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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막국수집에서 만난 ‘방문객’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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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11월 05일 (화) 22:40:30 [조회수 : 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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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태생인 내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아내와 결혼한 이후 처음 접해본 음식이 있다. 그것은 메밀전병이다. 매콤하게 양념한 무를 메밀전병으로 싸서 먹는 맛이 생소했었다. 결혼하고 신혼생활을 처음 시작한 춘천에서 처음 접해본 음식도 역시 메밀로 만든 막국수였다. 어린 시절 한밤중에 창밖에서 “메밀묵~찹쌀떡”을 구성지게 외치는 장사꾼의 소리에서 들은 기억은 있지만 실제로 메밀묵은 먹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메밀은 흔히 접하지 못한 식재료였다.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내게는 메밀보다 밀이 더 익숙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라면과 떡볶이, 자장면과 칼국수 그리고 빵과 같이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밀농사가 잘 되는 나라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밀 재배에 적합하지 않기에 밀재배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밀가루가 보편화된 이유는 한국전쟁이후 1956년부터 미국의 잉여 농산물 원조가 제공되면서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들어왔고, 1960년대부터 1977년까지 정부가 혼분식 장려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밀가루음식이 인기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밀수입을 위해 매년 1조원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밀가루가 없던 시절 우리 민족에게 있었던 분식문화는 바로 메밀이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흔하게 재배되었던 메밀은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고, 생육 기간이 짧아 봄 파종 작물이 망가졌을 때 재빨리 대체 파종을 하여 수확물을 거둘 수 있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까지 국수는 메밀국수를 의미했다.

메밀국수를 막국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메밀 제분 방법 때문이다. 메밀은 겉껍데기를 벗기고 분쇄를 해서 가루를 얻는데, 설비가 좋지 않았던 엤날에는, 겉껍데기째 맷돌에 갈아 국수를 내려 먹기도 하였고, 아무렇게나 ‘막’ 갈아 국수를 내렸기에 막국수라 하였다.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의 생가가 있는 강원도 봉평과 1970년대 이후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였던 춘천, 그리고 경기도의 가평과 여주의 천서리도 메밀로 만든 막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메밀과 막국수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홍천의 한 메밀막국수 집에 갔다가 벽에 걸려있는 시 한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던 그 시는 정현종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이 짧은 시의 내용이 내 마음속에 와 닿았다. “그래, 그렇지,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지,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내게로 온 사람이기에, 그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에 결코 가볍게 대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지”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성도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 머릿속에 떠올려졌다. 매주 교회에서 만나는 그들도 분명 이 시의 내용처럼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이미 부서진 마음을 갖고 나왔을 텐데……. 더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환대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목사에게조차 위로받지 못하고 환대받지 못한다면 세상 그 어디에서 저들이 위로받고 환대받을 수 있을까?

이 시를 벽에 붙여놓은 막국수집의 사장님은 자신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을 이 시를 쓴 시인의 마음으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손님을 맞는 주인이라면 그가 만드는 음식과 섬김에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시인의 마음으로 섬기는 성도들과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위로하고 환대하며 정성을 다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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