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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인생이 될 수 있다면
이혁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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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22일 (금) 00:15:29
최종편집 : 2021년 01월 22일 (금) 00:16:32 [조회수 : 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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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한 구절>, 박총, 포이에마, 2013년)

작년 이맘때 쯤 중고서점에서 여러 권의 책을 골라 구입하여 매일 양식을 대하듯 하루하루 묵상하며 읽은 책이 있다. 박총 목사님의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이 그 중 하나였다. 독서를 하면 밤을 꼬박 새서라도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책도 있고, 성서일과처럼 한 움큼씩 깊이 음미하며 긴 시간 음미하는 책이 있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은 매일 한 구절씩 음미하며 그 깊은 뜻을 마음 속에 아로새기는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은 자로고 깊은 여운이 남아 우리의 일상을 잔잔히 변화시키는 책이 아닐까? 

문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라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심한 우울증으로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만 했던 저자의 남다른 경험이 그의 글을 이렇듯 진솔하고 깊이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특히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 저항’을 이루어 일상의 영성을 삶에 녹여내었기에 그의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뭐랄까? 그의 글을 음미하고 있노라면 손과 발끝이 꿈틀거린다. 깊은 여운과 함께 삶의 변화를 추동하는 글을 만난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은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길어 올린 깊은 울림의 구절들을 모아 현실을 살아가며 고민하고 사색하여 얻은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의 글은 역사와 신학의 바탕 위에 문학이라는 연필로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윤리 등의 스케치를 하고 일상으로 채색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사유의 폭이 넓으나 잡다하지 않고 깊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순 없지만, 한 문장이라도 그의 삶을 이루는 재료가 되었다면 그는 영양식 한 끼를 든든히 먹은 것과 다름이 없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뇌와 슬픔을 함께 공감하여 위로와 도전을 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박총 목사님은 분명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세상을 거스르는 사람이다. 어느덧 삶의 바탕이 되어 버린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그를 과감히 거부하고 정직한 가난을 당차게 마주한다. 풍요와 번영의 종교로 전락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독교를 과감히 해체하여 생기 가득한 본연의 종교로 돌아가자고 거침없이 외친다. 우울증으로 몸과 맘은 무너져도 끝내 자존심 하나 만큼은 내동댕이치지 않는다. 

저자는 그렇게 세상 심각한 사람 같지만 꽃 한 송이만 보면 이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음미하면서 그의 고뇌와 슬픔은 곧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 추레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서 때론 한숨이, 때론 눈물이, 때론 격려가, 때론 희망이 마음 깊이 차오르곤 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를 만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그 고뇌와 슬픔을 당차게 마주하며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이를 만난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책 한 권은 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도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종이 위에 새겨진 메마른 글자도 이렇듯 한 사람의 인생에 파고들어 큰 울림으로 남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건만, 살아있는 내 인생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한 구절이 될 수는 없는 걸까? 누군가의 삶을 바꾼 한 인생이고 싶다는 거룩한 욕심이 생겼다. 그런 욕심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면 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얼마나 따뜻해질까?

이혁 목사(의성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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