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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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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10월 30일 (금) 16:32:25
최종편집 : 2020년 11월 10일 (화) 01:52:32 [조회수 :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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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마다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사상을 표현하지만, 일면 언어가 사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이 지닌 문화의 기반이고 그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한 민족이 자신의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그 민족의 혼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한 나라의 언어가 다른 언어의 유입으로 인해서 그 언어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것은 그 나라의 혼이 오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나라에서 자국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 외래어를 배제하려는 언어순화 운동을 벌여 왔다. 이 운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는 1천여 년 전부터 자기네 언어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고 요즘에는 영어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한때 프랑스어와 라틴어에서 들어온 단어들을 제외하려는 언어순화 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언어순화 운동은 국민 정서나 정부 시책 같은 사회적·정치적 국민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어 말살 정책을 폈고, 우리의 선배들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말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주체성을 지키는 것, 다시 말해서 독립운동과 맥을 같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해방된 후에 우리는 우리 말에 들어와 있는 일본어를 배제하려는 국어 순화 운동을 벌였다.

일전에 국감장에서 한 의원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말하자, ‘앙꼬’는 일본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팩트를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는데, ‘팩트’는 영어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우리말에는 영어가 무분별하게 많이 들어와 있다. 영어를 우리말에 섞어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어에 없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가 영어 열병에 걸린 것같이 보인다.

이제 이 영어 병을 치유하기 위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 우리말에서 일본어를 배제하려는 것처럼 영어를 배제하려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데에는 강점국과 우방의 차이가 없다. 우방이라 하더라도 그 국가의 말이 우리말에 들어와서 우리 말을 대신한다면, 그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바로 우리의 혼을 지키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대신하는 영어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고 우리의 우방일 뿐 아니라 미국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들, 미국 회사를 상대로 사업하는 사람들, 영어 조기 교육 등으로 인해서 영어가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고 필요한 언어가 되었다. 영어를 가까이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영어 단어가 우리말에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많이 들어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과도하게 들어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전에 산책을 하다가 ‘피트니스바디타임즈 1:1 PT’라는 큰 글자 아래에 ‘Big Event, 최대 60% 할인’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판을 보았다. 한글로 표기된 영어 단어, 영어 약자, 로마자로 표기된 영어 단어 그리고 우리말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말보다는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광고주는 그 운동 시설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돈을 들여서 그런 간판을 내걸었을 것이다. 이런 간판을 좋아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영어 열병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가 집단 구역에 가서 상점 간판을 보면 2/3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거나 영어와 우리말이 섞여 있다. ‘Reading Club’처럼 영어로 표기된 간판, ‘글로벌라이프코리아’처럼 영어를 한글로 적어놓은 것 그리고 ‘하나투어’ 같이 우리말과 영어를 붙여서 한글로 써놓은 간판이 즐비하다. ‘Cafe Bright’라는 큰 글씨 아래에 조그맣게 ‘카페브라이트’라고 적어놓은 상점도 있었다. 지금 도시의 거리 어디를 가든지 로마자로든 한글로든 영어 단어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집에 들어와서 텔레비전을 켜면, 방송극 이름이 대부분 ‘KBS’나 ‘YTN’처럼 영어 약자로 되어 있다. 연합뉴스 TV에서는 배경화면에 ‘YONHAPNEWS TV’ 라고 전면에 크게 쓰고 ‘연합뉴스 TV’를 오른편 끝에 작게 써놓았다. ‘TV Chosun’에서는 우리말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이 두 방송국 이름이 영어 약자로 된 곳과는 조금 다르지만, 한글로만 표기된 방송국 이름은 하나도 없다.

뉴스 시간에는 ‘News Live’라고, 일기예보를 하면서는 ‘Weather’라고 자막을 띄운다. 우리말로 뉴스를 진행하고 일기를 예보하면서 영어 자막을 띄우는 것은 멋을 부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 WHO’라고 우리말과 영어 약자를 함께 쓴다. 농협과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영어 약자를 앞세워서 ‘NH농협,’ ‘KB국민은행’으로 쓴다. 영어로 이름을 짓거나 영어와 우리말을 함께 사용하면 고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광고 시간에는 ‘LG Puri Care ThinQ,’ ‘CONCERN world wide,’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처럼 직접 영어로 쓰거나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광고가 많이 나온다. 특히 화장품과 약품의 이름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다. ‘Atomy Suncream,’ ‘Baby Dove Rich Moisture Lotion,’ ‘땡큐 훼라민Q,’ ‘메이킨 큐’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렇게 집 안팎에서 영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화장품을 선전하는 데서는 영어가 판을 친다. 로즈화장품에서 나온 국산 세안용 화장품 용기의 앞면에는 ‘CLEANSING SOAP, HIGH STYLE LIQUID’라고 영어로 크게 쓰여 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자로 ‘Alive & Natural skin care system with Clean soap’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CLEANSING SOAP’라는 큰 글자 아래에 깨알 같은 우리말로 그 세안용 화장품의 성분, 사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언뜻 보면 미국에서 나온 화장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광고주들이 이렇게 영어를 좋아하는 것은 영어 이름이 붙은 것은 믿을 만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광고주들에게 있지 않고 영어로 표기된 상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있다. 한국인은 지금 영어 열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영어 열병에 걸린 한국인들은 짝퉁 영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요즘 ‘언택트 시대’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접촉한다는 ‘contact’에서 ‘con’ 대신 ‘un’을 붙여서 ‘untact’를 만든 것인데, ‘untact’라는 영어 단어는 ‘압정을 빼다’를 의미한다. 우리는 ‘언택트’를 ‘비대면’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언택트’는 한국인의 고안물, 소위 ‘콩글리시’이다.

우리는 ‘언택트’의 반대 의미로 ‘온택트’라고 말한다. 그런데 ‘on, off’에서 보듯이 ‘on’의 반대는 ‘off’이다. 영어에서 ‘on’은 ‘un’의 반대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언택트’의 반대 의미로 ‘온택트’를 사용하는 것은 영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영어에 없는 ‘untact’를 만들어내고는 그것의 반대 의미로 ‘ontact’를 만들어냈으니 한국인들은 여기서 이중의 창조(?)를 하고 있다.

우리말에 ‘비대면’이나 ‘대면’ 같은 좋은 말이 있는데, 왜 ‘언택트’나 ‘온택트’를 쓰고 싶어 하는가? 그런데 그 단어들은 영어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면 무식이 드러나는 일이다.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언택트’나 ‘온택트’를 쓰는 것을 보면, 우리의 영어 병은 중증인 것이 분명하다.

교회 안에서도, 그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영어 열풍이 감지된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컨퍼런스나 세미나 같은 단어를 교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KBS나 MBC처럼, 교회에서 운영하는 텔레비전 방송국의 명칭도 CGN, CBS, CTS 등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대학생 선교회들의 명칭도 사회의 유행을 따라서 영어 약자로 CCC. UBF, JOY 선교회 등으로 만들었다. 세계교회 단체의 명칭도 WCC나 NCC로 부른다. 교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영어 단어에는 CCM, 워십, 콰이어트 타임, 미션 트립, 에큐메니컬, 비전, 메시지, 리더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 교회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예배’와 ‘온택트 예배’를 쓰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사회에서 사용되는 것에 비해서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교인들이 영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교인들은 언론 매체의 기자, 작가, 연출자 등으로 활동하고, SK, KB국민은행, 화장품 회사, 광고 업체 등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교회 밖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도 영어 열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교회는 신앙공동체이지만, 사회에서 활동하는 교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영어 열풍은 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치면서

지금 우리가 영어 단어를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YTN의 ‘고운 말 우리말’에서, 연합뉴스의 ‘맛있는 우리말’에서, MBN의 ‘쉬운 말로 우리말로’ 등에서 영어 대신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글날이 되면 매년 한글과 한국어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말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방송의 소극적인 목소리나 한글날에 벌이는 일회성 행사로는 영어 열풍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한때 외제는 무조건 좋고 국산은 좋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열등의식이 남아 있어서 한국의 화장품이 어느 나라의 제품에 뒤지지 않는 지금도 화장품 이름을 영어로 지으면 품질이 우수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어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면 유식하게 보이고 고상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사용하면 고상하지 않다는 말인가! 우리말은 영어에 비해 열등한 언어란 말인가?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주체성의 문제이다.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인해서 한국어가 중병을 앓고 있는 지금. 우리말의 건강을 해치는 영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때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은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어 단어들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말에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는 영어를 배제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런 때에 교회가 우리말 순화 운동에 앞장서면 어떨까? 일찍이 선교사들은 한국에 들어와서 병원과 학교를 세워서 한국 사회를 선도해 나갔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사회를 선도해 나가기는 고사하고 사회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기독교 단체들이나 언론 매체들이 국어 순화를 위한 국민운동에 앞장섬으로써 교회가 사회를 선도해 나가는 운동을 펼친다면,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 단체의 활동 범위를 넘는다고 그리고 복음 전파라는 기독교 언론 매체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을 믿어야 하고 교회의 사명은 복음 전파이기 때문에, 그런 세상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세상을 본받지 말라는 성경 구절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세상을 외면해야 한다고 현실도피를 가르친다. 그런데 세상을 본받지 말라는 말은 육욕을 비롯한 죄악에 사로잡힌 세상 사람들의 삶을 본받지 말라는 말이지, 기독교인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고, 교회는 세상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저 세상에만 관심을 갖거나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세상을 품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품는 일은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셔서 모든 인간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삶을 본받는 일이다.

교회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국어 순화 운동에 앞장섬으로써 사회를 선도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가 이 운동을 통해서 사회를 선도해 나간다면, 교회가 이 사회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좋은 기회를 붙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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