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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밥이 맛없는 이유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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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1월 15일 (수) 00:27:19 [조회수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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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으로 입원을 했다. 이렇게 아픈 적이 있었을까 싶었는데 검사를 했다. 역시나 독감이란다. 1인 격리실 침대에 누워 이왕 입원했으니 푹 쉬고 회복해서 나가자고 마음먹었다. 격리실에 갇혀 있으니 면회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병실에서 만난 사람이라고는 가끔씩 들러서 상태를 체크하는 간호사와 의사, 청소해주시는 분, 그리고 식사를 가져다주시는 분이 전부였다.

병원밥이 맛없다는데, 과연 어떨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처음으로 먹는 병원 밥이었다. 병원밥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가져다주었다. 먹어보니 역시나 밥은 맛이 없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밥을 다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절반 정도 먹고 그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가져다 준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배고픔을 보충했다.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복도에 있는 카트에 올려놓으며 살펴보니 나 외에 다른 환자들도 밥과 반찬을 많이 남긴 것을 보게 되었다. 잔반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식으로 밥과 반찬을 남긴다면 음식낭비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입원비계산서를 확인해보니 한 끼에 6000원정도의 가격이었다. 식비는 식비대로 나가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는 많아지고,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2중으로 식비가 부담되는 불합리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병원식사라도 좀 더 맛이 있게 만든다면 참 좋을 텐데 도대체 왜 병원 밥은 맛이 없는 것일까? 3일 동안 먹었던 병원 밥을 먹으면서 찾아보다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첫째, 음식의 온기가 식어있었다. 밥과 국이 뜨끈뜨끈하지 않고 그저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였다. 수백 명 환자들을 위한 일반식과 치료식을 만들어서 환자의 침대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집 밥과 같은 따끈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식을 만들어 병실의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나르는 동안 밥과 국과 반찬이 식어 버리기 때문이다. 음식을 그릇에 담은 후 거의 30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음식 맛이 달아나 버리게 되는 것이다. 배달음식이 맛이 떨어지는 이유와 같다. 요즘 대형병원에서는 냉온방 장치가 된 식사운반 수례(Meal delivery carts)를 이용하긴 하지만 그 수례의 값이 1000-1500만원의 고가이기 때문에 웬만한 중소병원에서는 두기가 쉽지 않다.

둘째, 음식이 싱거웠기 때문이다. 환자들을 위한 식사는 철저히 입원한 환자들 개인 질환에 맞춰 준비한 처방식이다. 환자들의 질환과 상황에 맞는 식사관리지침에 따라서 음식을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저염식일뿐만 아니라 당분과 지방이 적게 들어가고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소에 소금과 설탕, 그리고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있는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져 있기에 싱거운 병원음식이 맛이 있을 리 없다. WHO(세계보건기구)의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이 2000mg, 소금으로 5g정도인데, 실제 한국인 성인들은 하루 15g의 소금을 섭취한다고 하니 권고량의 3배를 먹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병원식은 평소 음식보다 3배 이상 싱겁다고 볼 때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셋째, 병원식당운영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환자들이나 직원들의 식사관리를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 외주업체에 맡기는 이유는 급여나 퇴직금 관리, 노무관리에 편리함을 얻기 위해서이다. 병원이 하청업체에 외주를 주고, 하청업체는 2차 하청업체에 또 한 번 외주를 주는 경우도 있다. 환자식에 관여하는 업체들의 단계마다 이윤을 빼내는 구조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실제 음식재료비가 터무니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환자식이 병원과 용역업체의 돈벌이로 전락되니 조리사를 비롯하여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병원에서 음식이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하고 맛있는 밥과 반찬을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넷째, 아프면 입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왜 몸이 아프면 입맛이 사라질까? 우리 몸이 아프면 몸이 복잡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의 하나로 시토카인(cytokine)이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데 이 물질이 식욕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미국 메이오 클리닉의 도널드 D. 핸드러드박사는 말한다. 또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병원균과 싸우는데 대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이 전투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입맛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니 맛있던 음식도 아프면 맛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병원밥이 맛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음식쓰레기낭비이다. 조금 지난 자료이지만 2008년도 기록을 보니 5년 동안 전국 종합병원 298곳에서 연간 3만 톤이 넘는 음식쓰레기가 배출됐다. 이 음식쓰레기의 대부분은 맛없는 병원밥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 종합병원 음식쓰레기 처리에 한 해 약 58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다.

환경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병원에서 식비는 식비대로 지출되고, 음식쓰레기는 음식쓰레기대로 버려지고, 보호자들은 저마다 집에서 반찬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아직 독감예방주사를 안 맞았다면 꼭 맞기를 바란다. 걸려보니 많이 아프고 힘들다. 맛없는 병원밥을 먹는 일이 없길 바란다. 평소에 잘 먹고 잘 쉬고 운동과 스트레스관리를 잘 해서 2020년 한해는 모두가 건강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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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티끌 (121.132.47.48)
2020-01-15 12:49:26
병원밥은 진짜 맛 없어요.

학교 밥은 진짜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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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석 (121.132.47.48)
2020-01-15 16:10:01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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