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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은혜라’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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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1월 18일 (토) 00:30:15
최종편집 : 2020년 01월 18일 (토) 00:30:54 [조회수 : 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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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찬양을 처음 들었던 곳은 지난 가을 제주였습니다. 아마 저는 평생 동안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찬양은 그 기억이 머무는 순간마다 계속해서 제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질 것입니다. 1년 전부터 저와 동기 성악가 친구들은 일본 찬양선교를 계획했었습니다. 그러나 급격히 냉각된 한일 관계의 영향을 받아 항공기 운항이 아예 취소되면서 일본 선교의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고 행선지를 제주도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준비했던 길이 막혀서 실망했었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이었고 준비하심이었습니다.

제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지만 하나님은 ‘제주 기적의 교회’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기적은 우리들의 친구 보슬이와 동생 구슬이도 함께 동행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슬이와 구슬이는 자매입니다. 언니 보슬이는 서울음대 성악과 졸업 후 독일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성악가입니다. 두 자매의 어머니는 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셨고 아버지는 전직 대학교수로 유명한 성악가셨는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셔서 딸들의 돌봄 없이는 지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두 자매는 하나님과 서로를 의지하며 자신들을 내려놓고 부모님의 병을 간호해 왔습니다. 저는 지금껏 보슬이와 구슬이 자매만큼 서로 친하고 살가운 자매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 자매는 지금도 아빠와 함께 매일 가족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2년 여 전에 동생 구슬이가 갑작스레 뇌졸증으로 쓰러졌습니다. 의사의 꿈을 안고 미국에서 10년여를 여러 학교에서 공부했고, 마지막으로는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했지만, 가정 상황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님 병간호를 하다가 얼마 있지 않아 쓰러진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이제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잠정적인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생마저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어야 하는 보슬이를 보며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그 와중에서도 하나님의 능력과 선하심을 향한 믿음을 지키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에 깊이 감동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어느 봄날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갔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가서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친구가 겪은 고통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운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장례식장을 향해 달려가는 저의 마음 역시 사망 권세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마치 그날 새벽 주님의 무덤을 찾아가던 막달라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막달라 마리아처럼 저는 장례식장에서 놀라운 부활의 생명력을 목도했습니다. 분명 친구 보슬이 옆에 동생 구슬이가, 아직 병상에 누워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던 구슬이가 상복을 입고 서서 저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상복이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누워있던 아이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기적같이 다시 서서 내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의 시구처럼 ‘빛은 무덤에서 새어 나오고’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사역지가 일본에서 제주로 변경되어 당황하던 저에게 갑자기 보슬이와 구슬이 생각이 났습니다. 구슬이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만일 우리의 행선지가 일본이었다면 함께 동행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과 성악가로서의 꿈을 내려놓고 부모님과 동생을 간호하느라 수년 동안 집근처를 떠나지 못했던 보슬이는 그토록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우리 찬양여행의 특별 손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주 사역에 함께 했던 메조소프라노 황혜재 선생은 보슬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보슬이와 구슬이가 함께 동행 한다는 소식에 가장 크게 기뻐해 주었고 그들을 위한 모든 경비를 헌금했습니다. 그런데 제주 사역을 출발하기 불과 이틀 전 목사이신 작은 언니의 죽음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새벽에 발인을 하고 찬양을 위해 바로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그 날 혜재가 부른 곡이 바로 ‘주의 은혜라’였습니다. 중간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언니 생각이 났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친구와 다시금 일어난 친구의 동생과 함께 함께 찬양예배를 드리는 은혜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시 노래를 중단했지만 그 침묵의 순간이 어떤 노래 보다 감동적인 음악이 되어 주었고 성도들의 박수를 받으며 찬양을 끝까지 불렀습니다.


내 평생 살아온 길 뒤돌아보니
짧은 내 인생길 오직  주의 은혜라

주의 은혜라 주의 은혜라 내 평생 살아온 길
주의 은혜라 주의 은혜라 다함이 없는 사랑

달려갈 길 모두 마치고 주 얼굴 볼 때
나는 공로 없도다 오직 주의 은혜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 주시고
모든 일을 주 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

주의 은혜라 주의 은혜라 내 평생 살아온 길
주의 은혜라 주의 은혜라 다함이 없는 사랑

달려갈 길 모두 마치고 주 얼굴 볼 때
나는 공로 없도다 오직 주의 은혜라.


가족들을 돌보느라 한동안 노래를 하지 못했던 보슬이도 갑작스런 요청에 겸손히 응답하며 찬송가 '너 예수께 조용히 나와'를 불렀습니다. 모든 노래를 다 마치고 정성학 목사님의 초청으로 구슬이도 무대로 나왔습니다. 구슬이는 언니의 부축을 받으면서 씩씩하게 무대 위로 나왔는데 그동안 모두가 기립 박수를 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목사님은 구슬이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부드럽고도 뜨거운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모든 순서를 마친 후 기적의 교회 정성학 목사님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기적의 교회에 왔지만 내가 먼저 사진을 함께 찍고 싶은 팀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연주가 있었던 바로 다음날 새벽 페이스북에 ‘감동의 찬양, 세 번의 앵콜, 기립 박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감상을 남기셨습니다. “어젯밤 우리는 한 주간 심령 부흥회를 한 듯 은혜의 소낙비를 맞았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올려 진 찬양은 진정한 예배였고 사랑과 믿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 감동이 밀려옵니다. 저도 맨 앞에서 동영상을 담느라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찬양이 끝난 다음 돌아갈 줄 모르고 서 있는 성도들의 벌겋게 충혈 된 눈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모든 것이 주의 은혜였던 아름다운 제주의 가을밤이었습니다.


*음악듣기 : ‘주의 은혜라’ -손경민 작곡  https://youtu.be/1dGIO1cW-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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