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습지를 처음 찾아 들었던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꽃이 궁금해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갔는데 여름의 숲속 습지는 말 그대로 찜통이었습니다. 땅은 질척거려 신발은 진흙으로 얼룩지고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 가득한 지열로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구요. 게다가 꽃들은 어찌 그리 작은지 열기와 습기로 뿌예진 안경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다음해는 뜨거운 계절을 피해갔더니 키가 껑충하고 꽃들이 적어 성에 차지 않았지요.

‘땅귀개’...생긴 모양이 귀개, 귀이개를 닮았습니다. 땅~이라 붙인 것은 작다는 얘기겠지요. 영양가 없는 곳에서 사는 지라 부족한 열량을 채우려 특별한 생존전략을 세웠습니다.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입니다. 땅속 줄기에서 군데군데 땅위로 뻗어나오는 잎 바로 아래에 벌레잡이 주머니가 있습니다. 습지에 사는 식충식물에는 모양이 비슷한 ‘이삭귀개’와 ‘통발’이 있습니다. 노란 색깔도 생긴 모양도 어찌나 앙증맞고 예쁜지 식충식물인 것을 자꾸 까먹습니다.

올해, 부천 계양산 습지를 알게 되었지요. 이곳은 어찌된 일인지 지금도 땅귀개의 키가 아담하고 꽃도 또한 풍성합니다. 하늘 높고 시원한 이 계절에 말입니다. 뽀송뽀송한 채로 하루를 즐겁게 놀았습니다. 옆에선 빨간 망개 열매와 까만 댕댕이덩굴 열매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노오란 입을 힘껏 벌리고 있네요. 한창인 때가 지났을 성 싶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