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오도 가는 길에서 ⓒ 이필완

배는 물 위에서 최후를 맞는다

                                                        丁 學 鎭

어린 배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속초항 한 쪽 구석에

임종한 배 한 척이

가슴을 풀어헤친 채 떠있다.

기름기 둥둥 떠다니고

쓰레기 이리저리 흐느끼는

항구 물 위가

배가 잠든 무덤

배는

물 위에서 태어나

물 위에서 자라고

물 위에서 최후를 맞는다.

노곤한 심장은

더 이상 쿨럭거리지 않고

이끼 낀 손발도 물살에 썩고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동공

배의 임종은 과정이다.

철 모르던 어린 날도

싱싱했던 젊은 날도

당뇨에 고혈압에 골다공증에

제 몸에서 나온 녹이 쇠를 좀먹듯

제 몸에서 나온 이끼가 온 몸을 덮어갈 때도,

이리저리 나무 관절들이 뒤틀려

삐걱대며 소리를 질러댈 때도

물 위에 있을 때는 늘 행복했다

배는 물 위에서 최후를 맞듯

교사는 교단에서 임종을 맞고

군인은 전장에서,

목사는 강대상 위에서 최후를 맞아야 한다.

나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떠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