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세가 마른들판의 불길처럼 사납다. 언론은 둑이 터졌다고 긴장을 부추긴다. 지하철에서 마스크 쓰는 것은 당연한 에티켓이고, 반갑게 악수하는 일도 서로 눈치를 살필 정도다. 3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고 난 후 겨우 5일째 되는 날에 어느새 확진자는 4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로 부터 예방모범국가로 칭찬을 받자마자 일어난 일이기에 당황스럽다. 이젠 몇몇 국가로부터 한국인방문객은 입국이 거절당하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재난을 피해 귀환한 교민들을 따듯하게 맞고 또 보낸 아산과 진천 시민들의 태도는 얼마나 흐믓한 모습이었던가? 일본이 크루즈관광객의 집단 감염사태로 안절부절 못할 때 대통령전용기를 보내 한국인과 일본인 배우자 일곱 명을 귀국시킨 일도 미담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젠 우리 자신의 발등 위에 떨어진 불 때문에 짐짓 부릴 여유가 사라졌다.

게다가 ‘특정 종교집단’으로 불리는 슈퍼감염자의 실체는 전국으로 번진 모든 감염의 강력한 숙주로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교회마저 심각한 눈총을 받고 있다. 그 악영향은 특정 종교단체가 평소에 일삼은 음모적 전도방식과 폐쇄적 운영 때문에 감수해야 할 비난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31번 확진자가 다닌 종교집단은 자발적으로 본산인 과천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 등 모든 시설을 폐쇄하였다. 그러나 이 단체가 ‘모사’(謀士)라고 자부하는 비밀주의 방식조차 중단되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저런 불상사 중에도 ‘특정 종교집단’이 당장 우리 사회에 반면(反面)교사로서 일부 기여했음을 외면할 수 없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코로나19’의 감염만큼,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 집단인지 세상에 스스로 폭로하였다. 그동안 실체를 꽁꽁 감춘 채 낯간지러운 봉사행위와 수상이력을 내세워 우리 사회의 경계심리를 극복하고자 했던 일말의 수고가 이번 감염사태로 자폭한 셈이다.

‘코로나19’는 곧 바이러스를 막을 백신을 찾을 것이고, 얼마 후에 치료제를 생산하여 보급할 것이다.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이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특정 종교집단’이 국민에게 준 불안과 분노 때문에 그들이 입을 치명상은 해체 외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감염의 현실은 ‘코로나19’로 나타났지만, 재앙의 근원은 그들 자신이었다.

한때 사람들은 이단의 출현과 극단주의를 가리켜 사회병리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였다. 그리스도교 내부에서 발생한 다미선교회의 1994년 10월 28일 시한부종말론이나, 기성종교의 외피를 걸친 채 이단의 그림자를 감추려고 한 1인 교주 신천지나 구원파 따위의 득세가 대표적이다.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뿌리내린 우리 사회에서 이를 거부하고 역주행하는 정치적 극우세력의 파장도 같은 증상이다. 그들 자신이 지닌 외눈박이 시선으로는 자신의 병리와 문제의 실체를 분별하지 못한다.

사회적 신드롬 현상은 현대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에 따라 퇴치되기는커녕 외려 늘어난다는데 우려가 크다. 개인에게 나타나는 증상인 히스테리, 스트레스, 노이로제, 컴플렉스, 알레르기 등 신경성 질환처럼, 우리 사회와 공동체는 같은 증상의 집단적 증세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후군(症候群)은 의학과 심리학에서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각각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였기에 그 유사한 증세를 통칭하여 명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유유별별(類類別別)한 증세가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있다.

당장 우리 사회는 몹시 불안하다. 그렇다고 불안과 분노를 부추기는 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의 최선책이 될 수 없다. 자유로운 일상을 회복하고,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코로나19’를 발생시킨 현상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절제 없는 식생활과 위험한 쾌락을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종교조차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신자로 가득 채운 ‘특정 종교단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도 분명한 예방책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관용구가 있다. 프랑스말로 해질녘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태양이 질 무렵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짐승의 그림자가 실루엣만으로는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를 말한다. 해질녘은 따듯한 저녁이 시작되는 시간으로 아늑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둠이 짙어지기에 불안한 시간이다. 당장 우리가 맞이한 해질 무렵의 시간, 속히 집단적 불안을 걷어내고 서로 격려하면서 따듯한 등불을 밝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