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다. 이곳에서는 자기 이미지를 최대한 극대화하여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상업적 가치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이러한 SNS(social networking sites or services)를 통한 자기표현의 주요 사용 동기 중 하나는 타인과의 연결망을 형성하여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며 자기과시의 욕구도 포함되어 있다.

새벽에 일어나 묵상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리기 일쑤다. 소소한 일상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글에서부터 종교, 교육, 문화,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 변혁을 위한 컨텐츠까지 다양한 관점을 가진 온라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가끔은 내용이나 사진 중에 유독 자기과시가 두드러지는 사이트를 보면서 질투의 감정뿐만 아니라 우습게도 열등감까지 느껴 본 적이 있다. 

상담 중 만난 한 내담자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없다. 그의 부모는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았고 부모 중 누구도 제 역할을 다해 주지 못했다. 내담자는 부모의 불화와 잦은 싸움으로 인해, 언제 또 폭풍이 몰아칠지 몰라서 늘 긴장 속에 살았다. 이 내담자는 소위 좋은 브랜드에 목숨을 걸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명품으로 치장을 해야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이 생겼다. 제대로 차려입지 않으면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가난한 것을 싫어했고, 행여 거울에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몸서리가 쳐졌다. 행복은 물질에 있지 않다는 말은 배부른 사람들의 말이라 생각했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말은 도무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에 값비싼 것을 걸쳐야만 만족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물건은 반드시 구매했고 그의 SNS에는 언제나 값비싼 물건, 멋진 장소와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줄을 이었다. 

심리학에서 자기‘self’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심리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심리학의 원리』의 저자 제임스는 자기의 개념을 단순하면서도 통찰력있게 설명한다. 첫 번째 개념은 물적 자기(material self)인데 개인의 소유물로 스스로를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몸, 물건, 집, 가족 등 물리적으로 가진 것이 포함된다. 둘째 개념인 사회적 자기(social self)는 나와 연관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는 것을 말하며, 세 번째 정신적 자기(spiritual self)는 개인이 지닌 내면의 주관적인 것으로서 성격, 취향, 정서 등의 심리적 속성들을 말한다.  

정신적 자기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 가능하기에 비교적 쉽게 확인 가능한 물적 자기나 사회적 자기와는 차이가 있다. 판단의 기준이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남과의 비교도, 남으로부터 평가받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과시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정신적 자기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불만을 잘 들여다보면 자신의 소유물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바로 자신의 성격과 같은 심리적인 속성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심리를 진정성 있게 성찰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사람들은 낮아진 자존감을 소비를 통해 해소하려 하며 이러한 패턴은 반복되고 곧 습관으로 정착하게 된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자기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해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된다. 자기에 대한 불만족을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물건을 소유하여 대치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물적 자기는 상승되기 때문에 소비를 통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외부에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과시를 통해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타인을 의식한 삶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족시킬 수 없다. 아무리 보여 주어도 남는 것은 공허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영원하지 않고 반드시 소멸하게 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의 세계에 잇대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연약한 자아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영원한 삶을 목적으로 삼을 때에야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 영원에 대한 소망은 우리가 머무는 시간과 공간, 우리가 엮어가는 관계를 새롭게 할 수 있다. 2021년의 첫 달을 보내고 두 번째 달을 맞으면서 우리의 소망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