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어렸을 적에 “소금을 가장 비싸게 파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하고 물었다. 아마 수수께끼 책에서 본 모양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는 아빠에게 아이는 참을 수 없었던지 정답을 말해주었다. “소금을 둘로 나누어 소는 소대로, 금은 금대로 따로따로 판다.”

  수수께끼치고 제법 언어유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순진하게도 “정말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소금을 단순한 양념의 하나로만 이해한 나머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 5:13)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조차 진지하게 새겨듣는 일에 참 게을렀구나, 싶다. 
 
  스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독일개신교회의 날의 주제는 바로 소금이었다. 소금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던지 소금 그 자체를 진지하게 궁리할 좋은 기회였다. 소금을 주제로 미래의 신앙과 인간 그리고 공동체를 다룬 교회의 날은 큰 소금 덩어리로부터 미분화된 가루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된 과제들을 통해 인식의 팔 둘레를 훌쩍 넓혀 주었다. 대회 기간 시청 앞에는 소금 산을 쌓아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신앙은 물론 각종 세상적인 것들에다가 ‘그리스도교적’이란 의미를 붙였다. 이를 통해 교회의 품을 두루 통하게 만듦으로써, 교회가 다룰 수 있는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폭넓게 소금으로 맛과 간을 낸 것이다. 더 이상 소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낡은 것처럼 여겨졌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제목만 들여다보더라도 그 다양한 요리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소금이 갖는 기호와 이미지, 성격과 쓸모를 총동원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 거리로 삼았다.

  ‘소금과 빛’, ‘종교- 이 땅의 소금, 국제적 종교로서 관용과 협력’, ‘소금 없는 국은 맛도 없다- 사회적인 삶이란 모든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국 속의 소금’, ‘땀- 피부에 묻은 소금기’, ‘상처 속의 소금’, ‘짠맛 단맛 쓴맛’, ‘소금과 사랑’, ‘양념 소금통과 공업용 소금’, ‘삶의 구성요소로서 소금’, ‘소금과 후추’ 그리고 ‘소금- 팝 페스티벌’ 따위였다.

  정말 요술방망이와 같이 그리스도인 됨의 의미는 소금 하나로 두루 통하고 있었다. 교회의 날을 마치면서 독일교회협의회(EKD) 의장 만프레드 코크(Manfred Kock) 감독은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이 목적이 아니라 헌신과 봉사를 위해 존재한다”면서 “세상과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는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마무리지었다. 바로 소금은 세상과 교회, 비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인 사이의 빈틈을 스스로 녹음으로써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었다.

  공동체성서운동의 선구자 한스 뤼디 웨버(Hans-Ruedi Weber) 목사는 ‘소금기 있는 그리스도인’(salty Christian)’이란 글을 썼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구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하여 재발견하고자 하려는 시도였다.
  “종종 성직자들은 자기들만이 교회의 목회를 수행하려고 한다. 또한 평신도들은 그들의 목회를 한 사람 성직자에게 맡겨 버린다. 이 한 사람의 독무대는 철저히 비성서적이다.”

  웨버의 말은 값싼 소금으로 방치되어 있던 평신도를 비싼 소금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소금 그 자체가 지닌 구실을 구체적으로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세상 가운데 녹는다는 평범한 의미조차 애써 모른 체 하였다. 오히려 수수께끼처럼 ‘소(牛)와 금(金)’으로 나누어 편리하게 해석함으로써, 세속적인 이해관계와 자기만족을 기복적으로 추구해 왔던 것이다.

  사실 소금은 소금일 뿐이다. 그러나 홀로 거룩하고, 스스로 변치 않고, 여럿 가운데 으뜸이 아니라, 마늘, 오이, 무, 더덕, 고추, 깻잎, 더덕 등 세상의 온갖 말라비틀어진 것들과 어울려 장아찌를 만들어 주는 그런 존재가 바로 소금이다. 시들어 버린 세상에 생기를 돋아나게 하고, 사람 사이에서 참 맛을 버무려주는 그런 소금의 헌신이야말로 ‘소금기 있는 그리스도인’의 의미가 아닐까?

  소금은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함께 일구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일깨워준다.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골 4:6).

  오늘 한국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교회 안팎의 비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소금기를 회복하는 출발점을 만들 수 있을까 근심한다. 과연 오늘의 교회는 세상에 맛을 골고루 나누는 그런 소금 항아리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물음을 품게 하는 종교개혁주일이 무심하게 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