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는 언제나 개혁되어야 한다"
(Reformata ecclesia semper reformenda)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당시의 교황 레오 10세는 당시 세계의 중심인 교황청을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정으로 만들기 위해 열중하였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교황은 갖은 방법을 다해 돈을 끌어 모았고, 그것을 탕진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고위 성직자나 하위 성직자 역시 교황청보다 결코 낫지 않았습니다. 사제의 혼외관계는 너무나 만연해 있었고, 수도원과 교회는 이러한 ‘사제의 자녀’와 귀족자제들의 부양기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교회는 성직자들의 경제적인 이윤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은 죽은 기부자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기부금으로 제단에서 일하는 사제를 임명했고, 제단에서 일하는 사람은 종종 신학수업을 받지 않은 채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죄부는 비어 있는 교황청의 금고를 채우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돈을 끌어 모으려는 교황의 뻔뻔스런 요구는 많은 민중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루터 이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교회의 개혁을 외쳤으나 그것은 울림 없는 메아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쌓인 독일 민족의 불만은 한 수도사 루터가 내던진 작은 불씨로 요원의 불길이 되었습니다.

바로 비텐베르크의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던 95개 조항은 루터 자신의 오랜 신앙과 신학적 고뇌의 산물로, 그것이 가져올 가공할 만한 폭발력은 그 누구도 예감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과 그의 목표는 인간의 권위나 전통에 세워진 교회가 아니라, 성서 위에 기초한 복음적인 교회를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세 교회의 가르침에 의하면 참회의 성례전에서 영원한 지옥의 형벌은 용서받지만, 죄인의 죄를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한시적인 형벌’을 용서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참회형벌은 참회를 행할 때에 사제가 부과하는 것이며, 고해자는 경건한 행동으로 이렇게 부과된 형벌을 실천함으로써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면죄부는 바로 교회가 부여하는 이러한 참회형벌의 사면을 보증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루터가 그 이전에도 면죄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그는 95개 논제를 통하여 총체적으로 면죄부 논리와 그 효용가치에 대하여 토론하고자 하였습니다. 로마의 금전적인 타락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의 잘못된 신학적인 전제를 문제시한 것입니다.

루터는 이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의를 믿음으로써 모든 죄에 대하여 용서받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이미 용서받긴 했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원죄의 세력으로부터 매일 매일 돌아서는 삶을 살아야 하는 죄인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루터는 면죄부 논제 제1항에서 "우리들의 주(主)요 선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고 말씀하심으로 신자의 모든 삶이 참회이기를 원하셨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참된 참회가 이루어졌다고 느끼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외 없이 면죄부가 없어도 그에게 부여되는 형벌과 죄책으로부터 완전한 용서를 받는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마침내 교황청은 1520년 6월 15일 루터에 대한 파문위협 칙서인 「주여 일어나소서! Exsurge domine」를 공포하였습니다. 루터를 '주님의 포도밭을 어지럽히는 멧돼지나 뱀'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칙서는 루터의 글에서 발췌한 41개의 문장을 "이교적이며, 분노를 유발하고 오류가 있으며, 경건한 자의 귀를 더럽히고, 평범한 사람을 유혹하며 무엇보다 가톨릭 교리와 모순된다."고 정죄하면서, 60일 내에 이 말들을 취소하지 않으면 파문할 것임을 경고하였습니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로마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황청의 시종 칼 폰 밀티츠는 엘베의 리히텐베르크에서 루터를 만나 교황 레오 10세에게 개인적인 서신을 보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루터는 예의를 갖춘 편지를 통해 '가장 거룩한 아버지' 레오 10세에 대항하여 어떤 악한 것도 행하지 않았으며 다만 성서를 근거로 교황제도를 비판하고자 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1520년 10월과 11월 뢰벤과 쾰른에서 자신의 서적들이 공개적으로 소각당하자, 루터는 더 이상의 기대를 가지지 않고 그해 12월 10일 비텐베르크 시 입구에서 많은 교회법전들과 요한 엑크의 책들과 파문위협 칙서인 「주여 일어나소서!」를 불태웠습니다. 이에 분노한 교황청은 1521년 1월 3일, 「로마 교황의 칙서」를 통해 루터의 파문을 공포하였습니다.

수도사였던 루터에게 파문은 종교적인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세속적인 방식으로 확정하고 실행하기 위한 절차는 보름스 제국회의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이제 루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제국 추방이라는 세속적인 죽음이었습니다. 루터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루터는 선제후 프리드리히 현제의 도움으로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고 공개적인 심문을 받고자 보름스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는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고 콘스탄츠 공의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되어 화형 당한 체코의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그림자가 아른거렸습니다.

1521년 4월 17일, 그는 황제와 제국의회 앞에서 자신의 종교개혁 신학과 교회의 개혁에 대해 변론하였습니다. 교황청 대사인 알레안더는 오류를 범한 책이라고 모은 약 20여 권의 루터의 책을 증거물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루터에게 이 책을 알고 있는지의 여부와 이 책들의 오류를 취소할 뜻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루터는 자신의 책들임을 인정했고 취소와 관련해서는 하루 동안 생각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는 고뇌의 밤을 보내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다음날 18일 루터는 다시 한 번 취소를 요구받았습니다. 루터는 황제와 선제후 그리고 수많은 제국회의 회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천명하였습니다.

“저는 교황도 공의회도 믿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종 실수했고 모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서의 증언이나 명백한 이성적인 근거를 통해서 반박될 수 없을 때, 저는 제가 인용한 성서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양심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힌 한, 저는 어떠한 것도 취소할 수 없으며 할 의지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불확실한 것이며 구원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나를 도우소서. 아멘.”

1. 「독일 그리스도인 귀족들에게, 기독교회의 개선에 관하여」
 
이 문서는 교회가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을 때, 황제나 독일 귀족들은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의 자격으로 교회개혁을 수행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루터에게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자들의 모임'이었고, 참된 교회의 머리는 오직 그리스도이며 그리스도만이 교회를 다스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교회이해를 바탕으로 루터는 교회개혁을 착수하고자 하였습니다.

2. 「교회의 바벨론 포로에 대하여」
 
루터는 이 문서를 통해 로마 교회의 성례전을 비판하였습니다. 로마 교회는 성례전의 효력을 객관적인 거룩한 교회와 사제의 권위에 두었습니다. 이에 반하여 루터는 "성례를 성례답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신자 개개인의 믿음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성서에 의해 확실하게 뒷받침이 되는 세례와 성만찬만을 성례전으로 인정하였고, 참회(고해)는 제한적인 의미에서만 성례전이라고 보았습니다.

3. 「그리스도인의 자유」

1520년 말에 쓴 이 문서에서 루터는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주신 자유를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적으로 묘사합니다.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인은 더 할 수 없이 자유로운 만물의 주인으로 아무에게도 예속되지 않지만,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인은 더할 수 없이 충실한 만물의 종이며 모든 사람에게 예속된다."

인간은 신앙을 통해서만 의롭게 되며 하나님의 자유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것입니다. 또한 이 신앙은 사랑을 통하여 밖으로 작용하며,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자신의 행위나 실천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 자신이 받아들여졌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선물인 이러한 자유는 내적이며 영적인 인간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루터가 이 자유를 인간의 내면성에 제한시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루터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그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자신 안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이웃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신앙으로 주 안에서 살고 사랑으로 이웃 안에서 산다. 신앙을 통해 그는 자신을 넘어 하나님에게 이르며, 사랑을 통해 하나님에게서 자신을 낮추어 다시금 이웃에게 이른다. 그는 항상 하나님과 그의 사랑 가운데 머문다. 보라, 이것이 참된 영적인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의 산물로 태어난 개신교라고 해서 언제나 개혁적인 것은 아닙니다. 종교개혁 이후 일어났던 교조주의적인 정통주의가 이를 방증합니다.

"개혁교회는 언제나 개혁되어야 한다"(Reformata ecclesia semper reformenda)는 말은 개혁교회뿐만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모든 제도적인 교회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지상의 모든 역사적인 제도적 교회는 불완전하며,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언제나 지양(止揚)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원천교회
담임목사 곽일석(iskwag@naver.com)