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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것, 가이사의 것[설교] 막12:13-17, 청파교회 김기석목사 주일 설교 음성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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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0월 15일 (일) 00:00:00 [조회수 : 4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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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것, 가이사의
것
막12:13-17
(2006/10/15)
 음성으로듣기
[그들은 말로 예수를 책잡으려고,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 가운데서 몇
사람을 예수께로 보냈다. 그들이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진실한 분이시고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는 분이심을 압니다.
선생님은 사람의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예수께서 그들의 속임수를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가, 나에게 보여보아라.” 그들이 그것을 가져오니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셨다. “이 초상은 누구의 것이며, 적힌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황제의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그들이 예수께 경탄하였다.]
• 묵시문학적 현실
주님이 주시는 평화가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후 한반도는 또 다시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좋은 일로 주목받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불길한 그림자가 우리 한반도 위에 드리우는 듯 합니다. 어떤 이들은 북한의 무모한 시도를 맹렬히 비난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북미간의 양자 대화를 거부하면서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여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도 말합니다.
저는 여기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처해 있는 묵시문학적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핵실험 소식을 듣는
순간 제 뇌리에 스치는 것은 출애굽 사건 당시에 일어났던 흑암의 재앙이었습니다. 성경은 모세가 하늘을 향하여 손을 들자 캄캄한 흑암이 삼일 동안
애굽 온 땅에 있었다고 전합니다(출10:21-22). 이 어둠은 창조 이전의 혼돈 상태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의 날을
연상시킵니다.
하루하루가 어찌나 빨리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시간의 격랑에 떠밀려 사는 것 같아 속상한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힘에 겹습니다. 우리의 상처입은 마음을 주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 히브리의 시인은 “내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오랫동안,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구나.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평화를 말할 때에, 그들은 전쟁을
생각한다”(시12:6-7)고 탄식했습니다. 시인의 심정이 그대로 우리의 심정입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현실은 평화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상황이니 말입니다. 이런 때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고,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까요? 오늘의 본문은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 할라카를 빙자하여
산헤드린 공의회는 유다의 최고 의결기구입니다.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장로들로 구성된 공의회는 이스라엘의 전통과 권위를 지켜가는 일종의 권부(權府)입니다. 그들은 전통과 문화와
종교를 지켜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사는 사람들로서, 이른 바 보수세력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눈엣가시같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성전 체제를 뒤흔드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회를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드는 일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그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질곡 아래 살고 있는 이들의 불행을 눈물겹게 바라보시면서, 율법의 본래 정신을
되살리려고 애쓰셨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생명을 살리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산헤드린 공의회로 대변되는 당시의 지도층은 그런
예수의 행태가 결국에는 자신들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라고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위에 앉은 사람들에게
진실은 늘 위험한 것으로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첨꾼들을 곁에 두고,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멀리합니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자들’(행17:6)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불행을 숙명이라고 여기고 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역사의 주체일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일군이라고 일깨웠습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강고한 체제에 틈을 만드는
행위였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그런 이들을 곱게 볼 리가 없습니다. 산헤드린 공의회는 예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들을 보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람들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반로마적이고
헤롯 당원들은 친로마적입니다. 그런데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예수를 없애는 불의한 일에 공모자가 되었습니다. 이제나그제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비슷한가 봅니다. 파견된 자들은 예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민중들과 예수를 떼어놓아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짠
전략이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궁지에 빠뜨려 민중들이 예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껏 예의를 갖추고 예수에게 말을
건넵니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진실한 분이시고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는 분이심을 압니다. 선생님은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14)
그른 말 하나도 없지요? 우리가 아는 예수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문제는
한껏 몸을 낮춰 예수님을 추켜세운 저들의 혀 밑에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할라카(halakah)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유대인들의 모든 관례와 규율들을 포함한 법적인 측면을 가리키는 말인데, 유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행해야 하는’(할라크,
halakh) 것들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어떤 사안을 앞에두고 할라카에 대한 의견이 갈릴 때면 율법의 권위자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습니다. 지금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들이 하고 있는 게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예수님을 율법 해석의 권위자로 인정하는 척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묻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답하기 쉽지 않은
물음입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들이 심사숙고 끝에 가져온 함정 질문이니 말입니다. 이제 뜨거운 감자는 예수님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바치지
말라고 하면 로마에 대한 반역을 선동하는 게 되고, 바치라고 하면 유대인들의 민족 감정을 해치게 됩니다. 여러분 같으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궁극적인 충성의 대상
예수님은 그들의 속셈을 꿰뚫어보시면서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고 점잖게 나무라십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데나리온(denarius) 한 닢을 가져다다 보여달라고 하십니다. 데나리온은 로마 황제가
세금 징수를 위해 은으로 주조한 공식화폐입니다. 식민지 수탈용 화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사용되던 데나리온의 한쪽 면에는 월계관을
쓴 황제의 흉상이 양각되어 있고, “거룩한 아우구스투스의 존엄한 아들 디벨리우스 황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반대쪽에는 “최고의
사제”라는 칭호와 함께 황태후인 리비아가 신들의 보좌에 앉아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데나리온은 그러니까 로마의 신성한 권력의 표상이었던
셈입니다.
그들은 마침내 예수님이 자기들의 함정에 빠졌다고 쾌재를 부르며 냉큼 데나리온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그것은
자기들의 위선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었는데도 그들은 그런 지각조차 없습니다. 유대교의 관례에 따르면 황제의 초상을 성전 안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경건하다는 그들이 주머니에 두둑한 돈을 넣고 율법의 관례조차 무시한 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예수님의 소크라테스적 질문이 시작됩니다. “이 초상이 누구의 것이며, 적힌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 그들은 아는 질문에 신이 난 초등학생들처럼
대답합니다. “황제의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의 갑작스럽고도 단호한 말씀이 떨어집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이 명령법은 질문자들을 오히려 질문 앞에 세우고 있습니다. ‘너희는 황제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분별하며 살고 있느냐? 하나님께
돌릴 것을 하나님께 돌리고 살고 있느냐?’
우리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세상에 돌려주어야 할 것과
하나님께 바쳐야 할 것을 분별하며 살고 계십니까?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이런 속뜻이 담겨 있습니다.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것이라면 황제에게
돌려주려므나. 그러나 너희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너희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느냐?’ 우리가
궁극적인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주님은 이렇게 간접적으로 밝히고 계신 것입니다.
• 평화를
택하라
예수님의 이러한 대답을 놓고 어떤 이들은 예수님이 세속적인 권력을 인정하신 말씀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뜻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공상주의자가 아닙니다. 기존의 질서를 철저히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다
그렇습니다. 예레미야는 목에 나무 멍에를 쓴 채 백성들 앞에 나가서 바벨론의 멍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늘과 땅의 기미를 알아차리는
눈 밝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만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대를 분별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세속의 권세를
부정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세속의 권세의 한계도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세속의 권세는 하나님의 통치 질서 안에 있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평화의 불빛이 가물거리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존이 달린 문제라면서 북한은 갈등과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네오콘들 가운데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볼모로 잡은 채 자기 이익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내려는 것은 자신의 안위이고 이익입니다.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나님께 바쳐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평화를 위한 연대가 아니겠습니까?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휴전
체제가 평화 체제로 개편되도록 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 편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 편일 따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인 이 땅의 생명들이 안심하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마음 속에서
미움과 의구심을 버려야 합니다. 평화로운 사람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헨리 뉴엔 신부는 말합니다.
“우리가 평화운동가로서
해야 할 일은 전쟁과 파괴를 일삼는 모든 세력에게 단호히 항거하고, 평화란 생명을 지지하는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임을 확실하게
선언하는 일이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어 / 곧 주위 사람들 그 불에 몸 녹이듯이’ 우리가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면
주님은 우리를 통해 이 땅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평화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은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 아닙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지 않고 기독교인이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되돌려주고, 우리는 우리를 하나님께 바쳐야
합니다. 이런 복된 소명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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