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일의 친구 이일배

화율군,
내가 자네를 잘못 건드린 모양이군그려.
그 부분은 건드리는 것이 아닌데...쩝!
그런데, 자네는 ' 열 받아서' 매우 심각하게 말한 것 같은데,
나는 읽다가 또 배꼽을 잡고 웃고 말았네 그려.

자네의 일장 설교 중에 일단 다음의 표현으로 내 질문의 답은 찾았네.

"내가 자네가 행복하길 빈다고 하여
자네가 현재 불행하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 듯이....
자네가 주님 안에서 변치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었네.
그러니 내 말에 너무 긴장하지 말게."

"긴장'했다"고 표현한 부분이 좀 맘에 안 들지만
지난 번 "자네가 삐쳤는지" 알았던 내 실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접수하네. 흘흘...

그리고 다음의 표현도 정중히 접수하네.
"난 바람 같은 존재요, 남과 논쟁하는 것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네.
그러니 다음부터는 내게는 시비를 걸려고 하지 말아 주게.
나는 내 믿음만큼은 고수하되 이론적으로 따져서 이기고 싶지 않으니까."

그와 동시에 나도 똑 같은 부탁을 자네에게 하고잡네.

제발 거 민감한 종교적 얘기를 꺼내서 시비 걸지 말고,
우리 다른 얘기들로 재미있게 지내세.
거 텃밭 가꾸는 얘기 같은거 좀 좋은가?
아니면 아이들 교육 시키면서 겪는 에피소드나 교훈 같은 거 말야.

좌간에, 언제 한 번 푸성귀 싸들고 올건가?
아니면 내가 자네 집으로 갈까?
8월엔 나도 좀 한가할 것 같은데, 함 만나서 상추쌈 먹자구.
아,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집엔 열대야가 없는 동네라네.
오히려 밤엔 아직도 쌀쌀해서 이불 덮고 잔다네.
그러니 그 아반떼 몰구 우리 집으로 한 번 놀러 오세 그려.

2005-07-19 12:35
황금술사가... (맘에 드나?)

[답신]

내가 그 놈의 차에 놀라고 데인 후
영 운전할 기분이 아니어서
죽음을 부릅쓰고 헉... 용인까지??? 미안하네.
차라리 자네가 부산에서 배운 운전 솜씰 발휘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으이....

나야 먹는 거라면 뺄 리 없지.
벌써 군침이 넘어가네.
삼겹살은 요샌 자네같은 신흥 귀족이나 먹고
나같이 몰락한 몰락 중산층은
풋고추나 양배추쌈이면 끽하지.

세 문민 정부가 잇달아 착한 국민에게 해 놓은 일이란 게 고작
경제를 다 죽여 서민들 등골 휘게 하고
실업자들이 길과 거리에 나앉게 하고
고래의 좋은 민족 전통을 다 까부수고
여자들 좋은 세상 만들려고 가정 박살내고
청년 실업자 50만 명 이상 양산하지 않나
가난한 시절에도 겁없이 먹던 삼겹삽마저
못 먹어 보게 만드는군...

자네와 정다이 살던 날들을 회고하니
돌아가신 아버님이 나더러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네.
'넌 형제 가까운 데서 살아라."
혈육의 형제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영적인 형제들에게도
딱히 어울리는 교훈이라는 생각이 드네.

대학 1학년 때 영락기도원에서 자네를 처음 만나 알면서부터
우린 교회와 선교회 일로 거의 붙어 살다시피 했었지.
대학 시절 동교동에서 고려대 팀 멤버로 한방살이 하면서
밤마다 자네의 태권도 긴 발차기와 나의 유도 기술을 겨루면서
업치락뒤치락하며 놀았지.
그걸 두고 우리 사이을 천적이라고 했던가?
그럼, 섭한 말씀이지.

자네의 신혼집은 현재는 (주)지학사 본사건물로 우뚝 섰지만
장마철마다 비가 새는 빈 공장의 단칸방 아니었던가?
게다가 어린 딸 한나는 머리를 박박 밀고
맨날 울어서 내가 수덕사의 여승이라고 놀려 미안하이.

그 때 난 2층양옥 두 칸짜리 집에서 자네 집을 내려다 보며
제법 그럴싸한 신방을 차렸고...
자네와는 1분 거리에 살며 즐겁게 지냈지.

이상벽의 '함께 풀어 봅시다'에 자네 부부가 2승했다는 말 듣고
우리 부부가 4승 전승을 하는 바람에 자네 코가 납작해졌던가? ㅋㅋ

하지만 자네가 (주)한화를 그만두고 IBM에 입사한 후로
내가 사는 집은 점점 초라해지고 자네 가세는 일취월장했지.
우리가 화곡동 시범아파트에 살 때에
자네 목동아파트 분양 보증을 안 서 줘서
지금도 정말 면목이 없네.

목동에 살 때만 해도 서로 맘 내키면 한달음에 오갈 수 있었지만
잠시 뜸하게 지내다 자네가 암웨이 사업을 시작할 적에는
우리가 사는 부평 현대아파트에 또다시 뻔질나게 드나들었지.

하지만 이젠 자넨 대궐 같은 용인의 하이빌에 살고,
나는 처량하게 전세살이를 한다네.
머잖아 2년 만기가 도래하여
늘어만 가는 허접살림을 또 어찌 옮길지 한숨만 나오네 그려.
50평 넘어 남아도는 자네 빈 방 구석에
내 짐을 부려 놓을 수도 없고...

자네 집들이 할 적에 집사람은 자신의 초라함이 비교되어 싫었던지
가기 싫다는 걸 등 떼밀다 싶이 하여 겨우 데리고 갔었네.
친구들이 아무리 빈부로 갈려질지라도
우정은 떨끝도 변치 말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찾아갔건만
화장품 수입상으로 잘 나가는 조형과 자네는
골프 이야기만 해서
주공에서 실직한 양석이와 박봉의 나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기죽고 낯설어져 괜히 왔었나 하는 후회마저 들더군. 쩝쩝...

친구도 경제에 격이 안 맞으면 어룰리는 게
서로에게 짐만 될 뿐이란 걸 나중에야 철들어 알고 말았던 거야.

또다시 신혼 때처럼 눈물 밥을 먹고 마시며
격의 없이 지내자는 제안은 고맙고 달지만...
뱁새가 어찌 황새걸음을 따라 갈 것인가?
자네가 밥을 두 끼를 내면 나는 한 끼라도 보답해야
깁앤테이크가 될 것인데...
내가 자존심 없이 사는 데 익숙한 인간이지만
천하부고 출신인 집사람을 보아서도
잘 사는 친구들에게 빌 붙는 일은 어렵게 생겼네.

지난 3.1절 양지 파인리조텔에서 올 여름엔 일본 북해도 여행이야기도 꺼냈지만
호구에 풀칠도 어려운 살림에 그런 호사한 여행은 먼 훗날로 미뤄야겠네. 미안허이.

자넨 전 번에 쓴 내 말이 고리타분하고 허망한 종교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 세상에 달리 소망이 없는 나 같은 부류들은
성서에 대한 믿음이 현실적인 내 삶의 전부요
희망이란 걸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네.

부자들은 이 세상으로 족하겠지만,
가난하게도 말고 부하게도 해 주지 말라고 빌었던
나같은 사람은 비록 그 응답은 현세에서 받았건만
주님이 좐 14장 1절에서 약속으로 말씀하셨듯이
하늘에 예비하셨다는 맨션(대저택) 외에는
집에 대한 꿈이 달리 없다네.
그나마 돈 안 되는 시골 땅에 흙집을 지을 공간은 있다지만
나는 땅에 쌓아 놓은 재산에는 미련이 없어져서
없는 듯이 살고 싶네.

친구들이 흉허물 없이 다시 만나 노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몇 해 전 세 부부가 충주호에서 즐거이 보내고
더 여러 해 전 다섯 부부가 동반하여 제주도를 돌며 놀 때가 그립기는 하네.

아참, 미국에서 미주 부부가 동교동 홈에 오고
오스트리아에서 진선이 부부가 돌아왔다고 하네.
방학을 맞으면 그 집에서 하룻밤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네.
미주네도 우리들의 부부모임 멤버들과
같이 만나 봤으면 하더이.

자네가 언제 한가해지면 이사 가기 전 우리 누옥으로 놀러 오게.
시원한 냉콩국수나 들깨수제비 집에서 내가 한턱 쏘고 싶네.

한나와 설민이, 한나 엄마에게 안부를 전해 주게....

2005-07-20

늘 자넬 웃겨주는 친구 일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