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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니 참 좋구나.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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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2월 19일 (수) 23:56:27 [조회수 : 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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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구가 왔다. 함께 실무를 나눌 동역자로 8년 만에 처음 온 것이다. 언제부턴가 농촌(교회)을 향하는 젊은 사역자가 진급 과정에서 아주 급하지(?) 않는 이상 내려오는 일이 뜸해졌다. 이유야 어찌됐든 농촌교회 젊은 사역자 품귀현상은 세대의 변화를 가늠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수십 년 전의 어려웠던 농촌현실은 해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으니 교인 고령화는 물론이려니와 목회자도 고령화 되어 간다 할 수 있겠다.

이런 때에 농촌의 골짜기에 이제 갓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27세의 꽃다운 전도사가 찾아왔으니 얼마나 기쁘고 고맙지 아니하랴! 나와 무려 23살 차이가 난다. 내가 만약 20대 초반에 결혼을 했다면 첫 아이 나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농담까지 나눴다. 옛날이었으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세대 차이건만, 농촌이 좋고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그려보기 위해 내려왔다고 하니 젊은 전도사가 참 대견하기 그지없다.

첫 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생협의 쌀라면이었는데 몸에는 좋을지 모르나 다른 건 몰라도 라면만큼은 지금까지 내 입맛을 길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 라면에 집에서 만든 만두를 넣고 끓였다. 살짝 먹음직해보였다. 한 젓가락 떠서 입에 넣었는데, 오잉? 웬일이야! 맛이 괜찮다. 국물도 한컵 떠서 후루룩 마셨다. 심심하나 깔끔했다. 간만에 미각을 자극한 라면 맛이었다. 그 맛에 놀라 약간 반신반의하며 “쌀라면이 이랬나?” 다시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역시 함께 먹으니까 좋구나!” 라며 웃었다. 라면 하나 끓였을 뿐이다. 그사이 라면 재료가 바뀌었을까? 아닐 것이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고 느껴졌을 뿐이리라.

함께 하는 빛은 식사만이 아니다. 업무를 하는 중에도 함께 하는 전도사의 역할은 놀랍다. 지금까지 내가 하지 못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회계 장부, 인터넷 은행 업무 등 온라인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것만 쓰는 나와는 달리 동역자는 손만 대면 척척박사처럼 쉽게 다루고 사용하였다. 그 덕에 문명의 편리는 내게도 전해져서 말년병장 저리가라 할 정도로 편해지고 있다. 아하, 이렇게 좋아도 되는가!

사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집에서나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사회에서나 교회에서나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북적이는 것보다 단출한 생활에 익숙하니 때론 함께 어울리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 새 식구가 온다고 했을 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내가 까마득히 어린 후배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내가 그녀에게 꼰대를 부리지 않고 잘 돌볼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5년 전, 잠깐 있었던 동료와 이런저런 오해가 얽혀서 잘 풀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 이후 세대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은 내가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그나마 얽힌 타래를 풀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의 아픔이 여전히 가슴 한켠에 스며있으나 돌이켜보면 나 혼자였다면 알지 못했을 일이다. 싫든 좋든 함께 했었기에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경험으로 지금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섬기려고 노력한다. 그 경험이 지금 이 순간이 함께 해도 좋은 때임을 알려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주어진 순간들이 감사할 일이다.

사람의 관계가 날마다 좋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나쁘기야 하겠는가. 어떤 수도원에 모든 수도사가 싫어하는 수도사가 있었다. 모두 그가 없어지기를 기도했지만 수도원장만은 그 수도사를 감싸 안았다. 다른 수도사들이 이유를 물으니 수도원장은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가시가 여러분을 더 깊은 수련으로 이끌어줍니다. 지금 그 가시가 없어지면 또 다른 가시가 여러분을 괴롭힐 것이니 애써 가시를 없애려고 하지 말고 감사하며 받아들이십시오.”라고 답했다.

‘함께’ ‘같이’ ‘더불어’ 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이면 생채기를 먼저 한 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한다. 오랜 독거생활을 마치고 세속으로 돌아온 수도사처럼 새로운 식구와 함께 지내면서 둘이 있어 더 따뜻한 시간들을 그려보려 한다.(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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