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 너를 만나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설래였어...

며칠 전에 나온  네 피검사 결과가

내가 기대하고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아.

Bill, 고마워."

"난 결과가 그렇게 나올거라고 믿고

있었어.  난 내 육체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이거던..."

6개월 전 내 주치의사인 Dr. Lennon 로부터

"당뇨 경고신호" 진단을 받은 후

케롤에게 내 식사메뉴 전권을 일임했다. 가끔 "내가 당뇨과 싸우기 위해서 사는 놈인가? " 하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짜증도 났다. 그렇다고 해서

케롤의 지휘권에 정면으로 도전해 본 적은 없었다.

난 평소에 케롤에게 사실을 숨기려고

의도적인 거짓말은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러기에는 내 심장이 너무 작아 콩알만 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케롤이 보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간에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상호신뢰다.

 사랑이 없이도 얼마든지 부부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도, 상호신뢰가 무너지면 부부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게 나의 부부관계에 대한  철학이고 신념이다.

솔직히 피검사 결과에 대한 공로의

98%는 폭군 영양사 케롤 몫이고,

1% 는 주치의 Dr. Lenon의 약처방과 조언,

나머지 1% 는 그들을 믿고

충실히 따른 나의 순종 탓이리라.

지난 10여년 이상 나의 주치의 Dr. Lennon 이

내년 3월에 66세 나이로 은퇴하겠다고

나에게 통보했다.

그 말은 나에게 건내는 레논의 얼굴표정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왠지 쓸쓸해.보였다.

10여년 전 내가 레논에게

"네 직업적 경험으로 봐서 몇 살이

은퇴에 가장 적합한 적령기 나이라고 생각하니?" 하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닥터 래논은 이 지역에서 유명한

노년 전문의 의사다.

" Bill, 그런 질문을 내 고객들에게 받을 때마다

이렇게 충고 하곤 하지"  " 은퇴에는 일정하게

정해진 적령기 나이가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그 때가 바로 은퇴할 나이입니다." 하고..

그의 충고에 따라 나는 63세에 조기 은퇴를 선언했었고,. 몇 년간 내 직업을 떠닜었다.

그런 그가 내년에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너는 내 의사이기 이전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친구야. 너 혼자만 그렇게

훌쩍 은퇴를 하면 나는 어떻게 하니?

내가 완전 은퇴할 때까지만 기다릴 수는 없겠니?"

"글쌔... 나도 좀 섭섭하긴 해.. 나는 환자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거든.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보람과 기쁨도 느끼지만

가끔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해.

돈은 남은 여생을 즐길 수 있을만큼 충분히 벌어두었고 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한 번 해보려고.  그동안 나는 너무 일만

하고 살아왔어.."

"네 와이프도 네 은퇴계획을 찬성하니? 내가 아는 의사들 중에는 부인들이 돈세는 재미로 남편의 은퇴를 반대하는 경우도 많던데..."

"나도 알고 있어. 나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내 조기은퇴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사림이

내 와이프 였어"

"은퇴하면  뭘하며 살려고?"

"사우스 케로나에 세컨 하우스를 한 채

사두었거던. 그곳으로 이사를 가서 여유있게

자연를 즐기며 '생명운동'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

"오늘이 너의 마지막 진단이겠구나.

너무 섭섭하다. 난 너를 두고두고 그리워하세 될꺼야."

"Bill, 네가 좋다면 친구 닥터 벨을 너에게

특별히 부탁해 둘께.나이가 50대 초반이라서 앞으로 15년간은 너의 친구 의사로 지낼 수 있을꺼야.

Bill,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너는 내가 만났던 어떤 환자들 보다 독특한

사람이었어. 너의 의사라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

09/29/2020 병원을 나오며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