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인 탈레스(Thales)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라 주장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근원(arche)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양한 주장을 하고 관련 이론과 학문이 발전해 왔다. 지구 표면의 70% 정도가 물이며 우리 인체도 물이 70%라 하니 물은 가히 만물의 근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물은 동시에 인간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며 비교 준거가 되기도 하고 삶을 비유하는 직유(直喩, simile)와 은유(隱喩, metaphor)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재물을 허비하는 듯한 소비를 ‘돈을 물 쓰듯 한다’란 표현을 쓰고, 빠른 세월의 흐름은 ‘시간(歲月)이 (강)물(流水) 같이 흘러갔다’라고도 한다.

도가(道家)에서 물은 높은 도덕적 가치와 모범을 보여주는 대상으로 평가된다. <도덕경>에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부유부쟁 고무우 ; 즉 ‘상선(上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사람이 물처럼 살면 거처함에 땅과 사이좋게 지내고, 마음은 연못처럼 고요해지고, 사람들과 더불어 생명(仁)을 소중히 여기고, 말은 신뢰를 귀히 여기고, 정치는 잘 다스려지고, 일은 능력이 이루어지고, 행동은 시의에 적절하며, 무릇 물처럼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도 없다.’란 구절은 물의 본질을 통해 인간의 덕과 행동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물은 또한 그 흐름의 불변성, 그 특성의 일관됨 등을 통해 ‘물이 흐른다’나 물이 가는 방향 등의 의미를 갖는 ‘법(法)’을 통해 인생의 원리, 규범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은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이며 그런 물리적, 화학적 본질에 기초하여 다양한 에너지와 변환을 통해 새로운 현상과 사물을 유발한다. 인간은 이런 물을 마시며, 음식을 조리하며 건강의 중요한 요인으로 관리한다. 자연계 거의 모든 생태계는 물을 통해 성장하고 꽃피고 열매 맺으며 종(種)을 이어 간다.

경쟁과 갈등의 우리 사회에 물은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가르쳐 준다.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미화춘쟁선(美花春爭先)’ ; ‘흐르는 물은 서로 먼저 가려고 앞을 다투지 않는데, 아름다운 꽃들은 봄을 다투어 피는구나’라 이해 된다. 흐르는 강물은 자연의 이치데로 순연한 흐름으로 강의 넓이와 높이, 휘어짐과 꺽어짐에 따라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유유히 흘러간다. 동시에 <장자(莊子)>에는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인막감어류수 이감어지수; 사람은 흐르는 물을 거울삼지 않고, 고요하고 잔잔한 물을 거울삼는다)란 구절로 고요한 호수 같은 평정한 마음도 중요함도 강조하고 있다.

성경에는 물에 대한 기록이 동양처럼 많지 않으며 두 가지 의미로 같이 비유되곤 한다. 물가의 풍요와 생명력을 나타내는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23:2)란 의미와 동시에 물을 두려운 대상이나 약한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도망하는 자는 산 위로 피하여 다 각기 자기 죄악 때문에 골짜기의 비둘기들처럼 슬피 울 것이며 모든 손은 피곤하고 모든 무릎은 물과 같이 약할 것이라’(겔7:16-17)와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고 있으면서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마24: 38-39)등과 같이 물이 경계의 대상으로 이해되고 있는 주요 구절이다.

근래 새로 부임하는 공수처 차장이 ‘盈科而後進’(영과이후진; 물이 흐를 때는 조금이라도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于先) 그곳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는 의미) 란 <맹자(孟子)>의 글귀를 강조하였다. 코로나 19로 우리 사회는 전혀 새로운 여건에 처해 있으며 지난 2020년을 힘들게 살아왔다. 2021년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인도, 브라질과 유럽의 주요국들의 코로나 19 감염 현상은

꺾일 줄 모르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의 등장으로 그 상황은 전년과는 달리 개선되어 많은 나라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확보하고 치료되어 건강을 회복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너무 조급하기 않게 그러나 너무 느리거나 나태하지 않게, 물이 흐르듯이 순리와 절차를 고려하고, 나만 먼저 가려하기보다 약자를 배려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동시에 고려하는 협력적이며 순리적인 사고와 행동들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 7:12;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란 이웃 사랑이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금과옥조임을 성경은 가르치고 있으며, 3세기 로마의 한 황제는 이를 황금으로 벽에 만들어 두었다하여 황금률(黃金律)로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