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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겨울 반찬의 별미 양미리구이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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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11월 03일 (화) 21:59:23 [조회수 : 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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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초 이맘 때 즈음이면 속초항에서는 양미리축제가 개최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태풍의 영향으로 조업에 차질이 생겨 올해 어획량은 작년에 비해 60분의 1에 그쳤다고 한다. 이중으로 어민들의 속이 상할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무겁다.

사실 우리가 양미리라고 부르는 생선은 실제 양미리가 아니다. 양미리라는 이름을 가진 생선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양미리는 다 커봐야 10cm를 넘지 못할 만큼 크기가 작은 생선이다. 개체수가 적어 상업성이 없어서 조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접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먹는 생선은 무엇일까? 그것은 까나리이다. 실제 양미리는 까나리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엄연히 학명과 분류가 다른 생선이다. 서해안에서 젓갈로 담그는 까나리를 동해안에서 양미리라고 부른다. 속초의 양미리축제도 정확히 말하자면 까나리축제인 것이다. 까나리를 양미리로 잘못 부르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구전에 구전으로 불러온 것이기에 쉽게 고쳐질 수 없는 현실이다.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양미리로 부를 수밖에 없다.

김장할 때 넣는 까나리앳젓은 봄에 서해안 백령도에서 잡은 몸길이 5cm를 넘지 않는 어린 까나리로 담근 젓갈의 액이다. 맑은 액젓을 내기 위해서는 멸치처럼 작은 생선을 써야 한다. 액젓은 내장 째 발효시키는 것이라 생선이 크면 쓸개의 쓴맛이 맛과 풍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작은 생선을 써야 발효가 잘 되고 액젓을 걸러내는 효율도 높아진다.

원래 양미리는 동해에 서식하지만 까나리는 서해와 동해에서 모두 서식한다. 서해에서 액젓에 쓰던 어린 까나리들은 8월부터 산란기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려 동해로 이동한다. 그래서 우리가 접하는 겨울철 동해안의 양미리는 까나리가 다 자란 성체이다.

성체 까나리, 즉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다. 양미리는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추어 그물로 거두는 것이다. 양미리는 수심 45m내외의 평평한 모래 바닥에서 서식한다. 올해 양미리의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연안 바다 모래 위를 뻘이 덮으면서 모래 밑에 서식하는 양미리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미리는 보통 구워먹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산란기에 든 양미리의 암컷은 몸에 알을 가득 채우는데 ‘살 절반, 알 절반’의 몸을 하고 있다. 내장은 머리 부분에 아주 적은 양으로 붙어있을 뿐이다. 겨울이 양미리의 제철이라고 하는 이유는 겨울에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이 알의 맛 때문이다. 양미리의 알은 아주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을 낸다. 구우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졸이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있다. 양미리를 구워먹을 때는 뼈만 쏙 발라서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다. 생으로 굽지 않는다면 쫀득하게 말려 찌개를 끓이는 것이 가장 맛있다.

겨울철 별미 양미리는 꽁치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생선이다. 수확이 풍성할 때는 단돈 만원이면 50마리를 먹을 수 있다. 한때는 거저 줘도 시큰둥한 대접을 받았던 양미리가 이제는 별미로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겨울에 먹는 양미리는 살이 통통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가을전어의 뒤를 잇는 것은 겨울 양미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양미리는 칼슘이 풍부해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고 단백질과 철분이 많아 건강식으로도 으뜸이다.

첫목회의 추억을 떠올릴 겸 속초의 겨울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양미리 굽는 냄새가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동명항에 가서 강원도 겨울반찬의 끝이라는 양미리구이를 먹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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