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꼿꼿이 선채 임종을 맞는다

                     丁 學 鎭

새벽 2시

원로 목사의 위독함을 듣고

주섬주섬 시간을 입는다.

급하게 차에서 내리다 문득

길가에서 죽어가는 가로수

그 서서로운 죽음을 본다.

수도 공사를 하느라

잘못 건든 포크레인 때문인지

영양분을 끌어 올릴만한 힘이 부쳐서인지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죽어가는 가로수를 본다.

집 떠나와 이민 온 후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 가로수의 운명

죽음보다 깊은 세월을 견디며

뿌리 내린 곳에서 선채 임종을 맞는다.

친척도 없는 썰렁한 새벽

둘러서서 울고 있는 식구들에게

마지막 힘을 다해 원로 목사가 외친다.

“나 죽으면 책은 신학교에 기증하고

시체는 길가 가로수에게 비료로 주어라.

동네 거지들을 불러다 잔치를 베풀고

값나가는 물건은 팔아 양로원에 주어라.

아, 뭘 하고 있어. 속히 송장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