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원거리 혹은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진 요즘, 사람들은 환경이 좋아 바이러스가 없을 것 같은 근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비록 인종과 국적과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은 다 엇비슷해서 로마 사람들도 그런 곳을 찾고 있는데, 그때 인기 있는 곳들이 바로 오늘 언급할 로마 주변의 소도시들이다. 이탈리아에는 방문할 만한 소도시들이 많지만 오늘은 1)로마를 중심으로 2)오랜 역사를 잘 보존하며 3)당일 여행이 가능한 지역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1. 치비타 디 반뇨레조(Civita di Bagnoregio)

치비타 디 반뇨레조는 로마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혹은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동선에 방문할 수도 있다. 천공의 성 혹은 죽어가는 마을 등 다양한 수식어로 묘사되는 마을로써 마을이 위치한 언덕 주변의 땅이 침식되면서 놀랄만한 풍경을 보여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까지는 연결된 다리를 통해서 접근해야 하는 곳으로 안개가 낀 날에는 더욱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 사진 1. 치비타 디 반뇨레조 전경

이 마을의 역사는 로마가 이탈리아에 세워지기 전에 이탈리아 지역을 지배했던 에트루리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무역로 상에서 중요 거점이었다. 구글 지도에서 위성사진으로 봐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크지 않은 마을인데, 전체를 둘러보는데 30분 내외면 충분하다. 심각한 병에 걸렸다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에 의해 기적적으로 치유 받은 성 보나벤츄라의 동굴이 유명한데, 에트루리아 시대에는 무덤이었으나 중세에 교회로 바뀌었다.

▲ 사진 2. 위에서 바라본 치비타 디 반뇨레조

2. 오르비에토(Orvieto)

오르비에토는 치비타 디 반뇨레조와 가까워 함께 묶어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오르비에토의 역사는 로마 제국 이전의 에트루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는데,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다 보면 평야 중간에 언덕처럼 솟아오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은 하천의 침식으로 인해 형성된 화산암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지형상 방어에 유리하여 13-14세기에는 교황의 은신처로 이용되었다. 마을 지하에는 고대부터 파 놓은 거대 동굴과 여러 통로들이 발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 사진 3. 오르비에토 전경

카엔 광장을 시작으로 해서 구시가 지역을 돌아보게 되는데, 공화국 광장에서 두오모 광장까지가 구시가의 중심이며 한나절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13-16세기에 걸쳐 완성된 로마네스크/고딕양식의 두오모에는 ‘루카 시뇨렐리’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이, 천장에는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심판하는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다.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적에게 포위될 경우를 대비해 만든 ‘산 파트리치오 우물’, 약 3000년 전부터 지하에 파기 시작하여 그 넓이가 구시가 면적보다 넓다는 동굴과 통로들도 방문해 볼만 하다. 또한 달콤한 맛의 백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지역으로 주변 와이너리들을 투어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 사진 4. 오르비에토 두오모

▲ 사진 5. 오르비에토 동굴과 미로

▲ 사진 6.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와이너리

 3. 티볼리(Tivoli)

티볼리는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언덕에 위치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황제와 귀족들의 별장지로 번영한 전원도시로 티볼리에는 빌라 데스테, 빌라 아드리아나, 빌라 그레고리아나 등, 로마 건축술의 백미인 빌라들이 있다. 빌라는 별장이라는 뜻으로 이곳이 피서지로 애용되었음을 보여준다. 티볼리는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분수들의 향연과 영화에 등장하는 울창한 숲과 커다란 고목들이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먼저, ‘발라 에스떼’를 방문하라. 원래 베네딕트회 수도원이었는데 추기경 ‘이폴리또 데스떼’가 은둔했을 때 별장으로 개축했다. 나폴리 출신의 건축가 ‘피로 리고리오’를 기용해 화려한 분수정원을 만들었다. 고대 건축에 관심 갖고 연구했던 그가 만든 정원에는 동물이나 여신의 얼굴을 본뜬 여러 작품들이 있고, 빌라 옆에는 베네딕트회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회’가 있다.

▲ 사진 7. 빌라 에스떼 전경

▲ 사진 8. 빌라 에스떼 복원도

둘째, ‘빌라 그레고리아나’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에 의해 정비된 정원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 속에서 나타나는 낙차 100미터 이상의 커다란 폭포가 멋지다. 골짜기로 내려가는 하이킹 코스가 준비되어 있고, 가는 길에 시빌라의 동굴, 베르니니의 폭포 등이 있다. 건너편 기슭의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위에는 기원전 1세기 베스타 신전 유적과 티볼리를 건설했다는 티부르누스를 모신 비릴라 신전도 볼 수 있다.

▲ 사진 9. 빌라 그레고리아나 전경

▲ 사진 10. 빌라 그레고리아나 복원도

마지막, ‘빌라 아드리아나’다. 이곳은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AD 118-130년까지 건설한 별장이다. 그는 자신이 순행했던 동양의 명소들을 재현하는 등 여러 독특한 건축을 시도했지만 별장 완성 후 4년 만에 죽는다. 이후 황제들은 이곳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빌라 아드리아나의 존재는 점차 잊히면서 도굴까지 당해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된 19세기에는 가치 있는 미술품들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꿈꿨던 세상의 전모는 밝혀졌다. 아테네의 채색 회랑을 본떠 만든 ‘페칠레’(장방형의 연못)와 이집트 ‘오시 카노푸스’에 있던 세라피스 신전을 모방한 카노포 외에 극장, 공동욕장, 도서관 등의 유적을 볼 수 있다.

▲ 사진 11. 빌라 그레고리아나 전경

▲ 사진 12. 빌라 그레고리아나 복원도

이탈리아의 대도시들을 방문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대도시 근교의 지방 소도시들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도시의 개발과 확장에서 벗어나 있기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소도시들이 이탈리아에는 많은데, 그런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