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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과 적응성으로 대접받는 식재료 당면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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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9월 29일 (화) 19:18:29
최종편집 : 2020년 09월 29일 (화) 19:18:46 [조회수 : 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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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다가오지만 코로나로 인해 명절이동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가서 함께 추석명절 음식을 함께 나눌 것이다. 오늘은 명절 음식 중에 잡채와 다른 음식의 재료가 되는 당면의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당면의 발상지 중국에서는 당면을 ‘펀쓰’(粉丝)라 부른다. 중국에서 ‘펀’(粉)은 순수한 녹말을 뜻한다. 물론 녹두녹말을 이용한 요리는 7세기 “제민요술”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요리법이지만 순수한 녹두녹말을 작은 구멍에 밀어내어 실처럼 만든 것이 펀쓰(粉丝)다. 펀쓰의 발생지는 산둥성 옌타이 자오위안으로 3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중국의 자료들은 적고 있다.

녹말을 사용해 면을 뽑아서 내리는 압착면(壓搾麵)이라는 점에서 당면은 함흥냉면과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 음식이다. 녹말로 만든 당면이 음식 문화로 본격화되는 것은 산둥성 사람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는 19세기 후반 이후다. 산둥의 룽커우(龍口)는 청나라 말기 중국인의 해외 진출 시 이용하는 중요한 항구 중 하나였다. 쟈오위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룽커우항을 통해 중국인들은 펀쓰를 홍콩이나 태국 등으로 수출했다. 19세기 말 조선에 진출한 중국인들은 대부분 산둥성 출신이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펀쓰와 펀쓰를 이용한 요리가 이때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수입해 오던 당면을 제일 처음 한반도에서 생산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1906년 경의선 열차가 완공되면서 새로운 도시들이 탄생한다. 경의선의 종착역인 신의주와 중간거점인 사리원은 대표적인 신흥도시였다. 황해도의 풍부한 곡물은 사리원을 통해 경성과 평양으로 실려 나갔다. 1912년 화교(華僑)로부터 당면 제조법을 배운 일본인이 평양에 소규모 당면 공장을 세우고 적은 양이지만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1920년 사리원에는 평양출신 양재하(楊在夏)가 광흥공장이라는 대규모 당면공장을 세워 광흥당면(光興唐면)이라는 상표로 대량생산을 하면서 크게 성공한다. 1935년에는 사리원 공장에서 만든 당면 360톤이 일본에 수출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당면은 1920-30년대에 들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24년 방신영이 지은 ‘조선요리제법’에는 당면을 이용한 잡채가 처음 등장한다. 이전의 조선시대 잡채는 각종 채소와 해삼, 전복 등 해산물을 곁들여 겨자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형태였지만 당면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당면을 이용한 잡채가 대중화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당면은 순대의 대중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재료이다. 1960년대 말부터 일본 등 외국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본격화되자 돼지 부산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주요수출국인 일본에서 돼지의 머리, 다리, 내장은 수입하지 않았기에 싸고 단백질이 풍부한 돼지 내장에 보관이 쉽고 싸고 푸짐한 식감을 주는 당면은 최고의 식재료였다. 1970년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시장, 신촌 시장 등 시장에서 당면을 넣은 순대는 도시로 모여든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인기였다. 1960년대 말 신림시장에서는 당면순대에 당면과 야채를 섞어 철판에 볶아주는 순대볶음이 개발되었고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신림시장 주변의 구로공단의 노동자들과 서울대학교의 가난하고 배고픈 청춘들이 순대볶음을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당면은 겨울에 가장 많이 팔리는 식재료 중 하나다. 겨울 보양음식으로 꼽히는 곰탕이나 설렁탕에 당면이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총 당면시장의 규모는 약 1000억 원 규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당면을 만드는 공장은 몇군데 남아 있지 않고 대부분의 당면은 당면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에서 수입하고 있다.

당면은 특별한 맛이 없지만 매끄러운 식감과 무색무취한 당면은 다른 재료와 섞이면 그 재료의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특징 때문에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잡채는 당면이 주재료이지만 불고기, 찌게, 삼계탕, 곰탕, 부대찌개, 감자탕, 떡볶이, 찜닭, 김말이튀김 등의 한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부재료이다. 그런면에서 당면은 수용성과 적응성이 좋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명절에 가족들 함께 모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어주고 그 분위기에 적응해보자. 언제나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수용성 있고 적응력 있는 사람이 당면처럼 대접을 받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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