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열기로, 넘치던 의지가 세월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권위 앞에 세력을 잃고, 한결 겸손해진 모습입니다.

     "힘내라" 밤에 헤어질 때면, 로댕은 곧잘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 이 말이 날마다 얼마나 필요한가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개인은 개인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일터는 일터대로 힘에 겨운 소망들이 이를 악물고 세월의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걷고 있습니다. 

그 옛날 릴케의 젊은 시절의 고통이, 로댕의 비서로 힘겹게 살아가던 그 시절의 번뇌가 시대의 아픔까지 얹혀져서, 시간을 초월해서 다시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함께 앓는 고통일 터인데 혼자만의 고통인양 먹먹하고, 숨이 찹니다. 
돌아누운 의지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다시 비상 준비를 합니다. 

“힘 내세요!”

기죽은 양심이 스스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깨를 탁치며 세상으로 밀어냅니다. 

 “힘. 내.야.지!” “일.어.나.야.지.”

가슴을 양손으로 감싸고 토닥토닥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목이 곧은 교만이 슬슬 꽁무니를 빼고, 탐욕도, 자만도, 이기심도 부끄러운 듯 뿔뿔이 흩어져 달아납니다. 릴케의 고통이 보석같은 작품으로 승화되었듯이,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살아내려는 안간힘이 만들어 낼 또 하나의 작품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기특하다는 듯 시원한 겨울바람 한 조각이 목덜미를 감싸고 지나갑니다. 

바람 한 조각에 하얀 눈빛을 담은 푸른 소망이 적혀 있습니다. 

이젠 겨울바람도 더 이상 춥지 않습니다. 

우리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