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이 다가오면 저는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 몇 곡을 골라듣습니다. 그날만 되면 라디오에서는 특정 가요가 연이어 울려 퍼지지만 기독인들은 그 날이 ‘10월의 마지막 날’이기 전에 ‘종교개혁기념일’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야’합니다.

종교개혁기념일은 처음에는 루터의 생일(11월 10일)로 기념하다가 1617년, 종교개혁의 촉매가 되었던 사건의 100주년이 되는 해부터 10월 31일로 정하여 지켜오고 습니다. 1517년 10월 31일이 바로 루터가 면죄부에 대한 95개의 테제를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의 정문에 붙인 날입니다.

독일의 몇몇 주와 도시들은 종교개혁기념일(Reformationstag)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데 대부분 루터와 바흐가 활동했던 구동독 지역이고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이래로 함부르크와 브레멘, 니더작센과 슐레스빅-홀슈타인 주 등 독일 북부 지역도 공휴일(Feiertag)로 지정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교회력을 따르는 교회는 매 년 10월 31일 직전 주일을 종교개혁 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올 해 종교개혁기념주일을 전후해서 바흐 칸타타 147번을 들었습니다. 이 칸타타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합창곡의 가사가 세상과는 다른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세상 속에서의 사명을 잃어버린 채 물질주의에 굴복하고 성장에만 몰두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그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린 한국교회를 향한 일갈이요 교훈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바흐의 칸타타 147번의 제목은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으로’입니다. 번역의 실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칸타타의 한국어 제목을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라고 알고 있는데 여기서 ‘Leben’은 ‘생명’이 아니라 ‘삶’으로 번역해야 맞습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제목의 오역이 신앙에 관한 한국교회의 오역과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입에 순교를 운운하며 ‘생명’을 함부로 걸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고 묵묵히 ‘삶’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증언하고 그 신앙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귀하기만 합니다. 듣기에는 더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생명’이라는 형이상학적이고 다분히 감성적인 용어 대신 ‘삶’을 통해 우리의 신앙을 펼쳐 내고자 하는 분명하고 실천적인 자세가 한국교회와 우리 각자에게 필요해 보입니다.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Muss von Christo Zeugnis geben
Ohne Furcht und Heuchelei,
Dass er Gott und Heiland sei.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으로
우리 모두 그리스도를 증언합시다
두려움 없이 거짓 없이
그가 하나님이시요 구세주이심을 증언합시다

이 첫 번째 합창곡의 가사처럼 교회의 본연의 소명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구원자이심을 세상에 증언하는 일입니다. 선동과 구호와 무지와 이념이 아닌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일입니다.

가사가 말해주듯이 그러기 위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 없는 용기’와 ‘거짓 없는 진실’입니다. 이단과 근본주의자들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그들의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는 신앙은 참 진리에 닿을 수 없습니다. 거짓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내에도 목사와 교인의 탈을 쓴 세속주의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거짓의 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거짓의 영이 너무 강해 그들 자신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인들, 아무리 그럴싸한 말인들 거짓을 통해서는 물질적으로 성장할 수는 있을지언정 진리에 닿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진리 가운데 바로 서며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있을까요? 칸타타 147번의 마지막 코랄은 그 길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음악적으로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간과되는 부분인데 바흐 칸타타는 그럴싸한 신앙의 언어로 삶과 괴리된 가사를 노래하는 법이 없습니다. 바흐 칸타타는 음악적, 문학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성경적, 신앙적, 신학적으로 늘 분명하고도 정돈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를 살았던 독일인들은  이처럼 분명한 신학을 바탕으로 분명한 신앙인으로 살았습니다.

우리는 예수를 사랑해야합니다. 형이상학적이고 감성적인 언어가 아니라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으로 진정 사랑해야합니다. 늘 예수 그리스도를 기준 삼아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삶을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를 아는 것 이전에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수를 사랑하는 것 이전에 예수께서 먼저 나를 죽기까지 사랑하셨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입니다.

칸타타 147번의 마지막 코랄(영상의 28분 40초부터)은 ‘예수, 인류의 소망의 기쁨/Jesu, Joy of Man's Desiring’이라는 피아노 연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디누 리파티(Dinu Lipatti)의 연주로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신앙이 있건 없건 간에 사랑의 여백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이 음악을 들을 때 예수를 사랑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이름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성가대에서도 이 곡을 자주 부릅니다. 하지만 독일어 가사의 본디 의미를 다 담지 못하여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흘려듣는 것 같아 다시 번역해 보았습니다. 독일인들이 잘 쓰는  ‘in Ordnung'이란 표현처럼 우리의 신앙과 삶은 분명하게 정돈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와 나누는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인류의 참 소망이신 예수를 증거 하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으로!

Jesus bleibet meine Freude,
Meines Herzens Trost und Saft,
Jesus wehret allem Leide,
Er ist meines Lebens Kraft,
Meiner Augen Lust und Sonne,
Meiner Seele Schatz und Wonne;
Darum laß ich Jesum nicht
Aus dem Herzen und Gesicht.

예수는 기쁨이 되어 나와 함께 계십니다
내 마음의 위로와 생기가 되어 주십니다
예수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켜 주시고
내 삶의 힘이 되어 주십니다
내 눈에 가득 즐거움과 빛이 되어 주시고
내 영혼에 가득 보물과 환희가 되어 주십니다
그래서 나는 예수를 떠나지 않습니다
나의 마음과 나의 시선에 예수를 모십니다
 
https://youtu.be/38TS7EOGo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