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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에 담긴 삶의 지혜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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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11월 26일 (화) 22:38:05 [조회수 : 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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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이 있을 때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볶음밥이다. 볶음밥은 모든 재료를 다양하게 이용하여 만들 수 있지만 최소의 재료로 빠르고 간단하게 볶음밥을 만들고 싶다면 계란볶음밥 만들기를 추천한다. 밥과 기름, 계란과 파, 간장과 소금만 있다면 훌륭한 맛의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올리고 달궈준다, 프라이팬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기름이 타는 것이니 적당히 달궈준 후 파를 볶아서 파 기름을 내 준다. 프라이팬 한구석에 볶은 파를 모아둔 후 계란 2개를 깨뜨려 섞어주며 잘게 익혀준다. 계란이 익으면 한쪽에 모아둔 파와 섞어준 후 약간의 간장과 소금을 넣고 다시 볶아준다. 그리고 찬밥을 넣어 국자로 눌러서 뭉친 밥을 펴주고 참기름을 살짝 넣어 볶아주면 풍미가 더해진다. 완성된 볶음밥을 밥공기에 담아 살짝 눌러준 후 넓은 접시 한 가운데 뒤집은 뒤 밥공기만 제거하면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계란볶음밥이 완성된다.

음식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무언가를 먹고 요리할 때마다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음식은 누가 어디에서 처음 만들었을까? 언제부터 먹은 음식일까? 그리고 어떻게 우리나라에 전해졌을까? 등등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다. 볶음밥에도 몰랐던 역사와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194년 이전에 밥을 볶아 먹었다는 기록이 1972년 중국 호남성 장사(長沙)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중국식 볶음밥은 6세기 양주(양저우扬州)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에서 흔히 접하는 짬뽕국물과 함께 나오는 볶음밥(炒飯 차오판)은 양주식 볶음밥이다.

양자강 북쪽에 위치한 양주는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운하가 유명한 도시로 수, 당나라 시대 중심 도시였다. 양주는 베이징에서 시작해 항주까지 이르는 1,794m 길이의 중국 대운하의 중요 거점이다. 중국정부에서 인정한 최초의 외국인 기념관인 신라 말 비운의 천재문학가요 최초의 한류로 여겨지는 고운 최치원의 문학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운하를 완성한 왕은 중국을 통일한 수양제이다. 우리에겐 고구려 을지문덕장군의 살수대첩으로 패한 수나라의 왕으로 더 익숙하다. 수양제는 612년 113만 대군과 200만의 수송대를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했다. 그는 자신의 군사중 30만4천의 별동대를 보내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하였지만 을지문덕장군의 살수(薩水지금의 청천강)대첩으로 크게 패하였다. 결국 청천강에서 압록강으로 살아 돌아간 수나라 군사는 2700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수양제는 천하를 통일했지만 고구려에게 유일하게 패하였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나라의 내분이 일어나 건국한지 37년 만에 수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볶음밥, 그 중에서도 계란볶음밥은 바로 그 수양제가 좋아했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황제가 드시던 음식이라 이름도 쇄금반(碎金飯)이라 했다 즉 ‘부서진 금가루로 된 밥, 즉 황금가루 볶음밥’이란 뜻이다. 계란 노른자를 사용해서 색이 황금색이고 기름에 반짝여서 쇄금반으로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별칭과는 별개로 양주볶음밥은 운하의 뱃사람들이 즐겨먹던 저녁 양식이었다. 뱃사람들은 점심에 먹고 남긴 밥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거기에 달걀과 다진 파, 갖은 조미료를 넣어 뜨거운 기름으로 볶았다. 이렇게 선원들 사이에서 먹었던 계란볶음밥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남긴 밥을 따뜻하고 맛나게 먹기 위한 삶의 지혜가 응축된 요리가 바로 양주볶음밥이 된 셈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이 볶음밥이니까 당연히 우리 조상들도 옛날부터 볶음밥을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볶음밥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9년 10월 1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볶음밥에 대한 기사는 이렇다. “된 밥을 해 먹는 집에서 남은 찬밥을 모았다가 참으로 맛있는 밥을 중국식으로 해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가을철에 좋은 중국요리, 볶음밥 몇 가지’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볶음밥을 중국요리로 표현했고 중국식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했으니 볶음밥은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먹었다기 보다는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에서 건너와 최소한 1939년 이후에 일반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볶음밥은 다양한 맛을 창조해낼 수 있고 간단하면서도 빠른 조리시간에 회전율도 빠르기 때문에 중화 요리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어느 음식보다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짜장면과 짬뽕의 두드러짐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 볶음밥에 김치를 넣은 김치볶음밥이 우리나라에서는 더 친숙하다. 김치 볶음밥은 김치를 넣고 비볐다는 점에서 비빔밥의 일종이며 동시에 밥을 김치에 넣고 볶았다는 점에서는 볶음밥의 한 종류다. 중국식 볶음밥에 한국의 김치가 어우러진 퓨전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아서 식은 밥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을까? 양주 뱃사람들의 고민과 지혜로 탄생한 볶음밥처럼 영적부흥과 열망이 식어진 교회를 어떻게 하면 다시 건강하고 활력 있는 건강한 교회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까? 고민과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중국에서는 얼마나 볶음밥을 잘 만드는가를 요리사 실력을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화교들 사이에서는 볶음밥을 못 만드는 요리사에게는 돈을 안 빌려줬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메뉴인 볶음밥조차 제대로 못 만들면 사실상 요리사로서의 자질과 의지가 결여되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목사에게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메뉴는 무엇일까? 중국요리사에게 있어서 볶음밥처럼 이것을 제대로 못 만들면 목사의 자질과 의지가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볶음밥을 먹었으니 설교를 준비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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