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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들의 술래잡기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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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2월 04일 (목) 00:13:21 [조회수 : 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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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사는 마당엔 고양이들의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가 한창이다. 그렇다. 번식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동물의 본능에 하루종일 정신이 어지럽다. 고양이의 번식기는 일년에 세 번 정도 찾아오는 것 같다. 암컷보다 수컷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의 구애를 피해 도망가거나 숨기 바쁘다. 어떤 때는 암컷을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수컷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본능이 해결되겠는가. 그들에게 본능을 억제하는 재주가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수많은 냥이들과 동거하고 있지 않았으리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정말 얌전한 녀석이 거사를 잘 치른다. 그리고 내 눈에 보기에는 딱히 매력없어 보이는 암컷인데, 수컷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좀 안 생긴 암컷인데 수컷들에겐 구애의 대상이다. 오히려 예뻐서 인기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냥이들은 저들만의 세계에서 소외의 대상이 된다. 어쩌다 정말, 냥이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상대할 암컷이 없을 때 수컷은 그때서야 겨우 인기 없는 냥이에게 다가간다. 암컷 뿐만이 아니다. 수컷 중에서도 암컷의 거절을 분명하게 받는 경우가 있다. 엄청난 구애를 하지만 안쓰러울 정도로 끝까지 거절을 당하는 수컷이 있다. 내가 봤을 때는 늠름하고 잘생긴 수컷이라 여기지만 냥이 세계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간혹 거절을 당해 새초롬해 있는 암컷이나 수컷이 보일 때 “에구, 차였구나. 괜찮아. 아직 기회는 많아.” 하며 꼭 안아 어루만져주곤 한다. 그러면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내 품에서 폴짝 뛰어 다시 자기가 원하는 상대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솔직히 그들이 내 말을 알아들었겠는가. 그저 본능에 충실하려 달려갔을 뿐일텐데.

암컷 대부분은 임신을 한다. 일년에 세 번 정도 하는데 그 모두가 출산에 성공하지는 않는다. 설령 출산을 하였다 해도 태어난 어린 냥이들을 모두 성묘가 되기까지 키우는 경우는 별로 없다. 특히 근래에 들어 근친간의 교미가 잦아들면서 건강한 개체수는 이전보다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냥이들도 자신들의 상대가 근친인 것을 알고 있는 듯하고, 한 영역 안에 너무 많은 수가 산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다섯 마리 정도 태어나는데 그중에 한두 마리 정도만 성묘가 되고 나머지는 중간에 가버린다. 그리고 암컷 가운데 첫 출산과 수유기를 잘 거치면 이후에도 임신과 출산과 육묘가 순조롭다. 반면 첫 출산과 수유기 경험에 어려움이 있으면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독 잘 먹이고 잘 키워서 건강한 유전자를 정글세계로 보내는 엄마냥은 그 어느 수컷에게서든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번식의 계절이 다가왔을 때, 가장 먼저 구애 대상도 바로 첫 출산과 수유기와 육묘에서 탁월한 힘을 발휘한 암컷이 1호가 된다. 나의 마당에 기거하는 암컷 가운데 ‘주니’ 이름을 가진 암컷도 그런 경험으로 인해 엄동설한에도 많은 인기와 영향을 발휘했다. 

‘주니’는 예쁘다.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면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붙어있고, 체구도 자그마하다. 연예묘가 될 법도 한 모습이다. 성격은 좀 쎄다. 수컷에게 인기 1호이지만, 맘에 안드는 수컷에겐 얄짤없다. 혼자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을 탐한다. 먹을 것 앞에서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아 취한다. 자신 앞을 가리는 고양이들에겐 냥이펀치를 날린다. 안맞아 본 냥이들이 없을 정도로 영역 안에서는 소문난 양아치 냥이다. 그런 주니가 자기 새끼들을 키우는 것을 보면 지극정성이다. 젖을 물리고 몸을 핥아주고 품에 품어주는 모습은 영락없이 헌신적인 엄마였다. 자식을 키우는 본능은 사람이나 고양이나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른점이 있다면 암컷들은 자신의 새끼들이 독립을 할 때라 여기면 아주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내보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니의 육묘 과정은 고양이 계의 전설이라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수컷들의 눈에도 보이고 마음에도 깊이 품고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건강한 유전자를 얻기 위해 이 매서운 추위에도 그렇게 기를 쓰고 달려드는가보다.

솔직히 고양이들의 번식기가 달갑지 않다. 지금의 고양이들만으로도 벅찬 감이 있다. 마당을 가득 메운 녀석들을 바라보면 이제는 좀 성가신다. 녀석들이 아무리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해도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맡기는 것이지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과연 얼마나 되는 어린 냥이들을 마주할 지는 모를 일이다. 그저 알아서 갈 길을 가주면 좋으련만 녀석들은 여기가 좋사오니 이곳에 초막을 짓겠노란 심보다. 그래서 다짐한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마당 가득 펼쳐놓은 녀석들의 초막을 모두 걷어 닭장 옆으로 옮기기로 말이다. 고양이들의 충실한 술래잡기 놀이에 이제 집사 노릇은 그만하겠노라 파업을 선포해야겠다. 그러면 냥이들은 그렇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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