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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에 서서...3
지동흠  |  dm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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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11월 28일 (토) 21:08:35
최종편집 : 2020년 11월 29일 (일) 13:17:28 [조회수 :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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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에 서서...3

중부연회 김포지방 푸른언덕교회 지동흠 목사

  다시 빈들에 섰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빈들에 서면... 어렴풋이... 다사로운 주님의 숨결을 느낍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유난한 감정으로 빈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흉내만 내는 건달 농사꾼 주제에 부지런한 농부님들 마냥 늦가을에 아주 말끔하게 밭 정리를 마쳤습니다. 멀칭 비닐과 잡초매트에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밭이라 무성하게도 자랐던 마른 풀이 엉겨 붙어서 여간하지 않은 고된 작업이었으나 몇날 며칠을 호되게 고생한 끝에_결국 하루 반나절은 성서일과 공부모임을 함께 하는 우리 선후배 목사님들 도움 덕택에_어쨌든 깨끗하게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제사 성실하고 부지런한 농사를 해볼 요량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빌려서 쓰던 밭이 갑자기 매매가 되어서 피치 못하게 이 밭을 비워 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파종을 앞둔 새 봄에 하는 밭 만들기도 고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이 고생 끝나 씨를 뿌리고 그 새싹이 뽀록뽀록 솟아오르는 신비를 기대하기에 할 만한 고생이었는데 별 의미도 없이 밭 정리를 하자니 마냥 지난하기만 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러구러 밭을 다 정리해 놓고 다소간 서운한 마음을 눌러 않히고... 6년 전, 이곳에서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처럼 흙에 무릎 꿇고 그동안 이 땅에서 늘 후하게 셈쳐 주시는 은혜를 담뿍 느끼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동안 강화 솔정리 밭에서 농사 지으며 경제적 이득이야 언감생심이었으나 배우고 깨달은 바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대지는 세상의 흉한 모습처럼 치사하고 졸렬하게 따지거나 차별하지 않고 약한 것은 약한대로 강한 놈은 또 그대로 자기의 생명을 꽃피우고 향내 나도록 모든 것을 보듬어주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서투르고 더디더라도 기다려주고 신뢰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망가지고 황폐해져 빈들이 되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새롭고도 멋지게, 고상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게 될 거야.” 다정한 속삼임을 귓가에 들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순간순간 신비와 은총으로 이끌어 주셨음을 고백하며 빈들에 무릎 꿇었습니다.

  어느 덧, 다시 새롭게 교회력이 시작됩니다. 겸손히 낮아지고 비워냄으로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대림절기를 맞이하며... 이 고난의 시기에 낭패와 실망으로 허둥대고 있는 이 세계를 향하여... 늘 모자람 없는 희망으로 격려해 주시는 주님, 다시 선 빈들에서 만나게 된 주님의 다사로운 숨결을 힘입어서... 빛과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려 흘려보내는 저와 여러분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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