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에 접어든 지금 교회성장 대신

‘한국교회의 성숙과 혁신’을 논의하는 학술포럼이 열립니다.

이 포럼은 창립 110주년을 맞는 수표교교회의

수표교포럼위원회에서 준비한 11차 포럼입니다.

1. 수표교교회(담임목사 김진홍)에서는 2019년 10월 27일 “도시교회, 그 성숙의 실마리”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합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수표교 포럼은 기독교 교단이나 신학대학이 아닌, 개교회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진행해 온 학술포럼으로서, 한국교회와 민족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 온 매우 특별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1차 포럼은 두 가지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첫째,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감독 최현규)와 남연회 시니어 목회자 모임에서 후원하여, 개교회의 학술포럼을 연회에서 공인하고 후원하는 첫 사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이 포럼을 위하여 서울남연회의 다양한 지역에서 목회하는 8인의 목회자들이 모여 각자의 목회경험에 대하여 논의하는 초점집단토론(Focus Group Discussion)을 진행한 후, 이 토론에서 제기된 여러 이슈들에 관하여 두 명의 전문가가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표를 하며, 이에 대해 현장의 목회자와 신학자가 논찬을 한다는 점입니다. 명실상부하게 도시교회의 목회 현실을 사회학적/신학적 진단 및 처방과 연결한 것입니다.

2. 이번 포럼에서는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된 강남 개발과 수도권 신도시 건설 등을 배경으로, 공간적으로 밀집되었으나 사회적 관계는 단절된 거대한 신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성장해 온 대형교회가 밀집한 강남지역에서, 규모 경쟁과 물질주의를 과감히 벗어나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종교사회학자와 신학자, 그리고 목회자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합니다.

종교사회학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한국교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 온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와 구약학회장을 역임한 역사신학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한동구 교수 (평택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가 발표합니다. 그리고 활발한 지역공동체활동을 해 온 최효석 목사(무지개언약교회)와, 도시교회에 관한 신학을 개발해 온 오종향 목사 (뉴시티교회), 그리고 역사신학자 이은재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가 논찬자로 참여합니다.

3. 정재영 교수는 “성장이후기 도시교회의 변화와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교회 성장이 멈춘 여러 증상에 대한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한 후,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고 주장합니다. 첫째, 성찰의 시대, 자기 나름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신앙이 증대되는 특징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생명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대안적 교회 활동, 영성과 경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둘째,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어울려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은 교회는 단순히 규모가 작은 교회라기보다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작은 교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의미를 추구하는 교회”라는 것입니다. 셋째,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교회의 선교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도시민이 상실한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성장 이후기를 맞아 도시교회가 파편화되고 유동적인 도시민의 삶의 환경 속에서 현실의 세속 가치를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로 비전을 제시하며 일상 속에 새로운 시민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한동구 교수는 “한국교회의 과제와 성서의 가치”를 주제로 발표하는데, 그는 성서학의 관점에서 세 가지 질문과 답변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위기의 시대 교회가 세상에 대해 취할 입장이 무엇이냐’ 인데, 세상과 구별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국가 멸망과 포로기를 겪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예로 들어, 세상과 대비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사상에 힘입어 당면한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한국교회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세상과 구별된 교회공동체만의 구별된 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별히 ‘하나님에 대한 체험’과 ‘새로운 인간 이해’를 통한 인권개념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질문은 ‘적대적인 세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인데, 이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일방적 태도를 버리고 이웃(타자)으로부터 자발적 인정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겸손함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5. 이러한 사회학적, 신학적 발제에 대해 최효석 목사와 오종향 목사는 자신의 목회경험을 토대로 논찬을 진행합니다. 최효석 목사는 현재의 한국교회 상황을 ‘교회성장의 위기나 성장세 약화’가 아니라 ‘교세의 감소’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강력한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을 통해 본을 보이고, 기독교의 참된 가치를 보여주는 창조적 대응을 위해서는 신학교 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며, 작은 교회의 자존감, 존재의미, 장점을 살리고 개발할 것을 제안합니다. 목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참가치로 네트워킹하려면 세상과 구별된 가치로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오종향 목사는 탈식민세계에서 서양문화와 기독교가 배척당하는 것과 유사하게 한국교회의 정복주의적 세계관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복음주의와 대형교회 집중을 넘어 ‘나그네 신학’을 정립하고, 한국을 선교지로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개교회와 개교단을 뛰어넘는 싱크탱크, 시대변화에 맞는 30-40대 리더십 개발, ‘모이는 목회’ 대신 ‘흩어지는 목회’를 강조합니다. 아울러 복음의 고유성과 탁월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교회공동체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역사신학자 이은재 교수는 두 발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도시가 가지는 특성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합니다. 아울러 서구와 달리 역사가 짧은 한국교회가 사회나 문화와 맺는 관계가 비교적 관점에서 점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믿음이 보편적인지, 교회가 꼭 필요한지, 신앙생활이 의무인지 등의 전통적 질문에 대한 현대적인 신학적 재해석을 제안합니다.

6. 수표교교회는 그동안 한국 기독교 역사의 영광과 고난을 함께 하며 성장했습니다. 1909년 9월 9일에 창립된 수표교교회는 1919년 3.1운동 당시 담임목사였던 신석구 목사 등 역대 담임목사 중 3인이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일제 강점기하에서와 해방 후 공산 치하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4인의 목회자를 배출한 유서 깊은 교회입니다. 1984년에 청계천에서 현재의 서초동으로 이전하였으며 “대형교회”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모범적인 교회”를 위한 신앙을 추구해 왔습니다. 수표교교회의 이러한 역할은 “세상을 잇는 다리”이자,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수표(watermark)"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