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숲

버지니아 숲 속 나뭇잎들이 시시 각각 그 색깔들이

변해가고 있다. 가을은 이제 계절의 무턱을 훌쩍 넘어셨다.

가을은 서쪽 하늘이 황금 빛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석양의 계절이다.  가을은  따사한 햇살로 과일과 곡식의 열매에

맛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이고, 꽃들이 그  향기를 우주 속에

나누는 사랑의 계절이다.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하소서"

내가 좋아하는 수우족 노란 종달새가 읊었던 '인디언 기도문' 의

마지막 구절이다.

어제 아침 커피잔을 들고 식탁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혼자서 " 이 가을이 가면 내 나이도 한 살 더 늘어가겠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옆에서 훔쳐들은 케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육체적 나이가 중요해, 마음의 나이가 중요하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말이지만  그 위로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여보, 마음이 아니라 가슴이야. 마음은 하루에도 5만 번 이상 변하며

변덕을 부리는 생각과 같은 의미이거던. 늙는 다는 것은 육체와

생각(마음)이 굳어진다는 의미야.  그러나 가슴은 시간이 없어.

항상 현재에 머물고 있는 것이 가슴이지.  그래서 가슴은

늙지도 굳어지지도 않지. 늘 현재에 머룰어 있어.

예수가 "어린 아이들 같은 마음이 아니고서는 천국을 맛볼 수 없다" 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 '마음'이라는 단어를 '가슴' 으로 이해하고

있어.  인간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표현적 한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  실제로 진리나 사랑은 언어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하거던.

진리나 사랑은 가슴의 언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가슴으로 느끼는

개인적인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내 말을 들은 케롤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것 같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헀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두 인물에 얽힌 일화를

들려주었다. 한사람은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인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약관 30세의 나이에 세상을

재패하고 33세 나이로 요절했던 마케노니아 전쟁 영웅 알래산더

대왕에 대한 일화였다.

아인슈타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말을 기끔씩 하곤  했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아무래도 인생을 헛 산 것 같아. 평생 먼 하늘의 별들만

탐구하고 살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짜로 큰 별은 내 속에

떠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알랙산더는 자기의 장례식에 해서 이런 유언을 남긴 걸로

알려져 있다.

" 장지로 운송하는 관 밖으로 내 두 펴진 양 손바닥을 내놓고

가도록 해라." 하고. 그의 유언에 "각하 그건 말도되지 않습니다."

하며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알랙산더는 이렇게 부언했다.

"나 같은 천하의 전쟁영웅도 마지막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만 백성들에게 알려주고 싶구나......"

어제 오후 나훈아가 추석  공연후 남긴 말을 두고 장문의

글을 쓴 어떤 논객의 글을 카나로톡을 통해서 보낸 분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그런 글들을 일고 뇌화부동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러면 한 대중가수의 말이 이 세상을 이렇게 요한하게  합니까?" 하는 질문을 그분이 나에게 던졌다. 그 분은 독실한 케토릭 신도도

알려져 있다. 나는 이런 댓글을 그분에게 보냈다.

"세상을 시끄럽게 느끼는 것은 당신 마음이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천국은 내 가슴 속에 있다" 는 말씀의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 아닐까 하고 나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10/05/2020 아침에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