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에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분은 탈북민이고 한 분은 목회하는 분입니다. 탈북인 자매에게 호기심으로 이런저런 것을 묻다가 “왜 탈북 하게 되었느냐?”고 탈북동기를 물으니 그녀가 지체 않고 “북한은 열심히 하루 종일 일을 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지만, 남한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탈북 했다.”고 합니다. 남한에 오면 거저 부자 될 것이라는 기대로 탈북한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다는 정치사회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탈북 했다는 말이지요. 그녀는 남한에 오자마자 여러 가지 기술을 배워 일자리 마련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요즈음은 한과(漢菓) 기술을 배워 자기 숙소인 단칸방에서 밤새워 직접 만들어 파는 중인데 판로가 녹녹치 않아 컴퓨터도 배워 인터넷 판매망을 구상중이라는군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단신으로 와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하여 그녀와 헤어질 때 여비나 하라고 돈을 좀 주었더니 막무가내로 안 받으려 합니다. 노력 없이 공짜 돈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또 받을 생각도 없었던 거지요. 하여 억지로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더니 몇 푼 안 되는 그 돈을 자기가 사업하는 데 마중물로 쓰겠다며 큰 결심을 하고 가는군요.

     목회하는 분은 아주 오랜만에 만난 잘 아는 사이입니다. 그분은 성품이 매우 온순하고 착한 분으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개척하여 줄 곧 개척교회를 섬기는 분입니다. 목회자라면 다 알다시피 요즈음 교회개척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대부분의 미자립교회는 몇몇 안 되는 성도로 매월 비싼 월세 주기도 힘들어 부인(사모)이 나서서 생활비를 버는 어려운 가정형편입니다. 요즈음 한국교회의 70%가 미자립교회라니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지 상상이 안 될 지경이지요.

     대화하던 중 그분의 푸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대형교회의 재정수입 운영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대형교회는 매주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 이상 헌금이 들어오는데 그 걸 자기들만 쓰지 말고 어려운 교회에 나누어 주어 어려운교회도 살게 해 주든가 아니면 모든 목회자들이 동등하게 봉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평생 목회해도 월세도 내지 못하는 이런 불평등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겁니다. 나도 가난한 목회자로서 그렇게 말하는 목사님의 처지가 충분히 이해되고 동정이 가지만 그런 생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배적 정의는 아닙니다. 분배적 정의는 각자에게 각자의 정당한 몫을 돌려줌으로써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자유 시장 경제'로 불리며, 생산 수단의 대부분이 사적으로 소유되며 주로 시장의 작동에 의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소득이 분배되는 경제체제이지요. 자본주의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의 획득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업적에 따라 분배 받는 체제'입니다. 사회주의는 사유 재산제를 부정하여 재산의 공유를 실현함으로써 계급 없는 평등 사회를 이룩하려는 사상 및 운동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를 받는 체제'이지만 북한 같은 경우는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지요. 하여 탈북민은 죽도록 일하고 나서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와서 일한 만큼 분배 받으려고 탈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위 목사님은 자본주의 체제에 살면서도 사회주의 체제처럼 분배를 받고 싶어 하니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분배적 정의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스스로 모순에 빠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여 정치와 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배적 정의를 시민들 사이에 분배되는 권력, 명예, 재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봤으며, 각자의 능력이나 업적에 비례하는 몫의 분배를 추구하는 것을 분배적 정의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