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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참 따뜻했네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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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2월 26일 (수) 22:48:10 [조회수 : 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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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참 따뜻했지요. 재작년의 추위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연탄 아궁이를 모두 열어놔도 방안의 온도는 15도에서 16도 사이를 넘지 않았지요. 추운 날이 너무 길다보니 이 추위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우까지 생길 정도였죠. 그러나 춘삼월의 봄바람에 강추위는 언제 왔었냐는 듯 금방 자취를 감추었죠!

농촌의 겨울 준비는 수확이 끝나는 동시에 갖게 되죠. 이미 4년 전의 강추위였으나 몸과 마음이 아직 그 추위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10월 말 겨울이 다가오기 전, 연탄 1000장과 기름 두 드럼을 미리 채워놓았지요. 아시나요? 도시가스 시설이 잘 된 도시는 온도만 높이면 방안이 후끈후끈,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지만, 농촌은 어디 그런가요. 여전히 석유나 나무나 연탄으로 겨울을 난답니다. 그래서 광 안에 연탄이나 나무, 기름이 가득 채워지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집니다. 이미 겨울은 다 보낸 것처럼 훈훈해지지요. 올해도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였는데, 어랍쇼! 생각지 못했던 일이네요. 올 겨울은 정말 따뜻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서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 했더니, 지인이 그러시더군요. 가난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겨울이 좋은 것이라고. 잊고 있었던 부분이었지요.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며 입방정을 떨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면서도 겨울이 따뜻하니 올 농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사계절이 뚜렷했던 때와는 달리 몇 년 전부터 사계절의 구별은 희미해져가고 있지요. 봄을 만끽하려 하면 여름이고, 가을을 느낄라치면 겨울을 맞았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겨울마저 봄날과 같았으니 매운 추위에 동사를 할 해충들이 에헤라 춤을 추며 활보할 거란 예상이 앞섭니다. 게다가 눈보다 비가 제법 장마처럼 내리니 이 또한 농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어떤 농부는 또 그러더군요. 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내리시는 것이니 사람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요.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농사입니다.

이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늘은 마치 4월의 하늘처럼 맑고 깨끗했어요. 간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따사로운 햇살, 부드럽게 부는 바람, 이 기온에 맞춰 가볍게 뛰노는 고양이들, 비탈길에서 계절을 잊은 나물캐는 여인과 노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는 때 이른 산수유가 ‘봄이 왔어요.’라며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겨울을 보내는 신호가 또 있는데 그것은 연탄불을 가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에요. 한 겨울에는 몸이 저절로 움직여 연탄불을 갈았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니 희한하게 몸이 먼저 연탄불 가는 것을 잊더군요. 이 모든 것이 봄이 오고 있음을 보고 느끼고 알게 합니다. 아, 이 겨울도 가는구나. 한 계절이 가니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겠구나.

3월이 시작되면 농부들의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겨우내 쉬었던 몸을 일으켜 부지런히 농기구를 매만지고, 찬기운에 묵혀 두었던 비닐과 농작물 대를 거둡니다. 과수원은 이미 사과든 복숭아든 전지하는데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디 농부들뿐이겠습니까? 땅 기운도 서서히 동면한 모든 생명체들을 깨울 준비를 하겠지요. 속삭이고 깨우고 흔들고 밀어내는 힘찬 작업들이 이제 곧 사방팔방 노란 연두 빛을 발산하게 될 것입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따스해지겠지요. 겨울이 참 따뜻하니 덩달아 봄이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코로나19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바람구멍을 잘 막았다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의 작은 구멍이 대비할 겨를 없이 급작스럽게 커져 우리 마음을 서늘하게 하네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스마트폰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되었는지 시시각각 올라오는 뉴스에 눈과 마음을 집중하며 하루속히 이 바람이 잦아들기를 온 국민이 기도하고 있지요. 코로나19 바람으로 서로의 신뢰가 깨지고 걱정과 불안이 깊어지면서 우리의 생활이 움츠러들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은 불다가 그치기 마련이겠으나 이 바람이 누그러질 때까지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또 우리 모두에게 주님이 주시는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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