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과 싸우는 육군본부의 힘보다 질병과 싸우는 질병본부의 힘이 더 국력을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 의료 후진국 미국, 그 중에서도 가장 환경이 열악한 뉴욕에서 사는 지인과 매일 한 번씩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4 평 정도되는 노인아파트에서 외출도 못하고 한 달째 갇혀 있는 지인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실제로 하루에 1,000명 가까이 전사하는 코로나 전선에서 안위가 걱정되기도 해서이다.

나는 취학 전에 한국전을 겪고 월남전은 총을 들고 겪은 세대이어서 전쟁에 대해서는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다. 전면적인 정규전은 생사의 긴장이 일상화 되어 순간적으로 생명이 오갈 수 있다. 반면에 월남전 같은 게릴라전은 숨바꼭질하듯 하는 긴장이 순간적인 전쟁이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 전쟁은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좀비와의 전투 같은 전쟁이다. 즉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알 수가 없고 정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격은 할 수 없고 수비만 할 수 밖에 없는 전쟁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쟁에서 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하다.

즉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전투에서는 멘탈이 붕괴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미친 짓을 해서라도 멘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신앙이 멘탈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서 유효성이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신앙이 아닌 평범한 일상의 속어에서도 멘탈강화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참아야 하느니라.”는 전통적으로 시어머니가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에게 하는 교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인류가 따라야 하는 절대 절명의 지침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전 지구적으로 본의 아니게 많은 것을 참아야만 하는 절제 상황에 들어갔다.

이제 문제는 세계화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참는가?”하는 것에 달렸다. 왜냐하면 인공위성을 누가 더 많이 쏘아 올리느냐가 아니라 마스크를 누가 더 빨리 만들 수 있느냐로 경쟁이 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같은 새로운 후진국을 만들었다. 반면에 세계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 일본이라는 것도 입증되었다. 왜냐하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기는 하지만 슬랭으로 쓰이는 말 중에 ‘가오’란 말이 있다.

체면이 지켜져야 하는 수동적인 의미라면 가오는 내세워야 하는 능동적인 것이다. 체면이 사회적이라면 가오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스스로 점수를 매겨서 '내가 이만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오다. 가오는 철저히 자기가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그 기준이 뭔지 알 도리가 없다. 예를 들어 그럴만한 처지가 안 되는 사람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갔다 등등의 나름대로 처절한(?) 사연들이 모두 본인의 가오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다.

외국에서 뉴스를 보다 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요즘 한국인으로서 ‘가오’가 서는 것을 잠깐씩 느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