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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할 따름[설교] 시103:13-18, 청파교회 김기석목사의 주일설교 음성듣기 (2006/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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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1월 05일 (일) 00:00:00 [조회수 : 3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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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할 따름
시103:13-18
(2006/11/5)
 음성으로듣기
[부모가 자식을 가엾게 여기듯이,
주님께서는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신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창죄되었음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며, 우리가 한갓 티끌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고, 피고 지는 들꽃 같아, 바람 한 번 지나가면 곧 시들어, 그 있던 자리마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에게는 주님의 사랑이 영원에서 영원까지 이르고, 주님의 의로우심은 자손 대대에 이를 것이니, 곧 주님의 언약을 지키고
주님의 법도를 기억하여 따르는 사람에게 이를 것이다.]
• 어두운
날 본 모든 것은 어둠이다
저는 요즘 교인들의 얼굴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행복한 얼굴, 환한 얼굴을 찾아보지만 그런 얼굴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표정 없는 얼굴, 찌푸린 얼굴,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 교우들을 볼 때면 제 마음도 절로 어두워집니다. 할 수만 있다면 교우들의 얼굴에서 수심의 그늘을 벗겨드리고 싶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좋고 싫음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길 안내자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인생에 어찌 좋은 일만 일어나겠습니까. 하는 일이 다 잘 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꿈일 뿐입니다. 인생은 그래서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어둠과
빛, 실패와 성공이라는 재료를 골고루 이용해서 아름다운 태피스트리(tapestry)를 짜는 고단한 인내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재료를 가지고도 다채로운 빛깔의 고운 무늬를 만드는 이도 있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칙칙한 무늬를 만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 마음이 빛을 향해 열려 있느냐, 어둠을 향해 열려 있느냐’입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삶의 조건이 참 어려운 사람인데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남에게 활력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삶의 조건은 좋은데 늘 화난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남의 기분조차 망쳐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인 오규원은 “어둠이 어두운 게 아니라 어두운 게 어둠”이라고 말했습니다. 좀 알쏭달쏭한 말이지요? 어둠은 어떤
실체가 아니라 그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어두운 것일 수도 있고 밝음일 수도 있다는 말일 겁니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모든 것은 어둠이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꽃도 사랑도 청춘도 어둠이고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태양도 어둠이다.
그러니까 어두운 것으로 뭉친 어둠은 어둡지 않은 날 봐도 역시 어둡다.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중에서)
어두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꽃도 사랑도 청춘도 태양도 어둠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행복의 느낌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을 즐기고, 생을 누릴 줄 아는 정신의 탄력을 잃었기 때문일 겁니다. 너무 바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사회적 박탈감은 점점 커지고, 물가는 자꾸 오르고, 계층간의 위화감은 점점 커가는 것 같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한번 뿐인 인생인데, 시간에 쫓기듯 살면서 화난 표정으로, 혹은 맥이 빠진 상태로 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생명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에 대한 모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전환거리를 찾습니다. 여행도 떠나보고, 여가 생활도 누리고, 쇼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 믿는 사람들은 그럴 시간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예배당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이 저 세상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 받은 복을 세어라
그러면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정신적 무기력과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찬송가 489장은 우리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내려주신 주의
복을 세어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저는 가끔 이 찬송가의 가사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사실 지난 10월 한 달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저도 웬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힘에 겨워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칠 때면, 저는 슬그머니 본당으로 올라와 관상 기도를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한 후 하나님이 내게 주신 복을 하나하나 꼽아 보았습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피곤이 가시고, 정신적 활력이 되살아났습니다. 임상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감사의 마음보다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시편 시인은 “부모가 자식을 가엾게 여기듯이, 주님께서는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신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유한함을 자각하면서 느끼는 경외감을 말하는 것입니다. 루돌프
오토(Rudolf Otto, 1869-1937)라는 학자는 두려움과 매혹과 절대적인 평안함을 가져오는 이런 하나님과의 만남을
누미노제(Numinose)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시편 시인은 하나님께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을 어버이의 심정으로 대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버이의 마음은 바다와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주는 바다, 그래서 바다 ‘海’ 자에는 어미 ‘母’ 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 힘겨우십니까? 그렇다면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가 마음을 하나님께 들어 올리십시오. 우리 마음에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분노,
욕망, 절망, 두려움 등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내놓으십시오.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숨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십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우리에게 두 가지로 들려옵니다. 첫째는 산꼭대기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우리에게 엄격하게 들려오는
음성입니다. “∼ 하지 말라” 혹은 “∼ 하라”의 형태로 들려오는 이 음성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자아내지만, 사실은 우리 영혼을 더 높고 거룩한
세계로 부르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자비와 용서의 음성, 부둥켜 안는 따뜻한 품과 같은 음성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죄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속삭여주시는 음성입니다. 오늘의 시인은 이 두 번째 음성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시는 까닭은 “우리가 어떻게 창조되었음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며, 우리가 한갓 티끌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밀려오는 슬픔의 파도에 밀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의 슬픔과 고통과 당혹스러움이 이미 하나님의 아파하시는 사랑에 삼키웠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걸 아는 사람은 낙심할 수 없습니다.
• 생은
고마움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삽니다.
기쁘게 아침 해를 바라보다가도 슬픔에 차 저녁 해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긍정하며 씩씩하게 걷다가도, 어느 순간 맥이 빠져 자기를
비하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이 참 무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고, 피고 지는 들꽃 같아,
바람 한 번 지나가면 곧 시들어, 그 있던 자리마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노래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가을이 순식간에 겨울에 자리를 내주듯이 우리가 사랑하는 젊음의 때도 덧없이 지나가 버립니다. 명예와 인기도 한 순간이고, 권력도
무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뜨거운 사랑의 감정도 3년을 넘기 어렵답니다. 우리 생을 든든하게 떠받쳐줄 것 같은 돈도 손사래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이 정말 허무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은
신비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보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선물입니다. 재산, 사상, 언어, 생명 가운데 어느 것도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시간을 선물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래서 함부로 살지 못합니다. 그는 매 순간 하나님이 주시는 미묘한 은총에 마음을 모으고
삽니다. 고통의 시간에도 슬픔의 시간에도 아름다움은 있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고통과 슬픔에 눈이 가리워 마땅히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두운 날 바라본 모든 것이 어둠이라지 않습니까? 저는 믿음이란 시커멓게 하늘을 가리운 먹장 구름 너머에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노래합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에게 주님의 사랑이 영원에서 영원까지 이르고, 주님의
의로우심은 자손 대대에 이를 것이니, 곧 주님의 언약을 지키고 주님의 법도를 기억하여 따르는 사람에게 이를
것이다.”(17-18)
우리가 고통 중에도 낙심하지 않는 것은 주님의 사랑과 의로우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이 우리 생을
든든히 세워줍니다. 이 믿음이 우리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생이 고마움임을 알게 되고, 생이 고마움임을 알 때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그
분의 일을 위해 쓸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곧 감사입니다. 돌려드림은 스스로 빈곤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드리기 위해 비워낸 그 자리는 하나님이 거하실 자리가 됩니다. 그때 우리는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평안함을 누리게 됩니다.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이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는 또 소유에
대한 집착이 적기 때문에 다른 이에 대해서 관대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오늘 우리의 표정이
어둡고, 말이 거칠고, 행동이 무례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생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감사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해서 세상의 어둠에 눈을 감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의 불의와 모순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
곁에 다가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의로우심이 결국은 승리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어두운 날 바라본 모든 것이 어둠인 것처럼, 우리 영혼이 하늘의 은총으로 환히 빛날 때 바라보는 모든 것은 빛일 겁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우리 모두 정신적 무기력과 우울을 떨쳐버리고, 사람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빛의 일꾼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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