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둘째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독일어와 영어로 ‘Advent’에 해당하는 이 교회력의 첫 절기를 ‘강림절’로 부르고 있지만 저는 고집스레 ‘대림절(待臨節)’이라 부릅니다. 그 이유는 ‘기다림’의 의미를 간직하고 싶어서입니다.

‘강림’은 ‘내려와 임하셨다’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Advent’의 라틴어 어원인 ‘adventus’도 ‘다가옴’ 혹은 ‘도착’이라는 의미로서 ‘기다림’의 의미를 담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단에서 ‘Advent’를 ‘강림절’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셨던 분들 역시 아마 그 어원적 의미를 고려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고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전통은 학문적인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영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으로도 고려되어 전파되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Advent’에는 어원을 뛰어 넘어 그 자체에 ‘기다림’의 의미가 스며있습니다. 서양교회 전통에서는 주일학교 학생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림절이 되면 ‘기다림 초’를 매 주 하나씩 밝힙니다. 처음 세 주는 보라색 초를, 성탄을 앞둔 마지막 주에는 붉은 장밋빛 초를 밝힙니다. 그 날이 가까이 올수록 마음의 기대와 떨림도 상기되고 짙어집니다.

대림절에 우리는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육신으로 나신 아기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나의 친구요 스승이요 구원자이신 갈릴리 예수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종말론적 신앙 가운데 다시 오실 하나님 나라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릴 대(待)’자는 포기할 수 없는 의미입니다. 또한 ‘기다릴 대(待)’자에는 ‘초대(招待)’에서처럼 ‘모시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미 오신 예수를 마음에 모시고 새롭게 오실 예수를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대(待)자는 한국교회의 성도들에게 서양의 ‘Advent’전통 위에 더욱 풍성한 의미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약속-기다림-성취의 흐름 안에 있습니다. 약속과 성취는 그 주체가 하나님의 몫이고 기다림은 약속의 백성의 몫입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이스라엘 민족을 이해하는 열쇳말입니다. 그들의 민요에는 기다림이 스며있습니다.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로 알려진 히브리 민요 가락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기다림’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민요의 선율을 들어보면 그 민족의 주된 정서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한’과 ‘흥’이 있고 일본 민요에는 ‘산화散花’의 정서가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에게는 ‘소박한 진실함이’ 아일랜드인들에게는 ‘안개 낀 켈트족의 영성과 강한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찬송가 104장 ‘곧 오소서 임마누엘/Veni, veni, Emmanuel’은 12세기 라틴어 찬송인데 약속의 백성 이스라엘의 ‘기다림’의 정서가 스며있습니다. 제목부터가 그렇습니다. 우리말 음절과는 맞지 않아 아쉽지만 제목부터가 ‘오소서’에 해당하는 ‘Veni’를 두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다림이 간절하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모두 약속의 백성, 기다림의 백성들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모질어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찬송시의 후렴구는 그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Gaude, gaude, Emmanuel nascetur pro te, Israel.” “기뻐하고 기뻐하라. 임마누엘이 너희를 위해 태어나실 것이다. 이스라엘아”

헝가리의 작곡가요 그의 이름을 딴 음악교육 이론을 정립한 졸탄 코다이(1882-1867)는 노래의 본질과 그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노래 안에 그 민족의 정서가 스며있고 모든 음악은 그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그는 나라 구석구석을 돌며 민요를 채보했고 그 선율들을 바탕으로 ‘무반주 첼로 소나타’나 ‘갈란타 무곡’등 세계 음악사에 남을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음악가들은 민족적 정서에 대한 애정을 갖고 깊이 있게 연구하기 보다는 서양의 음악을 그대로 흉내 내거나 어줍게 국악선율을 갖다 붙이는 데에만 급급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클래식 음악은 엘리트주의와 국악과 양악의 확연한 분열 양상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한편, 어릴 적 성가대에서 노래를 한 코다이에게 있어서 성가곡은 또 하나의 음악적 모국어였습니다. 1943년 작곡가로서 완숙함에 이르렀던 코다이는 ‘Adventi ének/대림절 노래’라는 제목으로 작은 아카펠라 합창곡을 남기는데 여기에 쓰인 멜로디가 ‘Veni, veni, Emmanuel’입니다.

이 곡을 들으실 때 가장 낯선 부분은 찬송가 104장처럼 후렴구 가사 ‘기뻐하라 이스라엘’의 ‘엘’에 해당하는 음을 세 박으로 하지 않고 한 박으로 처리해서 빠르게 넘어가는 것인데 이는  원곡과 달라진 미국 찬송가가 우리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라틴어 가사를 생각하며 끊어 읽으면 그 부분을 한 박으로 처리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뻐하고 기뻐하라/임마누엘이 너(희)를 위해 태어날 것이다/이스라엘아” 이렇듯 말과 음악은 하나입니다.

안타깝게도 기독교 신앙과 그 역사와 정서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이 찬송가는 한국교회의 예배에서 잘 불리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권의 복음주의 찬송선율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약속과-기다림과-성취의 신앙 보다는 욕망과-투쟁과-현실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는 여러 모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 주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대림절만큼은 우리 모두가 이 찬송가를 부르며 약속-기다림-성취라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품기를 원합니다. 아니, 오히려 기다림의 촛불처럼 우리 전존재가 기독교 신앙과 그 역사와 정서 속에 깊이 녹아드는 복된 대림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 분을 기다립니다! Veni, veni!
  
https://youtu.be/xRi1GDoaQ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