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자료에 충실한 동시에 사료 내용을 편견이나 선입견 등 기타 종교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끝까지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법을 포함해, 엄격한 사료 비판과 사실에 충실한, ‘있는 그대로의 역사’ 서술을 강조하는 역사 연구 방법론의 시초라 평가 받는 레오폴드 폰 랑케는 로마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로마는 호수와 같다. 로마 이전의 모든 역사는 로마로 흘러들어갔고, 로마 이후의 역사는 로마로부터 흘러나왔다.”

철저한 사료에 근거해서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를 재현하려 했던 대학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로마를 방문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동의가 되는 말이다. 로마는 오늘의 영국 북쪽 끝에서 아프리카 대륙 북부 및 실크로드의 기착지인 근동 지역을 아우르는 대제국이었다. 정복 전쟁을 통해 제국을 넓혀 나간 군사국가로 성장했지만, 후에는 식민지 전역에 공고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헬레니즘 문화의 전파 및 계승 국가로 자처했다.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하여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력이 워낙 방대하고 지대하여 모든 역사가 흘러들고 흘러나왔다는 평가가 과대포장 된 것은 아니다. 로마 이후에 다시 그와 같은 제국이 일어나지 못했는데, 오늘날 미국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여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말이 세간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당시 로마의 위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로마는 초기 도시국가에서 시작하여 왕정을 거쳐 공화정, 다시 제국으로 발전하는데, 특히 큰 업적을 이룬 시기는 제국의 시기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는 로마제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로마가 제정국가로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기독교가 시작됐고, 로마는 변방 식민지 유다에서 일어난 신흥종교를 핍박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로마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번성했고, 마침내 로마를 신앙으로 정복했다.

그래서 로마는 기독교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 거기에는 초기 기독교의 유산뿐만 아니라, 중세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기독교의 유산들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로마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류사적 유산도 지닌 도시이다. 따라서 로마 여행에 관한 다양한 가이드가 있는데, 거기에 어떻게 한 몫 보태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 초기 기독교 관련 유적지를 중심으로 로마를 소개해보기로 한다.

▲ 콜로세움 전경

▲ 콜로세움 복원도

먼저, 콜로세움이다. 콜로세움은 두말 할 것 없는 로마의 랜드마크이자 기독교 순교사의 현장이다. AD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의해 착공되어 AD 티투스 황제에 의해 완공되었는데, 콜로세움의 기공과 준공을 맡은 두 황제 모두 초기 기독교의 박해자였으며 영화 벤허가 잘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초대 기독교인들은 콜로세움에서 박해를 받으며 그들의 믿음을 시험 받아야만 했다.

▲ 포룸 로마눔 광장

▲ 티투스 개선문

▲ 예루살렘 약탈을 묘사한 티투스 개선문 부조

 둘째, 로마제국의 정치 중심지였던 ‘포룸 로마눔’이다. 공공 광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은 로마제국의 정치 중심지로써 원로원과 카이사르 신전, 로스트라 연단, 3개의 개선문이 있다. 그중에 티투스의 개선문은 주님의 예언을 따라 유다를 정복하고 예루살렘 성뿐만 아니라 성전까지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뜨린 티투스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또한 로마로 이송되어 간 사도바울은 포룸 로마눔에서 로마시민으로써 재판을 받았을 것이다.

▲ 천국의 열쇠 모양으로 지은 바티칸 시국

▲ 성 베드로 성당 내부

셋째, 바티칸 시국이다. 바티칸은 1929년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와 교황청과의 라테란 조약으로 성립된 국가이다. 전 세계 8억 명의 신자를 가진 로마 카톨릭의 총 본산으로 초대 교황을 사도 베드로로 설정하고 그가 거꾸로 십자가에 달려 순교한 장소에 성 베드로 성당과 국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브라만테 등 르네상스 천재들의 손길이 곳곳을 빛나게 하며,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믿음 위에 서 있다.

▲ 트레 폰타네(사도바울 참수터) 수도원

▲ 사도 바울과 사도 베드로가 갇혔던 마메르틴 감옥

넷째, 사도바울 참수터이다. 사도바울 참수터는 로마 시내를 감싸고 있는 아우렐리아 성 밖에 위치한다. 사도바울은 네로 황제 시절 참수 당했고, 잘린 목이 바닥에 세 번 튀었는데, 그 자리마다 물이 솟아올랐다고 해서 ‘트레 폰타나(세 개의 분수)’라고 명명된 수도원과 교회가 지어졌다. 또한 사도바울이 죽기 전에 갇혔던 마메르틴 감옥이 교회 지하에 있는데, 사도 베드로도 이곳에 갇혔다고 한다.

▲ 산 세바스티아노 카타콤 입구

▲ 산 칼리스토스 카타콤 내부

다섯째, 카타콤이다. 카타콤은 본래 로마 시절 지하 무덤이다. 지상에 무덤 부지가 점점 줄어들자 로마인들은 지하에 무덤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박해 받던 초기 기독교인들이 모임을 가짐으로써 예배 장소로 변하게 되고, 나중에는 박해를 피해 들어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생활하며 지하 도시화 되었고, 후에는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된다. 도미틸라, 산 칼리스토스, 산 세바스찬 카타콤이 대표적이다.

▲ 지금도 이용 되는 아피아 가도

▲ 쿼바디스 도미네 성당

여섯째, 아피아 가도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때 그 길이 바로 아피아 가도이다. 아피아 가도는 일종의 포장도로로써 로마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건설되었으나 이 길을 따라 모든 문화들이 들고 났다. 지금도 남아 있는 이 길을 따라 기독교 전도자들이 들어왔고 이 길을 통해 로마의 영향력이 미치는 각지로 퍼져나갔다. 박해를 피해 도망가던 베드로가 순교하려 돌이킨 곳에 ‘쿼바디스 도미네 성당’과 여러 카타콤들이 위치한다.

모든 것이 로마로 흘러들었고 흘러나갔다고 하는데, 그들 중에서 인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큰 영향력을 끼쳤던 것은 무엇일까? 각자 다른 견해들이 있겠지만,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겠다는 기독교가 아니겠는가? 오늘 우리에게 전해진 복음도 갈릴리 혹은 예루살렘이 아닌 로마를 통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로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