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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이지 않는 자유[설교] 창14:18-24, 청파교회 김기석목사 주일설교 음성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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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0월 22일 (일) 00:00:00 [조회수 : 2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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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이지 않는
자유
창14:18-24
(2006/10/22)
 음성으로듣기
[그 때에 살렘 왕 멜기세덱은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가장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다. 그는 아브람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 "천지의 주재, 가장 높으신 하나님, 아브람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오. 아브람은
들으시오. 그대는, 원수들을 그대의 손에 넘겨 주신 가장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하시오."아브람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서 열의 하나를 멜기세덱에게
주었다. 소돔 왕이 아브람에게 말하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돌려 주시고, 물건은 그대가 가지시오." 아브람이 소돔 왕에게 말하였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가장 높으신 주 하나님께, 나의 손을 들어서 맹세합니다. 그대의 것은 실오라기 하나나, 신발 끈 하나라도 가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덕분에 아브람이 부자가 되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습니다. 다만, 젊은이들이
먹은 것과, 나와 함께 싸우러 나간 사람들, 곧 아넬과 에스골과 마므레에게로 돌아갈 몫만은 따로 내놓아서, 그들이 저마다 제 몫을 가질 수 있게
하시기 바랍니다."]
• 무모한 출정
애굽에서 올라온 후 벧엘과 아이 사이에 정착해 살고 있던 아브람과 조카 롯은 재산이
많아져서 동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아브람의 제안으로 분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함께 살면서 불화하느니, 따로 살면서 그리워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겁니다. 롯은 요단 저지대의 기름진 땅을 택했고, 아브람은 예루살렘의 남쪽 지경인 헤브론 땅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때까지
아브람은 한 가족을 이끈 가장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브람은 갑자기 세계사적인 사건에 연루되게 됩니다. 북부 지방의 큰 나라들이
남쪽에 있던 팔레스타인 부족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는데, 이 광풍은 아브람의 가족들을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14장 1절부터 12절까지가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인데, 창세기의 기자는 고대의 왕들이 정복전쟁을 마친 후에 세우는 비문의 양식을 조금 변형된 형태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왕들은
대개 그 비문에 자신이 군대를 이끌로 나간 이유, 출정 준비 상황, 출정 경로, 전투 내용, 그리고 출정의 결과를 상세히 기록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본문을 통해 그 전쟁은 트랜스 요르단(요단 강과 사해 동편) 지역의 부족장들이 북방의 왕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
했기 때문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부의 동맹군들이 트랜스 요르단 지역의 동맹군들과 싯딤 골짜기에서 맞부딪쳤고, 그 결과 트랜스 요르단
지역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창세기의 기자는 이 대목에서 아브람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전쟁터를 가까스로 벗어난 어떤 사람이
헤브론에 살고 있던 아브람에게 와서 롯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소돔에 머물고 있던 롯이 전쟁에 휘말려 재산을 다 약탈당하고 포로가 되어 끌려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즉시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과 종들 318명을 데리고 그들을 추격합니다. 골육이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철없는 조카를 구하기 위해 죽음의 구렁텅이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무모한 시도입니다. 318명의 私兵이 전쟁 경험이 풍부한 대군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입니다. 차라리 거액의
보상금을 마련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더 사려깊은 일이 아닌가요? 그런데 아브람은 사병들을 데리고 멀리 단(Dan)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롯을 비롯해 사로잡힌 모든 사람들과 재물을 되찾습니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믿음은 우리 속에 자라는 절망감에 맞서는
것입니다. 강고한 적 앞에서 주저앉는 것은 믿음의 자세가 아닙니다.
• 허구와 진실
우리가 아는 아브람은 겁도 많고 유약한
사람입니다. 애굽에 내려갔을 때 혹시라도 미모의 아내 때문에 자기에게 위험이 닥칠까봐 아내를 누이 동생이라 속이기도 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전쟁 영웅이라니요?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을 것처럼 어색합니다. 대체 성서 기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학자들은 이 이야기가 기록된 시기가 바벨론 포로 시기라는 데서 그 실마리를 봅니다. 유다 백성들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온갖 수모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억압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희망의 불빛은 한 점도 비쳐들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스라엘의 이야기꾼은 백성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처럼 북방의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땅이 유린당했을
때, 조상 아브람이 어떻게 짓밟힌 사람들을 구했는지를 말입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허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야기꾼은 조상 아브람을 영웅적 전사로 등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꽃을 지피고 있는 것입니다. 아브람이 그런 영웅적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영웅적 전사로서의 아브람 이야기는 허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야기꾼은 하나님의 축복과 섭리는 세상의 어떠한 현세적 권세나 무력보다 강하다는 진실을 아브람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 천지의 주재
이제 이 이야기의 다음 장면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아브람이 전쟁터에서 돌아올 때 두 사람이 아브람을
만나러 나옵니다. 소돔 왕과 살렘 왕 멜기세덱이 그들입니다. 멜기세덱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아브람을 영접하고, 그를 축복합니다. “천지의
주재, 가장 높으신 하나님, 아브람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오.” 여기서 멜기세덱이 부른 하나님의 칭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훼가 아니라 가나안
만신전(萬神殿, pantheon)의 최고 신인 ‘엘 엘룐’(El-Elyon)을 가리킵니다. 그런데도 아브람은 멜기세덱의 축복을 고맙게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십일조를 바칩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우리가 이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들의 하나님 상을 확장해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방신들이 주재한다고 믿어왔던 다양한 영역과 기능들을 야훼 하나님에게
귀속시켰습니다. 이것은 아테네의 아레오바고에 섰던 바울 사도의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아테네 사람들이 매우 종교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여러 신들을 섬기는 이들 가운데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이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여러분이
알지 못하고 예배하는 그 대상을 여러분들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행17:23) 하면서 하나님을 소개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서 기자는
멜기세덱이 믿는 천지의 주재이며,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곧 야훼 하나님이라고 과감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천지의 주재’라고 고백할 때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그것은 첫째, 우리의 생명은 우연히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둘째,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돌보심과 도움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돌보심 밖에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희망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격려할 때 우리는
‘파이팅’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 구호를 우리 말 ‘아자’로 바꾸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자르 āzar'는 히브리어로
‘돕는다’는 뜻입니다. 창조자이신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돕는 분이십니다. 시편 시인은 힘있는 사람들을 의지하고픈 사람들의 욕망이 헛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고 자기의 하나님이신 주님께 희망을 거는 사람은, 복이 있다”(시146:5)고 노래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아자르가 되신다면 두려울 게 무엇이겠습니까. 아브람은 멜기세덱의 그런 축복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 하나님의
친구
이제 오늘의 본문의 마지막 대목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그것은 소돔 왕과의 만남입니다. 소돔 왕은 아브람을 승전자로 대합니다. 그래서
아브람에게 나름대로 합당한 제안을 합니다. 되찾아온 소돔의 백성들은 자기에게 돌려주고, 전리품은 아브람이 차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브람은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대의 것은 실오라기 하나나 신발 끈 하나라도 가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덕분에 아브람이 부자가 되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전쟁에 필요한 보급품을 마련하는데 쓴
비용과, 자기와 함께 싸우러 간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만을 따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모두 소돔왕에게 돌려줍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브람의 정신적
호방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물질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가 이미 부자이기 때문일까요? 우리의 경험은 부자라고 해서 물질에
대해서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원래 물질에 욕심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오늘의 본문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아닙니다. 아브람은 자기에게 익숙하던 모든 것과 결별한 채 세상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의 삶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값진 보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값진 진주를 발견한 상인은 집으로 돌아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팔아 그
진주를 산다 했습니다. 아브람은 그 값진 진주를 이미 손에 넣은 사람입니다.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께서 때마다 일마다 그를 도우실 것입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포기입니다.
돈이 말하는 세상에서 아브람처럼 ‘쿨’하게 처신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은 돈의 지배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돈은 있지만 친구와 자유,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의 관 뚜껑이 닫히기도 전에 재산 다툼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 싸움을 통해 약간의 재산은 얻을지 몰라고
더 중요한 가족 간의 우애와 신뢰, 사랑을 잃습니다. 다툼을 통해 확보한 재산은 영혼의 올무가 되어 그들을 포박합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약속을
자신의 기업으로 삼았기에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대 덕분에 아브람이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듣게 할 셈이오?”
아브람은 그런 부유함을 거절합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확신이 그를 그렇게도 당당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으로 배부른 사람만이 부의
달콤한 유혹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라야 우리는 자유인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슬람 전승에서 아브라함은 언제나 ‘하나님의
친구’라고 불리웁니다. 아브람이 묻힌 도시 헤브론도 친구의 도시, 즉 ‘엘 칼릴(el khalil)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 15장 1절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람에서 하신 말씀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네가 받을 보상이 매우 크다.” 우리가 전폭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면 하나님이 우리의 방패가 되어주십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아브람은
사자와 같이 당당하고 호쾌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한없이 부드럽고 겸손해야 하지만, 때로는 사자처럼 용맹하게 그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믿는다 하면서도 마음이 좁쌀처럼 작아져서 사소한 이해득실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껄껄 웃으며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자유혼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아브람이 보여준 그
멋진 믿음과 삶이 우리의 것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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