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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지는 명절 분위기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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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2월 11일 (목) 00:24:45 [조회수 : 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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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다. 어릴 적 불렀던 설날 동요가 나이가 들어도 입에 붙는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그런데 이번 설날은 아주 조용하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확진 여파가 상하곡선을 그리면서 아직 잡히지 않아 계속하여 모임 자제를 요구하고 있던 터라 이번 설날도 조촐하게 보내야 한다. 그런 처지라 명절이라도 북적거림이 덜하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모임 자제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며칠 전에는 이러다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사람과의 만남이 온통 화면을 통해서 주고 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처음 화상(줌)을 통한 회의나 모임을 시작할 때는 인터넷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우리나라 대단한 나라라고 자랑(?)스러웠고, 작은 화면을 이용하여 만나는 것도 괜찮다고 싶었다. 그러나 1년이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인간관계가 정말 이대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마을에서조차 이웃을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되어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우리의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전도되는 것이 서글퍼지는 때가 되었다. 

명절 또한 그렇다. 우리의 최대 명절이라 하는 설날이 다가와도 마을은 조용하다. 원래 조용한 마을이긴 하였다만, 그래도 명절엔 나름 명절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 분위기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우리만인가. 동요의 까치 설날은 우리와 하루 차이인데, 까치들마저도 조용하다. 이런 분위기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아는 신부님이 댓글을 다셨다. “조류독감~~~”. 댓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아! 그러네. 그래서 까치네도 5인 이상 모임 금지인가 보군요.” 일상에서 눈과 귀에 익숙했던 것들이 귀를 기울이고 보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란 것이 그렇다. 모르면 모를까. 한번 눈여겨보게 되면 보이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까치의 시끄럽게 지저귀던 소리가 최근 들어 들리지 않는 것을 알게되면서 까치를 기다리고 까치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다. 마음이 통해서일까. 어제 까치가 다녀갔다. “까치까치” 마치 설날 안부라도 전하듯이 몇 번 속삭이더니 이내 가버렸다. 반가움과 동시에 아쉬움이 남았다. 

명절이라 하면 뭐니뭐니 해도 세뱃돈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가족이나 마을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받는 세뱃돈은 큰 용돈벌이다. 돈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세뱃돈을 받는 즉시 엄마의 호주머니로 직행했지만, 소비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쏠쏠한 용돈벌이가 된다. 지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난 뒤 –내가 다니는 교회는 교우가 적어 1~2부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예배를 드린다.- 교회 청소년들의 세배를 받았다. 새학기가 되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목사님네 자녀들이다. 그리고 여선교회에서 준비한 세뱃돈을 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세뱃돈을 받으면 바로 사모님에게 드렸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호주머니로 깊숙이 넣는다. 입가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예배 후 잠시 차를 마실 때 사모님이 그러신다. 이번 설날에는 시댁에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막내와만 다녀오는데, 가족일지라도 5인 모임 자제로 용돈의 주수입원인 할머니 댁에 가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의 서운함이 꽤 크다고 한다. 그렇다고 막내라고 다를 것인가. 막내 또한 이번에는 할머니 댁에 가면 큰손 고모부를 뵙지 못하는 것에 살짝 낙담하는 기색이란다. 이유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요일과 시간을 정해 어머님을 뵙기로 했으니 말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 모두 이번에는 참 싱겁고 아쉽고 서운한 명절을 맞게 되었으니 이전의 명절 분위기가 그리울 것이다.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음식이다. 이번 주일 예배 후 교회에서 나눠준 음식은 기정떡이었다. 설날 분위기를 나누려고 준비한 것이란다. 술로 발효시켜 만든 기정떡은 명절 음식 중 하나다. 어릴 적 명절이면 큰댁을 찾았는데 그때 제사상에 오른 떡이기도 했다. 기정떡은 큰어머니의 일품 요리 중 하나였다. 하얀 떡 위에 빨갛고 노란 맨드라미와 대추를 얇게 돌려 깍은 것을 올려 놓아 주위가 수를 놓은 듯 예쁘게 물이 들어있었다. 한 입 베어물면 폭신함과 쫀득함이 씹는내내 느껴졌다. 술향이 코 끝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다른 떡들과 달리 먹어도 물리지 않고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떡이라 나도 매우 좋아했다. 그 영향으로 비록 옛날의 큰어머니가 하신 맛은 아니어서 그 솜씨가 매우 그립지만, 그래도 지금도 다른 떡은 잘 안먹어도 기정떡은 앉은 자리에서 두서 너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가족들이 모이지 않으니 명절 음식도 예전만큼 많이 만들지 않게 되었다. 떡국 한그릇으로 분위기를 내거나 마트에서 소량 사와서 분위기를 낼 정도가 되었다. 정성과 시간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명절 음식인데 이제는 홈쇼핑이나 마트나 식당에 가서 구입하여 명절 분위기 내는 것으로 만족한다. 몇 날 며칠 걸려 음식을 만들고 몇 날 며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명절 분위기는 점차 우리의 옛 기억으로 사라지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의 뭉근하고 담백한 음식 솜씨를 본받으려 얼마전까지 혼자서라도 꾸준히 만들었지만 이제는 나도 변하는 세월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만나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코로나 시대가 빚어내는 새로운 명절 분위기다. 만드는 이의 수고와 먹는 이의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져 북적북적했던 명절은 이제 어느 날에 다시 맞이하게 될까. 과연 그런 날이, 설령 온다고 해도 이전의 명절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세대인 나도 마음은 아날로그나 몸은 어느새 디지털로 더 향하고 있으니 이는 시나브로 코로나 시대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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