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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지구, 정의로운 사회, 건강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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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14일 (목) 00:29:54 [조회수 : 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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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지구, 정의로운 사회, 건강한 식탁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 프레드 반슨 · 노먼 워즈바 지음, 최요한 옮김. 홍성사, 2014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거리를 선택하는 일은 여전히 간단하지 않다. 농약, 화학비료, 방사능, 미세 플라스틱 등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따져보고 구분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실천하기에 너무 어렵고 귀찮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당장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면 가치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먼저 해보는 것도 좋다. 가치관이 달라지면 생각과 관점이 달라지고 행동의 변화도 점차적으로 따라온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 프레드 반슨(Fred Bahnson)과 노먼 워쯔바(Norman Wirzba)는 먹거리, 농업, 환경문제를 신학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우리 말 제목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의 원제는 본래 Making Peace with the Land: God’s Call to Reconcile with Creation이다. 번역된 우리말 제목이 ‘먹거리’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원제는 ‘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현대인들이 ‘생태적 기억상실’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로 인해 만물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망각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대상을 대폭 축소시켜 왔다고 말하며 오늘날의 생태위기를 진단한다. 인간들이 땅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었을 뿐 아니라 실존적으로도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창조세계 및 땅과 분리된 삶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우리가 땅을 대하는 방식을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점차 추상적으로 바뀐다. 

창조세계와 분리된 삶의 방식은 신앙의 문제와 밀접하다. 워쯔바는 “피조물의 몸은 보고, 만지고, 맡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연세계는 물리적으로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연세계와 나누는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에 반응하는 것인 반면 자연세계를 대상화 하고 무분별하게 착취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행위가 된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반슨은 신학을 공부할 때 “바르트, 키에르케고르, 요더 등의 책을 탐독할수록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결국 그는 그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해 “땅을 사랑하는 감성을 지닌 시인과 소설가와 웬델 베리(Wendell Berry), 애니 딜라드(Annie Dillard), 베리 로페즈(Barry Lopez)와 같은 작가들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추상적이고 교리중심적인 종교언어가 지배하는 가르침은 청중들에게 희망이나 도전보다는 허전함을 남겨주게 된다. 종교의 언어는 적색과 녹색 및 다양한 색깔의 감수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반슨은 땅을 함부로 다루는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관점을 갖고 사고하도록 한다. “호렙산이나 시내산처럼 하나님의 임재와 관련된 장소에 석탄이 매장되어 있다면 채굴을 위해 산꼭대기를 전부 날려버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가 그동안 모든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피조물이라는 점을 너무 망각해 왔음을 알게 해준다. 

저자들은 땅에 대한 착취 문제를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탁 문제로 가져온다. 식사란 단순히 영양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다. “식사는 날마다 다른 사람과 땅,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행위이다. 음식을 잘 먹으면 이런 관계는 숭고하게 발전하는 반면 음식을 부실하게 먹으면 삶을 축제로 만드는 영양분의 원천은 형편없어진다” 여기서 ‘잘 먹는다’는 것은 땅을 배려하는 조건에서 생산되는 것, 이를 생산하는 농업종사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조건에서 일한다는 것 등을 포함한다. 땅을 배려한다는 것은 땅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 및 그것들이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를 배려하는 것이다. 반면 음식을 부실하게 먹는 것은 먹거리를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소비자는 음식이라는 상품을 선택할 때 가급적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가축과 농산물이 빨리 자라고, 싼 값에 진열되어 판매되기 위해서는 많은 가치가 왜곡되고 희생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은 모두 자연과, 생산자, 특정 지역이나 국가 혹은 미래 세대에게로 전가 된다. “우리가 먹는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은 아주 비싸다. 가게에 붙어 있는 값싼 정찰 가격에는 농약과 화학비료에 찌든 토지, 오염되고 고갈된 물, 수많은 화석연료, 함부로 취급 받는 동물과 농장노동자들, 갑의 횡포에 짓눌리는 판매자들, 건강보험료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드는 식생활 관련 질병 비용은 빠져 있다.”

마지막으로 워쯔바는 “식사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하는 믿음의 행동이기 때문에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행위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 올라오는 많은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우리 대부분은 무관심하다. 하지만 생태위기의 현실과 신학적 의미를 알게 된 이상 이를 외면하고 드리는 식사기도는 우리의 가식적인 신앙의 한 부분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직면하고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식탁에서부터, 아니 식탁에서조차 가장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신학적인 신앙의 실천을 하게 될 것이다.

(김신영 박사,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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