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꼭 교회에서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일로 소란스럽습니다. 곧이곧대로 방역수칙을 강조하는 당국의 목소리를 조용히 수용하는 교회가 있는가하면, 이를 과도한 억압으로 듣는 사람도 있으니, 들을 귀는 저마다 다른 법입니다. 예배에 대한 교회의 간절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회 밖의 사람들은 비상(非常)적인 긴급방역조차 부정하려 드는 일부 교회의 속사정을 다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감염이 인간 대 인간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것이니만큼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는 선택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접촉에 의한 감염사례가 개신교회 안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기에 모든 교회가 사회적 지탄이 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소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방역당국의 지침을 말없이 수용하기도 하고, 아우성을 치기도 하는 것 같아 답답할 뿐입니다. 그것은 정치적 감정이 아닌 감염병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교회와 목회자들이 사회 부적응적 존재처럼 인식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기에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 몇몇 인물과 집단의 독선적인 행동 때문에 교회가 전부 욕을 듣는다고 성토하지만, 지나치게 분노할 이유도 없습니다. 사실 이런 비뚤어진 결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변명하는 사람들이나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교회의 이름으로 말하고, 신앙으로 행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패륜 자식일지라도 결국 한국교회라는 현실이 낳았습니다.
 
  이제 와서 그들 전부를 정죄하고 심지어 이단으로 심판한다고 해서 갑자기 교회가 깨끗이 물갈이되지 않습니다. 꼬리를 자른다고 당장 정상이 될 리도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자신이 지닌 병을 정말 몰랐거나, 짐짓 모른 체하며 지냈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교회 밖에서 비판 받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물론 악의적인 비난과 억울한 왜곡도 많았지만, 그동안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 것은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가나안’ 신자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한 세대 전부터 말없이 정든 교회를 떠났고, 낯선 다른 교회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교회가 졸지에 고령화된 것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머물기에 교회의 언어는 너무 ‘올드’하였고, 나서서 체질을 바꾸기에는 ‘넘사벽’이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보다 원래 기성교회가 아집이 크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물론 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교회 안에서 겪는 아픔보다 더 많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당장 세계 최저의 출생율과 최고 속도의 고령화율은 우리 사회의 암담한 미래입니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 때문에 더욱 피부에 와 닿는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양극화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정의부재를 실감하게 합니다. 예전의 지역갈등은 성(性)에 따른 갈등, 세대 갈등은 물론 심지어 임대 등 거주 형태에 따른 갈등,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른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리를 지금 한국교회는 더 무겁게 앓고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교회와 사회는 고질적인 문제점에 있어서 서로 판박이입니다. 점점 전도는 어렵고, 하루가 다르게 구성원들은 늙어가며, 대형교회와 중소교회 간 양극화와 진실을 가로막는 가짜 뉴스 현상 등 문제의 심각성은 차차 교회 존립의 근본적인 문제로 드러날 것입니다.

  결정적인 차이로 우리 사회는 합리적이고 제도화된 방식으로 자신의 질병을 고치려는 민주적 선거와 집단지성의 의지가 작동하는 반면에, 교회 안에는 그런 장치가 아예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큰 위기입니다. 여전히 제사장적 성직주의, 폐쇄적 운영, 항존직의 권위주의, 성과 나이에 따른 만연한 차별, 사회의 변화와 거꾸로 가는 구태의연한 주의주장을 보면 문제는 많되,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교회는 비상구를 찾아야 합니다. 남에게 화를 낼 여유조차 없습니다. 어쩌면 교회 밖에서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비교적 소박합니다. 적어도 개‘신(新)’교회를 통해 교회다운 모습, 즉 사랑과 평화의 모습, 정의로운 공동체,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 따듯하고 겸손하며 정직한 삶이라는 본보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임을 말로 아닌 몸으로 증언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