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오른손에서 울려 퍼지는 3도 화음들은 그 날 밤의 어두운 색채를 그려 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소리요 깜깜한 밤이지만 그 음색을 통하여 그날 그 어둠의 여러 의미를 바라 볼 수 있습니다. 그 밤의 색채는 사뭇 신비로워 보이지만 엄연한 현실 위에 놓여 있습니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어디서인지 모를 안락함이 느껴집니다. 헤롯의 살기가 벌써부터 느껴지면서도 예언의 성취를 향한 희망이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길을 가고 있는 저들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지만 품고 있는 아이를 살려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3도 화음들이 그렇게 계속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단 한 번, 노래의 3분의1 지점에서 베들레헴에 이르게 될 것을 상상하며 숨을 고른 것 외에는, 그 단 한 번의 페르마타도 사치인양 피아니시모로 처리한 것 외에는, 이 노래의 처음 시작부터 끝나기 직전 까지 3도 화음들은 8분 음표 보폭으로 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하염없이 먼 길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과 강한 의지로 그 길을 걸었는지 악보 위에 빼곡한 8분 음표의 행렬은 소리 이전에 바로크 유화와 같은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편, 피아니스트의 왼손은 느릿하게 절뚝거리고 있습니다. 8분 음표와 점 4분음표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그들이 얼마나 힘겹게 이 길을 가고 있는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버거운 리듬은 ‘Und balde wir werden In Bethlehem sein/이제 곧 베들레헴에 있게 될꺼에요’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베들레헴에 이르게 될 것을 상상할 때와 마지막 일곱 마디를 남기고서야 4분 음표로 바뀌며 잠시 순행할 뿐, 흔들리는 작은 나귀 위에서 마리아는 태중의 그 아기를 온 몸과 맘으로 감싸 안으며 그 리듬처럼 온 몸을 절뚝이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복되었던 그 작은 나귀도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아픔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자기도 모르게 신음하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요셉의 마음은 애가 탑니다. 자신이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의 마음은 지금 너무나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약 10개월 전에 들었던 정혼자의 임신 소식, 그 얼마 뒤에 있었던 천사와의 만남은 놀라움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도 너무나 버거워 애먼 고삐만을 꽉 부여잡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겉으로는, 아내와 태중의 아기 앞에서 그는 의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갑시다 마리아!
조금만 더 갑시다
저기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요
그곳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힘내요 사랑하는 아내여
나의 보석과 같은 이여
이제 곧 베들레헴에 있게 될꺼에요

베들레헴의 따스한 방을 향한 소망도 잠시, 피아니시모의 짧기만 한 페르마타 후에 오른 손 화음이 16분 음표를 이루며 박차를 가하듯 요셉은 다시금 여정을 재촉합니다.

거기서 편히 쉬며 잠들 수 있을꺼에요
저기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요
그곳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내여 당신의 힘이 점점 사그라지는 듯해요
아! 당신이 겪는 그 고통을 
나 견뎌 내기 힘들어요
안심해요! 그곳에 우리를 위한 여관이 있을 꺼에요
저기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요
그곳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힘든 이 시간을 넘길 수만 있다면,
그 좋은 소식을 들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감내할 수 있겠어요
이 작은 나귀마저 줄 수 있겠어요

독일어에 대한 이해가 있으시다면 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노래가 예술가곡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 중의 하나이며 작곡가 볼프가 가사 하나 하나를 음악으로 채색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노래를 듣는 이들은 어느새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단함과 떨림에 공감하며 그들을 응원합니다.

드디어 노래는 마지막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실 그들 여정의 마지막, 베들레헴은 아직도 보이지 않습니다. 요셉이 마리아를 위해, 태중의 아기를 위해 계속하여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었을 뿐 여정의 머나먼 길을 상징하는 8분 음표들은 노래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셉이 노래하는 멜로디의 마지막 음도 화성적인 종지 음이 아니라 그의 노래가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음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렇게 그 여정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요셉은 똑같은 말로 마리아를 위로하며 쉬지 않고 걸어갑니다. 

Schon krähen die Hähne,
komm!
Und nah ist der Ort.

저기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요
자, 갑시다!
그곳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노래가 끝났지만 그들의 여정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PPP가 되어 점점 사라져 갑니다. 그리고 두 번 울리는 4분 음표 스타카토를 마지막으로 정적이 흐릅니다. 그렇게 그들의 뒷모습은 저만치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세 명의 가족은 꿋꿋이 베들레헴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은 오늘 우리에게 맡겨져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전 지구가 신음했던 2020년의 성탄절을 앞둔 우리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하여 이 노래가 갑작스레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인류의 소망이신 아기예수를 품고 어서 우리도 베들레헴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준 페터 안더스/Peter Anders(1908-1954)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려야겠습니다. 예전 작은 교회에 있을 때 성탄이야기를 교인들과 함께 묵상하며 시를 써서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 아내가 썼던 시의 마지막 구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고단하구나 
천사의 말을 따라 살아가는 인생은
그들은 말씀을 이루는 삶을 살았고
그들의 삶은 말씀이 되었다

https://youtu.be/E3GZXH8jJ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