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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백광흠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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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16일 (토) 01:49:38 [조회수 :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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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모모>, 미하엘 엔데 저, 한미희 역, 비룡소, 1999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하고도 말이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 몇 년 전 독일 ‘슈피겔’지에서 향후 유럽사회를 이끌어갈 사상가, 철학가 몇 사람을 꼽았는데 거기에 한병철이라는 독일의 한국인 교수가 들어가 있었다. 시간에 대해서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은 왜 그토록 빨리, 허망하게 지나가버리는 것일까? 그토록 바쁘게 살았음에도 어째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우리가 직면한 이 문제들은 결코 효율적인 시간 관리 기법 같은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시간에는 향기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향기 없는 시간도 있다.” 시간의 향기라!

 소설 ‘모모’는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사로잡는 판타지 작품으로 전 세계 수천만 독자를 가진 미하엘 엔데의 1973년 작품이다. 발간 당시 정식 이름은 ‘모모, 시간도둑과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한 아이의 이상한 이야기’였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가만히 보면 그의 동화소설 ‘모모’만큼 시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가진 책이 또 있나 싶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회색신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을 아끼라”는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인생을 분과 초로 계산하며 말이다. 이런 식이다.

“당신의 지금 나이가 42세, 하루에 자는 시간 8시간으로 계산해서 4억4,150만4,000초, 하루 일하는 시간 8시간과 밥 먹는 2시간을 계산해서 1억1,037만6,000초, 어머니에게 사용하는 시간 5,518만8,000초, 앵무새 돌보는 15분 1,379만7,000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 30분씩 2,759만4,000초, 잠들기전 명상하는 시간 1,379만7,000초.”

이렇게 회색신사가 이발사 푸지 씨에게 계산해준 그의 남은 시간은 ‘0’이었다. 시간을 따로 저축해 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들고 찾아 가던 시간, 가게를 찾아온 고객과 담소를 주고받던 시간, 잠자리에서 하루를 되돌아보던 시간들을 계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바쁘게 변해 간다.

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우리는 우리 삶을 시간으로, 그리고 그 시간을 다시 돈으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법에 익숙하다.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단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재테크’와 ‘시간 테크’는 현대인의 필수수강목록 아니던가? 미하엘 엔데는 소설 ‘모모’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시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본질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작가는 말한다. “시간이란 삶이며 실은 우리 가슴 속에 깃들어 있는 것,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립니다.”

성서에 “세월을 아끼라”는 구절이 있다. 그 문장의 ‘아끼라’ 그리스어 ‘엑사고라조’는 ‘건져 올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시간을 아낀다는 것은 시간을 건져 올린다는 뜻인 셈이다. 우리는 결국 매 순간 사그라지는 시간을 우리 가슴 속으로 건져 올리기 위해, ‘사랑’으로 빚어내기 위해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이것이 시간이 가지고 있는 향기이고 미하엘 엔데가 말한 가슴으로 시간을 느끼는 방법 아닐까?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며 바쁘게 변해가던 소설 속 마을사람들 이야기는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말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나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지, 또 그 시간의 향기는 어떠한지 이 겨울 다시 한 번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백광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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