펠은 자신의 불행을 결정지었던 소리를 자신이 만든 새로운 소리로 덧씌운다. 열린 주인공의 미래가 그다지 어둡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나우펠은 결국 손은 잃었지만 삶은 얻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 손의 이야기는 두 손을 가진 채 영원히 지옥 같은 운명에 던져져 있기보다, 한 손만으로 생명을 향해 나아간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