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 ‘화해의 노래(Wie ein Fest nach langer Traue)’를 칼럼에 소개 한 이후로 그 멜로디와 ‘화해’라는 화두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왕 그렇게 된 거 번역한 것을 가다듬어 우리말 노래로 만들고 있는데 구구절절 가사가 너무나 좋아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신앙의 여정은 화해의 여정입니다. 하나님과의 화해, 이웃과의 화해, 자연과의 화해 나 자신과의 화해 말입니다. 화해는 무엇일까요? 화해는 당연한 듯 자연스런 사랑의 관계가 회복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랑은 관념이 아닙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의도를 뛰어 넘은 어떤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냥 사랑해지는 것입니다.

어느덧 제가 이천에 온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제작년 말, 부르심을 받아  결단할 때 신비로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TV를 보는데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이천 편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 후면 저 동네 사람이 되어 있겠다는 생각에 관심 있게 봤습니다. 거기에 주은이라는 한 여자 아이가 붕어빵을 사먹다가 섭외되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저는 그 방송을 보고 뜻하지 않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아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누구 보다 깊은 화해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는 그 어떤 좋은 설교 보다 더 큰 깨달음과 은혜를 제게 선사했고 눈앞에 둔 큰 변화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확신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그 아이는 이렇데 대답합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갑자기 꼭 껴안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이 드는 거예요.”

주은이의 말 대로 사랑은 사랑한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안아 주고 싶고 동시에 그 품에 하염없이 안기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어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주은이는 막힘없이 대답합니다.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바대로 세상 어른들이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해’진다면 이내 화해의 세상이 도래하게 될 것입니다. 믿음도 중요하고 교회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 누구 보다 죄사함과 부활을 믿는다는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도들이, 목사들이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하게만 살았어도 한국교회가 이렇게까지 세상의 신뢰를 잃어버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주은이에게 또 질문이 던져집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예능 방송이 아니라 구도자들의 ‘즉문즉답’처럼 느껴집니다. “하나님(신)이 나에게 주지 않은 것과 많이 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질문은 다른 시민들에게도 던졌던 공식 질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미용실 아주머니는 농담조로 “하나님이 절 잘못 만들었어요. 제가 얼굴이 도시락이에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주은이는 이렇데 대답합니다.

“하나님(신)께서는 저한테 남김없이 다 넣어 주신 것 같아요”

웃자고 만든 예능에서 감동의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주님께서 왜 어린이를 그토록 사랑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모든 화해의 시작은 하나님과의 화해입니다. 하나님과의 화해는 만족함에서 시작합니다. 감사는 복 받는 비결이 아니라 만족의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그들의 존재 자체로 피조물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봐야합니다. 우리의 조건을 바라보면 그 누구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유퀴즈’란 프로그램 이름은 90년대 초반 미국의 아이돌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이름을 본떠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그들의 최고 히트송의 제목처럼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동네를 걸어 다니며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풉니다. 
 
요즘에는 특히 길거리를 봐도, 뉴스를 봐도, 나라를 봐도, 교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내 마음 속에서도 여기저기 화해를 갈망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인 신음 소리도 인간과 자연의 불화로 인해 생긴 것입니다.
 
어느 때 보다 화해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화해를 갈망하는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찬송가에도 ‘스텝 바이 스텝’이란 제목의 노래가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1897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가 원조입니다. 쉽지 않은 길, 먼 길이 되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주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와 함께 걷는 그 길, 우리 함께 손잡고 가는 그 길이 온 세상 여기저기 화해의 꽃길이 되어 널리 퍼져 나가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https://youtu.be/KdwB9UM88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