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춤추는 하마의 Friday for Feminism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그럴 수 있어?

“포르노는 연습이고 강간은 실천이다.“라는 주장을 했던 미국의 페미니스트 법률학자인 케서린 메키넌은 포르노 산업의 위험성을 알렸고 성희롱 개념을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미국내 회사에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 개인뿐 그가 속한 회사에도 책임을 묻게 되었다. 성희롱은 그 죄질이 무겁고,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된다. 회사는 엄청난 배상으로 경영난을 겪지 않기 위해 성희롱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 버클리대학에서 강연중인 캐서린 메키넌, 2019

이렇게 여성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메키넌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의 페미니스트들은 그를 만나려 애썼지만, 그는 다른 남성 변호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그럴 수 있어?”라고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분노했고, 어쩌다 그 일화를 나도 듣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도 실수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6-70년대 서구 사회는 노동운동, 인종차별 철폐운동, 여성운동 등 인권운동이 휩쓸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피해 경험을 나누고, 단결해 싸웠고. 뜨거운 동지애로 뭉쳤다. 동지란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좀 오글거리게 표현하자면, 영원히 함께하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배신이나 변심은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쉽게도 이런 정체성의 정치학은 더 이상 가능한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이 옛날 같지 않게 영악해지고 닳아 빠져 순수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 여성들은, 자신들이 겪는 억압 경험이 다른 여성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을 여성억압의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서구 산업화과정에서 국가, 기업, 교회는 여성에게 모성을 부여해 그들의 공적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모성은 여성억압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에 대해서 견해가 다르다. 흑인 아이들 다섯만 모여도 경찰이 출동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모성은 인종차별사회에 대항하는 저항이데올로기였다. 한쪽은 모성을 비판하고 한쪽은 모성을 정치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다. 백인 여성들은 가족제도를 친밀한 착취를 은폐했다고 비판했지만, 다수의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인종차별 사회에서 가족은 안식처라고 주장한다. 여성성, 섹슈얼리티에 관해서도 중산층과 노동자계층 여성들 간의 다른 입장이 공존한다.

▲ @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흑인여성들이 쏘아올린 <차이> 라는 작은 공을 신호탄으로 아시아페미니즘, 이슬람 페미니즘 등등을 내걸며 여성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답을 흉내 내지 않는다. 무엇이 정답인가를 묻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그 배경을 알고자 한다.

다시 캐서린 메키넌의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그럴 수 있나? why not? 정답이 없는 것이 페미니즘이며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그것이 사람을 살리고 해방하며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