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김응교 지음, 문학동네

처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처럼」이라는 독특한 책 제목이었다. 시적이며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로 만나는 윤동주’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책에 관한 내용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처럼」은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라는 시에서 한 행을 이루는 조사인데,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윤동주 ‘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고, 웃고, 울고, 사랑하게 된다.

우리가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중,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던 시들인 「서시」 「별 헤는 밤」을 포함해서 「참회록」 「십자가」등 이미 알려진 몇몇 시들에 한정되어 있다. 윤동주는 스물여덟 살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110여 편의 시(詩)를 남겼는데, 저자는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거의 모든 흔적과 그가 남긴 대부분의 시를 소개하며 설명한다. 

기록상으로 윤동주가 남긴 첫 번째 시인 「초 한 대」부터 시작하여 가능한 한 많은 윤동주의 시를 한 편 한 편 소개하며, 그의 전 생애를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추적하며 그가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로 만나는 윤동주’라는 부제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또한 이 책에서 이채로운 것은 ‘동시 시인’으로서의 윤동주를 주목하여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조개껍질」 「병아리」 「개」 「만돌이」 「거짓부리」 등의 동시를 만나면서 윤동주가 왜 ‘동시 시인’인지를, 그가 동시를 발표할 때 ‘동주(東舟)’ 혹은 ‘동주(童舟)’라는 특별한 필명을 썼는지 짐작하게 된다. 동시에 깃든 윤동주의 서정성과 아름다운 힘을 그와 더불어 노래하는 독자는 예수님께서 표현하신 “어린아이와 같은 천국”을 미리 맛보게 될 것이다.

그가 태어난 만주 명동마을에서부터 시작하여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 후쿠오카 형무소까지의 생애를 추적하다보면, 그 유명한 「서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순결하고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의 맑은 영혼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민감한 그의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윤동주 시인은 알고 있었고, 그 힘든 길을 행복한 길이라고 표현했다. 타인의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을 나누는 순간, 나 자신도 행복의 주체가 되는 그 길을 그는 택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를 음미하다보면 행복이 무엇인지,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시대의 양심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윤동주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특히 신앙인이라면 우리의 삶을,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끌어안고 고민하고 아파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호흡 속에서 계속 살아난다. 혼란과 갈등과 불안의 코로나 시대, 윤동주 「처럼」 살며 그리스도와 더불어 “詩人”이 되어보자.

이인선 목사(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