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한손 안에 꼽힐 텐데 이제야 꺼냅니다. 결코 아껴둔 것은 아닌데 말이지요. 칡덩굴이나 댕댕이덩굴 줄기와는 달리 ‘사위질빵’은 잘 끊어지고 약합니다. 사위에게 그 줄기가 견딜 만큼만 짐을 지워 나르게 하려는 장모의 배려와 위트가 담겨있는 이름입니다.

한여름, 나무를 타고 올라가 눈송이처럼 솜털처럼 하얗게 피어있으면 사위질빵입니다. 나무는 물론 담장이나 울타리,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의지해 맘껏 햇볕을 받으며 꽃을 피웁니다. 양지녘이면 어디든지 좋습니다. 숨어서 피질 않지요. 꽃잎은 없고 꽃처럼 보이는 네 장의 꽃받침과 많은 암술수술이 덩이지어 있습니다.

털이 달린 긴 암술대가 뭉쳐있는 열매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에 알맞게 생겼습니다. 미처 날아가지 못한 열매들은 한여름에 피어난 꽃송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추운 한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좁은잎사위질방, 좀사위질빵도 있고 약효가 많아 두루두루 쓰임이 많지요. 5월에 꽃이 조금 더 크게 피는 ‘할미밀망’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짐도 조금씩 나르게 하고 씨암탉도 잡아주는 장모의 사랑이 떠올라 웃음 짓게 하는 꽃인데 시아버지나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이 배어있는 꽃이름은 없는 걸까요.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 관계의 따스함보다는 고된 시집살이가 스며든 꽃이름이 먼저 떠오르네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와 여자! 달라진 세태이고 세대이나 숙제로서의 무게는 여전한 듯합니다. 정말 룻과 나오미는 영원한 성경 속 미담으로만 남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