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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K푸드 한국의 매운 맛! 순창고추장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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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1월 12일 (화) 22:13:29 [조회수 : 3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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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고추장제품을 접할 수 있다. 겉모양은 모두 비슷한 빨간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지만 가격과 맛은 천차만별이다. 언젠가 한번은 저렴하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했다가 너무 맛이 없어서 그냥 버린 적도 있다. 그 후에는 절대 모험(?)하지 않고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판매되는 제품을 구입한다. 

고추장은 김치, 된장과 함께 세계 식품으로 등재된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구입해서 먹는 고추장은 전통적인 발효식품이라기 보다는 각종 재료들을 섞어서 단맛이 나게 만든 고추소스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전통고추장은 최소한 8개월 이상 발효해야 제 맛이 난다. 하지만 공장의 고추장은 이렇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숙성 없이 속성으로 만들어진다. 공장의 고추장이 전통의 고추장맛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 고추장을 담근다면 엿기름으로 곡물을 삭혀 내는 은근한 단맛이 살아있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추장은 설탕과 물엿의 단맛이 가득하다. 메주가루가 사용되지 않는 고추장도 나왔다. 고춧가루의 비율도 판매되는 공산품은 전통적인 방식의 1/3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쌀가루와 물엿, 천일염, 양파, 마늘, 고추장용 콩메주, 볶음탈지대두분(식용유를 짜고 남은 찌꺼기), 산탄검(윤기 나고 찰지게 하는 첨가물), 주정, 발효균, L-글루타민산나트륨(감칠만 나는 화학조미료)이 들어간다. 그래서 직접 담근 고추장은 유통기한이 없는 반면 시중에 판매되는 고추장은 유통기한이 2년이다.

고추장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전라북도 순창이다. 강천산과 섬진강의 맑은 물이 어우러진 순창은 해발 300미터 묘령산맥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옹기형 분지로 연평균 섭씨 13도의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는 천혜의 고장이다. 순창은 매년 안개 낀 날이 77일 이상이다. 공기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박테리아와 발효에 적합한 환경을 갖춰 고추장맛이 좋기로 알려져 있다. 또한 순창고추장은 순창지역에서 나는 질좋은 태양초만 사용한다. 대부분의 지역은 봄에 고추장을 담그지만 순창고추장은 음력 8월과 9월에 담아 겨우내 발효시킨다. 

순창읍내로 들어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아미산 자락의 고추장 민속마을에는 전통고추장 맛을 지키기 위해 1997년부터 이곳에 모인 40여 가구가 옛것 그대로의 순창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대대로 이어온 비법을 유지한 채 최소 10년 이상 고추장을 만들어온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다. 이렇듯 기후와 원료, 이 지역만의 고유 미생물, 그리고 전통적으로 계승 발전되어 온 전통적인 기술들이 잘 어우러져서 순창고추장이 유명하게 되었다. 

순창고추장이 유명하게 된 설이 있다. 고려 말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순창 구립면 산안이라는 마을에 왔다가 한 농가에 들러 고추장이 오른 보리밥밥상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조선을 건국한 이후 그 칼칼한 맛을 잊지 못해 순창고추장을 찾아오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의 임금 중 영조는 고추장이 없이는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고추장을 좋아했다고 한다. 영조는 즉위 24년(1748년) 56세 나이에 심한 현기증과 입안 염증으로 밥을 먹지 못해 기력이 고갈되면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았으나 장남인 사도세자가 궐 밖에서 구해온 고추장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였다고 한다. 영조는 송이버섯, 전복, 어린 꿩고기와 더불어 고추장을 좋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720년에 발간된 이시필이 지은 <소문사설>이란 책에 순창고추장 조법이라는 제조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현재의 제조방법과 굉장히 유사하다. 고추장이 한국인의 밥상을 본격적으로 사로잡은 시기는 18세기 중엽부터이다. 간장과 된장, 김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추장의 매우면서 달달한 이 새로운 맛은 급속도로 조선 밥상을 사로잡았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엮은 가정살림에 관한 책 <규합총서>에는 팔도의 명물중 하나로 고추장이 소개되었을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학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형식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물산변증설>에도 전북 순창의 고추장을 언급했는데 당시 이 지역의 장맛이 어느 정도로 알려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BBC는 “고추장: 매콤하고 트랜디한 한국의 양념‘이라는 제목으로 고추장을 소개했다. 기사를 쓴 BBC TRAVEL팀의 에린 크레이그는 자신이 푹 빠져 있는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제주도에 있는 ’전통된장 학교‘에 입학했던 경험을 담아 기사를 썼다. ”무섭게 빨간 고추장이 한국의 깊은 매콤달콤한 맛의 기초이며 유명한 한국 요리의 매운 맛을 살린다“ ”고추장은 천천히 달아올라 갑자기 확 타오른다. 제대로 사용하면 맵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맛을 초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준다“ ”오늘날 고추장은 미국의 핫 아이템이며 식품도매업체부터 전국 레스토랑 협회까지 모두 새 유행의 맛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류의 열풍으로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고추장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만든 전통고추장 맛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사먹는 고추장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직접 고추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한번 도전해봄도 좋을 듯하다. 고추장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입맛이 당긴다. 오늘은 각종 야채에 고추장 한 숟가락 얹힌 맛있는 돌솥비빔밥을 먹어야겠다. 


찹쌀고추장

재료
찹쌀 500g, 고춧가루 300g, 메주가루 200g, 엿기름 200g, 물 500ml + 1500ml,  소금 130g, 간장 반 컵, 설탕 조금         

만드는 법

1. 찹쌀로 밥을 한다.
2. 엿기름 200g에 물500ml를 넣어서 먼저 불려놓는다.
3. 완성된 찹쌀밥에 불려놓은 엿기름과 물 1.5리터를 추가로 넣어 보온모드로 5시간동안 삭혀준다.
4. 큰 면보에 삮힌 찹쌀과 엿기름을 부어서 물을 걸러준다
5. 국물을 솥에 부어 불을 줄여가며 조려준다.(2L가 900ml정도 줄어들었을 때까지 저어주며 조려준다)
6. 소금을 130g넣어서 섞어준다.(거품기가 있으면 더 편리하다)
7. 메주가루 200g을 부어 섞어준다.
8. 고춧가루 300g을 부어서 저어 섞어준다.
9. 전통간장 반 컵과 설탕을 조금 넣어 섞어준다.
10. 한 나절 정도 놔두었다가 항아리에 넣어준다
11. 고추장 위에 설탕을 뿌려주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12. 입구를 망으로 덮어 막아주고 며칠 밖에서 숙성시키다가 냉장고에 넣어서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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