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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시작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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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4월 01일 (수) 22:56:56 [조회수 : 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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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농사가 시작되었다. 이주 전부터 트랙터 소리가 사무실 앞을 연신 지나다니더니 어느새 이웃들의 밭들은 하나 둘씩 농사 시작을 마쳐놓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내 밭은 여전히 지난해 정리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 밭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나도 부지런을 떨어서 밭을 갈아놔야 하는데 아직 트랙터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바쁜 동생이 조금 여유가 생기면 밭을 갈아준다고 하였기에 4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 초보 농부의 한계다.

농사는 2013년 2월에 내려온 첫 해부터 시작했다. 한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었지만 농사에 대한 기대는 컸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고 무식한 행동이었지만 무모하고 무식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처음엔 집 뒤의 600평 되는 밭의 일부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소속 교회 담임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밭도 갈고, 밭이랑도 만들고, 비닐을 덮으면서 농사에 힘을 붙였다. 처음 농사, 첫 농산물은 감자를 심는 것이었다. 음성은 3월 하순이 적격이라고 하여, 씨눈이 일어난 감자를 잘라서 재에 소독을 한 뒤 두둑 다섯 개에 심었다. 다섯 두둑이면 엄청 긴 것인데, 초짜가 무엇을 알랴! 밭의 크기도 몰랐고 수확량도 예측할 수 없었으니 초보 농부로서 그저 감자가 심은 만큼 수확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시작한 농사가 올해로 8년째 접어들고 있다.

8년차에 접어든 농부라지만 난 여전히 초짜다.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물불 안가리고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5년차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작년에는 엄청 꺼부러졌다. 농사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3년 동안은 예상치 못했던 기후 변화로 작게 농사를 짓는 내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름 내내 비가 온 해가 있었다. 어느 해에는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든 해가 있었다. 작년엔 무심히 자란 풀을 베다가 뙤약볕에 휘청거리기도 했다. 괜한 허세를 부리다가 몸만 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하우스 한 동에 심어놓은 서리태를 본의아니게 새들의 겨울 양식으로 진상하는 꼴이 되었다. 마음은 아쉬움이 컸으나 몸은 밍기적거렸다. 결국 콩 농사는 망했다.

농사짓는 처지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니 몸이 저절로 움직여진다. 마침 가까운 목사님을 통해 얻은 씨감자를 심으려고 후다닥 하우스 한 동을 정리했다. 못다 거둔 콩들이 고랑 사이에 수북이 쌓였지만 무시하고 지나갔다. 간간히 소쿠리에 담긴 콩들에게, 고랑의 콩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농사짓는 농부가 작물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올해는 가급적 수확물을 버리지 않도록 부지런을 떨어 보리라.

습관이 무섭다. 작년에 농사짓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내년에는 그만지어야지 다짐을 했는데, 해를 넘기고 농사 시작의 계절이 다가오니 마음이 흔들린다. 눈은 어느새 농사 절기 달력에 가 있고, 머릿속은 작부 체계를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3월에는 감자를 심고, 4월에는 쌈채소와 참깨를 심고, 5월에는 고구마와 대가 필요한 오이, 호박, 토마토, 가지, 고추를 심을 것이며, 6월에는 들깨와 팥을 심을 준비가 되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발은 어느새 밭과 들로 나가 있다. 호미 한 자루 들고 나가 밭을 가꾸고, 손을 내밀어 삐죽삐죽 올라온 풀들을 뽑다 보면 한 해 농사가 시작되고 거두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습관의 좋은 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영성 훈련을 한다. 마음의 분심이 심하게 요동칠 때, 가만히 밭으로 가서 흙을 만지고 곡식을 가꾸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흙은 나를 끊임없이 흔드는 분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게 하고, 기도하게 하며, 털어내고 흘려보내는데 엄청난 효과를 준다. 흙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고,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갖게 한다. 거창한 표현이라 생각한다면 당장 흙을 밟아보라. 흙을 만져보라.

삶의 변화는 강하고 급한 바람으로 밀고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여러해 동안 흙은 내게 그 경험을 갖도록 했다. 그래서 올해도 나는 흙과 더불어 하나님의 생명을 맛보는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는 편을 택한다. 농사가 시작되는 지금!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하늘 아래 너른 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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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석 (218.153.165.20)
2020-04-01 23:34:22
개미집을 만들어 먹이를 주면 곰팡이 생겨 몰살.

잉어 치어는 아침마다 바닥에 한마리씩 말라 있고.

E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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