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퍼스트 리폼드》 - 그 당혹스런 엔딩에 대하여

아무래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엔딩에 대해서는 조금 더 말을 붙일 필요가 있겠다. 세계에 독을 퍼뜨린 악덕기업의 죄에 대한 엄청난 속죄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이로 인한 좌절을 못 이긴 톨러 목사는 스스로의 몸에 철조망을 깊숙이 둘러 박아 넣고 자신의 몸 안에 독을 붓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이제는 과부가 되어버린 여인 메리가 느닷없이 등장하여 목사와 포옹하고는 격정적인 입맞춤을 나눈다. 그리고 영화는 갑작스럽게 끝난다. 이 당혹스런 엔딩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마지막 장면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의 바로 앞에서 톨러 목사가 자기 자신에게 속죄의 벌을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모교회인 대형교회의 목사가 순서에 늦은 톨러 목사를 찾아 목사관으로 오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감독은 이 목사관의 문이 분명히 잠겨 있음을 보여준다. 즉, 메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들어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바로 비현실이고 초현실이다. 그것이 환상이든, 비현실이든, 감독은 이렇게 신앙이 지닌 초월이라는 성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의 마지막에 놓아버린다. 물론 이 장면 이전에 이를 위한 전조가 있긴 했다. 이전에 메리가 톨러 목사를 찾아왔을 때 두 사람이 행한 신성한 의식의 장면에서 영화는 이미 이 지극히 사실적인 영화에 초월적인 장면을 느닷없이 끼워 넣어 보여주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혹스런 비현실적 엔딩을 통하여 영화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온 이성과 신비, 내재와 초월의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앙은 마땅히 이성적이어야 한다. 미신적인 믿음이 얼마나 개인과 공동체를 해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이성을 사용하여 성경을 읽고 이해하고 탐구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은 본질적으로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되는 요소를 필요로 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르타고의 교부 테르툴리아누스가 남겼다고 전해진 다음의 말처럼.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Credo quia absurdum) 불합리하기 때문에, 이성으로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비이성적 초월을 느닷없이 계시한다.

영화 속 여인의 이름이 메리(Mary), 즉 마리아라는 사실 역시 이 초월에 대한 암시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종말을 목전에 두고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날을 주신다면 나의 모든 것을 버리겠노라고 서원한 무신론자의 이야기를 역시 초월과 불합리로 그려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기의 영화 《희생》(1986)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여인의 이름은 바로 마리아였다. 세계의 종말을 주제로 공유한 《희생》과 《퍼스트 리폼트》는 이렇게 신비한 마리아 또한 공유한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의 초월성을 종교 본질에 대한 심오한 탐구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오데트》(덴마크어로 ‘말씀’이라는 뜻이다.)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그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예수 흉내나 내는 광인으로 취급 받던 둘째 아들이 믿음이 없는 세상을 탄식하며 죽은 형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려내는 터무니없는 장면이 연출된다. 어쩌면 《퍼스트 리폼드》의 엔딩은 그렇게라도 초월에 닿으려 했던 감독의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렇게나 망가뜨려 놓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실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주인공들과 함께.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가지 보는 것으로 살아가지 아니합니다.”(고후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