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책 한권으로 변화한다면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민음사, 2018년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한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이 변화한다는 것은 기독교인에게 그렇게 어색한 말은 아니다. 어쨌든 기독교인은 신앙으로, 성경으로 자신의 삶이 변화한다는 것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학적 관점에서 신앙인의 변화는 존재론적, 실존론적 변화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변화와 다른 것이지만, 이번 책의 서평 목적은 신학적 관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관의 변화라는 선을 책정한 뒤에 설명하고자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책은 단편선을 묶어놓은 책이다. 그 중에서도 “도둑맞은 편지”는 유명한 정신분석이론가인 자크 라캉의 인용으로도 유명하다. 아무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감성으로 말하자고 한다면 “애쓴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왜냐하면 전반적으로 삶을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은 ‘논리적’으로 때로는 ‘광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굳이 ‘광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인물간의 치열한 삶이 마치 현실 속에 자신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은 ‘광적’이다. 드라마나 영화 많은 작품 속에서 현실은 냉담하기에 주인공은 살짝 ‘미쳐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것에 멈춘다면 이 소설도 수많은 양산형 작품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는 특별할 정도의 독특한 장치가 하나 있다. 광적인 삶에 어느 정도의 논리를 집어넣는다. 논리를 넣는다는 것은 사실 ‘해명’에 가깝지 않을 까 생각한다. 

분명 이 책은 여러 단 편선을 묶어놓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 그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등장인물들이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면서 일반적인 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일반적인 세계와 다를 경우에 비로소 느끼는 이질감을 ‘해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삶을 논리적으로 해명한다는 사실은 결국 자신의 “세계”에 대한 정의에 가깝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러한 지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삶의 철학적 세계정위를 이룬다고 말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는 이러한 철학적 세계정위가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진술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게 된다. 한 권의 책으로 독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 있고 질문에 대해 새롭게 답변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신비로운 지점이다. 

책 한권으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품어본다. 그것은 최소한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관과 더 나아가 세계관에 있어서 ‘철학적 세계정위’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인생에 영향을 주는 책이 많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책 한권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으로 누릴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이경우(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