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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시작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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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1월 16일 (목) 00:32:40 [조회수 : 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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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목사님의 부탁으로 시작한 글이 새해부터 실린단다. 덕분에 하루의 일과를 날마다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글쓰기는 모든 이들의 로망일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내리 썼던 나의 일기는 성인이 되면서 멈췄다. 대학 입시의 실패를 맛본 뒤 마치 긴 여정의 인생도 끝이 났다고 싶어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닫은 것이 어언 수십 년 된 듯하다. 간간히 쓰긴 했으나 내가 원하는 문장은 없었다. 긴긴 세월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것처럼 글 품새도 배배꼬여 언제 떨어질지 모를 형세였다. 그것이 싫어 그마저 썼던 펜마저 집어던졌던 것이다.

만약 그때, 인생의 첫 고비를 맛보았을 때 세상은 수많은 고비들의 정점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누군가 한마디 해줬더라면,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진즉이 알려주거나 깨달았었다면, 아니면 스스로에 대해 넉넉한 호기를 부릴 줄 알았다면 글쓰기는 내 평생 잔잔하게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런 굴곡의 터널을 보낸 뒤 마음을 잡았을 때에는 글과는 참 거리가 멀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저 밑바닥에는 일기 쓰는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소리의 응답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사람들이 황석영 작가에게 물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글쓰는데는 큰 재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딱 두 가지를 잘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나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고, 다른 하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 답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그러나 그 답과 웃음 사이에는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특별한 답을 원했던 사람들과 나! 정작 작가는 우리에게 글쓰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무릎을 탁 치며 “그렇지!” 하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기본이 쉬운 듯 하면서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겠다.

그와 비슷한 일례로 신학대학원 때 구약을 가르치시던 L 교수님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그분은 남들보다 더 오랫동안 미국 유학생활을 하셨는데, 박사 학위를 잘 따려면 어떻게 하냐고 여쭸더니 그분도 유쾌하게 웃으시며 엉덩이가 무거우면 된다고 하셨다.

글쓰기든 공부든 끈기를 이길 힘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나는 엉덩이가 너무 가벼운 편이다. 10분 이상 앉아 있도록 나를 붙드는 것은 무엇일까? 캄캄한 어둠 속에서 2시간 이상 앉아 있었던 영화를 보는 것 외에 그만한 끈기를 요한 때는 언제였던가.

새해 벽두, 작년 9월 시작된 S 목사님의 거듭된 부탁을 더이상 뿌리치기 송구스러워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요청을 수락하는데 여러 달 고민이 많았지만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이상  마음을 다잡고 부담을 털어내기로 했다. 이참에 글쓰기의 기본, 책읽기의 기본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가벼운 엉덩이를 지그시 누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려나가는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소소한 일상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잊히고 잃었던 나의 삶의 깊이를 다시 되찾게 되는 기쁨을 얻지 않으랴! 그 복을 누릴 수 있게 되니 이곳을 통해 S 목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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