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프란치스코 지음, CBCK,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 하반기쯤에는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해봅니다. 그러면 예배도, 공동체 활동도 풀리지 않을까요. 지난 1년간의 제한된 삶을 뒤로 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꿈만 같습니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에게 큰 두려움과 불편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이러스의 공격이 인간의 환경파괴 때문이라면 우리의 활동과 모든 노력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구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가져오기만 했는데 지구는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는 근원적인 삶의 문제이면서 신앙적인 답을 요구하는 질문들입니다. 

여기에서 죄의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 갖는 죄의 인식은 양심에서부터, 그리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현실에 부딪치며 살아갈수록 죄의 문제를 법적인 것으로 한정지으려고 합니다. 죄의 본질을 영적인 차원에서 자각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조차 못하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죄의 현상에는 언제나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과 인간의 욕망이 함께해 왔습니다. 

지구의 땅과 물과 공기와 생명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이러한 것들을 이제 분명하게 죄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땅의 흙으로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의 공기를 마시며 물로 생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토대를 남용하고 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이 죄를 보아야 창조주 하나님을 향해 ‘생태적 회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구의 위기를 ‘온난화’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을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앙, 기후난민, 기후붕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여전히 이를 신앙의 중심 문제로 여기지를 않습니다. 그 바탕에는 견고한 인간중심의 구원론과 축복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를 뛰어넘어 모든 피조물을 아우르는 아버지 하나님의 은총과 우리의 공동의 집을 볼 수 있는 눈이 절실합니다. 

여기에 대한 맞춤한 생태신앙 가이드가 있습니다. 통합생태론, 생태영성 교과서라고 부를만한 책입니다. 개신교 신앙지침서가 아니라 가톨릭 교황회칙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곁에 두고 거듭해서 읽고 행동할 만한 지침서입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서인 <찬미받으소서>입니다. 2015년에 발간되어 쇄를 거듭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모두 6장 246항에 걸쳐 환경 문제를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 회칙에서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생태위기의 근본원인임을 비판하면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찬미받으소서>는 내용이 친근하고 평이합니다. 그리고 깊습니다. <찬미받으소서>는 관계로부터 출발합니다. 인간이 하나님과 맺은 관계, 자신과 맺은 관계, 타인과 맺은 관계, 피조물과 맺은 관계, 이 관계를 온전하게 보여주는 패러다임이 바로 생태학이라고 합니다. 

특히 교황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했던 모습에서 수학과 생물학과 경제적 계산을 뛰어넘는 통합 생태론의 모범을 발견하였다고 말합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보여준 자연을 보호하는 것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와 사회적 헌신과 내적 평화 사이의 불가분의 유대, 이것이 <찬미받으소서>에서 말하는 통합생태론이면서 생태 영성의 뿌리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는 확신과 모든 피조물의 고유한 가치와 생태계의 인간적 의미는 이 책에서 반복되며 강조되는 개념들입니다. 

우리도 아무리 하찮은 피조물이라도 형제나 누이로 불렀던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하여 기후재앙을 극복할 희망을 일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찬미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의 ‘피조물의 찬가’ 후렴구에서 따온 말입니다. <찬송가69장>으로도 수록되어있는 이 찬송을 날마다 같이 부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광섭 목사(전농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